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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노인과 푸른눈의 침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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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한양 상권을 쥐락펴락하던 내 사지가 마비되자, 자식과 수하들은 창고 열쇠를 훔치며 내 숨이 끊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과거 내가 거두었던 푸른 눈의 서역 혼혈 침술녀가 날 찾아왔다. 그녀의 뜨거운 불 침술과 체온이 닿자, 죽어가던 내 육신은 맹렬한 양기와 함께 부활했다. 탐욕스러운 이리 떼들을 완벽하게 쳐내고 그녀와 함께 떠난 통쾌한 반격의 밤!"
※ 1: 사지가 묶인 거상(巨商), 그리고 굶주린 이리 떼
한양 도성 한복판, 종루 번화가에 자리 잡은 조선 최대 규모의 객주(客主) 본채. 최고급 청나라산 비단으로 사방이 도배되고, 바닥에는 따뜻한 호피가 깔린 가장 화려하고 거대한 안방 한가운데에 나는 누워 있었다. 아니, 누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관 속에 갇힌 시체처럼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내 나이 예순다섯. 맨주먹으로 시작해 의주와 동래를 오가며 청나라의 비단과 조선의 인삼, 일본의 은(銀)을 독점하며 한양 상권을 통째로 쥐락펴락했던 대객주(大客主)가 바로 나였다. 궐 안의 정승 판서들조차 내 앞에서는 헛기침을 삼키며 자금 융통을 부탁할 만큼, 내 권세와 부귀영화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하지만 불과 보름 전, 갑작스레 덮친 중풍(中風)이라는 잔인한 병마는 벼락처럼 내 육신을 강타했고, 그날 이후 내 목 밑으로는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완벽한 마비 상태가 되어버렸다. 오직 두 눈동자만이 간신히 굴러가며 내가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릴 뿐이었다.
"흐으으… 으윽…."
갈라진 입술 틈새로 신음조차 제대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혀가 굳어버려 말을 할 수도 없었고, 그저 목구멍 안쪽에서 짐승의 앓는 소리만 맴돌았다. 화려한 금사로 수놓아진 비단 이불을 덮고 있었지만, 혈맥이 막혀버린 내 육신은 한겨울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육신의 고통이나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보다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은, 이 거대한 상단을 물려받을 내 핏줄들과 수십 년간 내 수족처럼 부렸던 수하들의 비정하고도 흉악한 민낯이었다.
그때였다. 굳게 닫힌 안방 문지방 너머, 희미한 등불 그림자가 일렁이는 툇마루 쪽에서 은밀하고도 탁한 목소리들이 뱀처럼 얽히며 들려오기 시작했다. 첫째 아들놈과 상단의 자금을 총괄하는 도행수(都行首)의 목소리였다. 귀가 먹지 않은 이상 내 방 안까지 고스란히 들릴 정도로, 그들은 이제 병석에 누운 나를 철저히 투명 인간 취급하고 있었다.
"도행수, 아버님의 숨이 아직도 붙어 있소? 의원 놈이 길어야 열흘이라 하더니, 저 노인네 명줄 하나는 참으로 지독하게도 질기단 말이오. 오늘내일하시는데도 도무지 창고의 본 열쇠가 숨겨진 곳을 말씀하실 기력이 없으시니, 내 속이 타들어 가서 미칠 지경이오."
"도련님, 아니 이제 대행수 어르신이라 불러야겠지요. 조급해하실 것 없습니다요. 어르신의 몸은 이미 시체나 다름없습니다요. 숨만 헐떡일 뿐, 눈동자 초점도 흐려지신 지 오래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오늘 밤, 한양에서 제일가는 쇳대장이를 몰래 뒷문으로 불러들이지 않았습니까요."
"오, 쇳대장이를 불렀단 말이오? 그래, 지하 비밀 금고의 자물쇠를 통째로 따버릴 수 있다 하오?"
"자물쇠를 부수면 관아의 이목을 끌 수 있으니, 어르신께서 평소 허리춤에 차고 다니시던 꾸러미에서 밀랍으로 열쇠의 본을 뜨게 시켰습니다요. 어차피 꼼짝도 못 하시니, 아까 낮에 침을 놓을 때 제가 몰래 허리춤을 뒤져 본을 떠 두었지요. 내일 아침이면 똑같은 열쇠가 수십 개 복사되어 나올 겄입니다요. 그러면 어르신이 굳이 유언을 남기시지 않더라도, 금고 안의 금괴와 은정(銀錠)들은 모두 도련님과 저희 행수들의 차지가 되는 겄이지요. 물론, 그동안 제가 모셨던 공로를 잊지 않으시고 제 몫의 창고 세 개는 확실히 보장해 주셔야 합니다요."
"하하하! 걱정 마시오, 도행수! 아버님이 눈을 감으시는 즉시 상단의 명의를 내 앞으로 돌리고, 자네에겐 가장 알토란 같은 명주 창고와 인삼 창고를 내어주리다. 어차피 늙어빠진 아버님은 저승에 금괴를 짊어지고 갈 수도 없지 않소. 이제 이 객주는 나의 것이오!"
방 안에서 그 끔찍하고 역겨운 모의를 고스란히 듣고 있던 나는, 분노와 원통함에 피가 거꾸로 솟고 오장육부가 타들어 가는 듯했다.
'이런 천하의 몹쓸 호로자식과 배은망덕한 짐승 같은 놈들! 내가 어떻게 일군 상단인데, 내가 길바닥에서 굶어 죽어가던 것들을 거두어 입히고 먹여 이 자리까지 올려주었거늘! 아비가, 주인이 다 죽어가는 안방 문지방 밖에서 내 창고를 털어먹을 궁리나 하며 낄낄거리고 있단 말이냐! 저것들이 정녕 인간이란 말이냐!'
분노로 온몸이 파르르 떨려야 마땅했지만, 원통하게도 내 육신은 굳은 돌덩이처럼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방문을 걷어차고 나가 저 간악한 두 놈의 목을 틀어쥐고 숨통을 끊어버리고 싶었지만, 내 몸뚱이는 끔찍하리만치 무기력했다. 눈가에서 뜨겁고 붉은 분노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차가운 베갯잇을 흠뻑 적셨다. 평생을 거상으로 군림하며 천하를 호령했던 나의 마지막이, 고작 내 핏줄과 수하들의 배신 속에 이토록 허망하고 참담하게 끝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누구든 좋으니… 하늘이든 악귀든 좋으니 제발 내게 이 피맺힌 원수를 갚을 수 있도록, 저 짐승 같은 놈들의 목줄을 끊어버릴 수 있도록 단 하루만이라도 기력을 허락해 다오. 천지신명이시여, 제발 나를 이대로 비참하게 데려가지 마시옵소서….'
칠흑 같은 절망 속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나는 혀가 말려 들어간 입안으로 비명을 지르며 기원하고 또 기원했다. 하지만 바깥에서는 이미 열쇠의 복사가 끝났는지 건배를 하며 축배를 드는 끔찍한 웃음소리만이 내 귓가를 때리고 있었다. 내 생의 마지막 밤이 이토록 처절하게 저물어간다고 체념하며 두 눈을 질끈 감으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 2: 푸른 눈의 침술녀, 은혜를 갚으러 돌아오다
바깥의 소란스러운 연회 소리를 뚫고, 객주 본채의 거대한 대문 쪽에서 웬 낯선 여인의 카랑카랑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물러서라! 나는 대객주 어르신의 목숨을 살리러 온 의원이니, 당장 길을 비키란 말이다!"
"이 무슨 미친 여편네가 밤중에 행패냐! 대객주 어르신은 지금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하고 계신다. 게다가 네년의 꼴을 보아하니 생김새가 해괴망측한 서역(西域)의 잡종이 아니냐! 어디서 요망한 짓거리냐, 당장 쫓아내라!"
마당에서 객주를 지키는 사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에, 툇마루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첫째 아들과 도행수가 짜증 섞인 발걸음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거칠게 안방 문이 열리는 기척과 함께 누군가 내 방 안으로 훌쩍 들어서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흐릿해진 시야를 억지로 굴려 문 쪽을 바라본 순간, 나는 숨이 멎을 듯한 충격과 함께 십 년 전의 아스라한 기억 하나가 번쩍하고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내 방 한가운데 선 여인. 쪽을 진 머리 모양을 하고 조선의 고운 명주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었으나, 그녀의 외모는 결코 평범한 조선 여인의 것이 아니었다. 머리칼은 짙은 갈색빛이 감돌았고, 무엇보다 창호지를 뚫고 들어온 희미한 달빛에 반사된 그녀의 두 눈동자는 서역(西域)의 깊은 오아시스를 연상케 하는 눈부시도록 푸르고 맑은 청록색을 띠고 있었다. 오뚝한 콧날과 이국적인 선을 가진 그녀의 품에는 육중한 나무 약조(藥槽)가 단단히 들려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이라. 십 년 전, 내가 청나라 국경인 의주에서 상단을 이끌고 무역을 하던 시절, 노예 시장에서 죽어가는 것을 내 사재를 털어 구해주었던 서역 상인과 조선 여인 사이의 혼혈 고아였다. 총명했던 그녀에게 의술의 재능이 있음을 간파하고, 거금을 들여 명나라의 이름난 의원 밑에서 의술을 배우도록 뒷바라지해 주었던 아이. 바로 그 아이라가 어엿한 성인이 되어 내 눈앞에 기적처럼 서 있는 것이었다.
"네 이년!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방문을 열고 들어오느냐! 끌어내라!"
뒤늦게 달려온 첫째 아들과 도행수가 씩씩거리며 아이라의 팔을 거칠게 잡고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아이라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싸늘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로 그들을 매섭게 쏘아보며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
"이 손 놓지 못할까! 네놈들이 진정 객주의 대를 잇고 싶다면 당장 내 말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르신은 지금 온몸의 기혈이 거꾸로 막혀 사지가 마비된 상태다. 이대로 이틀만 더 방치하면 완전히 숨을 거두실 터인데, 어르신이 유언장 하나 똑바로 남기지 못하고 이대로 객사하신다면 관아의 조사는 물론이요, 상단에 돈을 댄 권문세가들이 빚을 핑계로 이 객주를 공중분해 시켜버릴 것이다! 네놈들이 그토록 탐내는 지하 금고의 열쇠 역시, 어르신이 직접 입을 열어 비밀 번호를 말해주지 않으면 억지로 열었다간 안의 폭약이 터져 금괴가 모두 녹아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정녕 모른단 말이냐!"
아이라의 당돌하고도 논리 정연한 거짓말 섞인 협박에, 첫째 아들과 도행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지하 금고에 폭약이 설치되어 있다는 말은 순전한 거짓말이었지만, 도둑질을 하려던 그들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 그게 사실이냐? 네년이 대체 의술을 어찌 안다고!"
"나는 명나라 태의원(太醫院)에서 직접 황실의 비전 침술을 전수받고 온 서역의 침술사다. 내게 딱 닷새, 아니 사흘의 시간만 다오.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나 홀로 어르신을 독대하여 비전의 불 침술을 시술한다면, 병을 완치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사지를 움직이고 분명한 목소리로 유언장을 작성하며 금고의 비밀을 털어놓을 기력은 되찾게 해줄 수 있다! 네놈들의 알량한 상속을 위해서라도, 어르신의 목소리가 필요하지 않느냐!"
탐욕에 눈이 먼 자식과 수하들은 아이라의 그 말에 완벽하게 넘어가고 말았다.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언장과 금고의 비밀 번호를 얻어내 완벽하게 재산을 독식하겠다는 그들의 짐승 같은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조, 좋다. 딱 사흘이다! 사흘 안에 아버님이 입을 열지 못하시면 네년의 목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여봐라, 사흘 동안 이 안방 주변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라!"
첫째 아들과 도행수는 으름장을 놓으며 방을 빠져나갔고, 무거운 안방 문이 굳게 닫히며 밖에서 자물쇠가 채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완벽한 고립. 방 안에는 꼼짝 못 하는 나와 푸른 눈의 침술녀 아이라, 단둘만이 남게 되었다. 바깥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토록 당당하고 서슬 퍼렇던 아이라의 표정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그녀의 커다란 푸른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녀는 내 머리맡으로 다가와 털썩 주저앉더니, 차갑게 굳어버린 내 두 손을 조심스레, 그리고 아주 소중하게 부여잡았다.
"대객주 어르신… 저 아이라입니다. 십 년 전, 짐승처럼 팔려 가던 저를 사람으로 거두어주시고 새로운 삶을 열어주셨던 은인… 어르신의 은혜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어쩌다 이토록 참담한 모습으로 병석에 누워 계신단 말입니까…."
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내 얼음장 같은 손등 위로 뚝뚝 떨어졌다. 나는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동공으로 그녀에게 절박한 구조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의 두 눈에서 흐르는 원통한 눈물을 본 아이라는 결연한 표정으로 윗도리의 소매를 걷어붙였다.
"어르신, 아무 걱정 마십시오. 바깥의 저 승냥이 같은 놈들이 어르신의 피땀 어린 객주를 삼키는 꼴은 제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역의 비전과 명나라의 황실 침술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제 목숨을 깎아서라도 어르신의 막힌 기혈을 뚫어내고 다시 이 한양 땅에 호랑이처럼 우뚝 서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조금 고통스러우시더라도 참아내셔야 합니다."
아이라의 푸른 눈동자에는 나를 반드시 살려내고야 말겠다는, 그리고 나의 복수를 완성해주겠다는 맹렬한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 3: 불의 침술과 뜨거운 체온, 부활하는 양기(陽氣)
아이라는 지체 없이 거대한 나무 약조를 열어젖혔다. 그 안에는 길고 짧은 수십 개의 은침(銀鍼)과 금침(金鍼)들이 차가운 달빛을 받아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방 안의 모든 등불을 끄고, 오직 내 머리맡에 아주 굵은 밀랍 초 하나만을 환하게 밝혔다. 그리고 내 몸을 덮고 있던 무거운 비단 이불을 걷어내고, 땀에 전 하얀 속적삼마저 모두 벗겨내어 마비된 내 상반신과 하반신을 완전히 드러내었다.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버린 내 노구(老軀)는 부끄러움조차 느낄 기력 없이 처참하게 메말라 있었다.
"어르신, 지금 어르신의 몸은 중풍의 끔찍한 한기(寒氣)가 오장육부와 혈맥을 완전히 틀어막아 얼려버린 상태입니다. 일반적인 침술로는 이 두꺼운 얼음벽을 결코 깰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은침을 불에 붉게 달구어 막힌 혈에 꽂아 넣는 서역의 비전, 화침(火鍼)을 시술할 것입니다.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동반될 것이나, 비명조차 지르실 수 없으니 속으로 끝까지 인내하셔야 합니다."
아이라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그녀는 가장 굵고 긴 은침 하나를 집어 들더니, 밀랍 초의 붉은 불꽃 위로 가져갔다. 은침의 끝이 불길을 머금고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치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붉게 달궈진 은침이 내 굳어버린 단전(丹田) 한가운데를 정확하고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흐읍…!"
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살갗이 타들어 가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독한 고통이 척수를 타고 뇌리를 강타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 아이라는 연거푸 은침을 불에 달구어 내 명치, 가슴, 어깨, 그리고 허벅지의 막힌 혈맥 곳곳에 무자비하리만치 거침없이 화침을 꽂아 넣었다. 내 몸뚱어리에는 수십 개의 붉은 화침이 고슴도치처럼 박혔고, 바늘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극강의 열기가 핏줄 속에 응어리진 차가운 죽은 피들을 강제로 녹여내며 길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라의 이마에 굵은 식은땀이 맺혔다. 그녀는 내 가슴에 귀를 대어 맥박을 확인하더니,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럴 수가… 화침의 열기만으로는 뚫리지 않습니다. 어르신의 몸속에 깃든 한기가 너무도 깊고 오래되어, 침의 열기가 닿기도 전에 식어버리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오히려 화기로 인해 심장이 멎을 수도 있습니다. 밖에서 열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 스스로의 체온을 폭발시켜 단전의 양기(陽氣)를 끌어올릴 강력한 불쏘시개가 필요합니다."
아이라는 잠시 무언가를 결심한 듯 푸른 눈동자를 굳게 빛내더니,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이 입고 있던 고운 명주 저고리의 옷고름을 천천히 풀었다. 이어서 하얀 치마와 속적삼마저 미련 없이 벗어 던졌다. 촛불 아래, 눈부시도록 희고 풍만한 서역 여인의 아름다운 나신(裸身)이 온전히 드러났다. 당황한 내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지만,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체인 상태로 내 몸 위로 올라왔다.
"어르신…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지금 제 피 끓는 체온과 제 생명력을 직접 나누어드리지 않으면 어르신을 살릴 방도가 없습니다. 제 심장 박동과 온기를 느끼며, 제발 멈춰버린 양기를 깨워내십시오."
아이라는 수십 개의 화침이 박혀 피가 배어 나오는 내 흉측한 상체 위로, 자신의 뜨겁고 부드러운 알몸을 완벽하게 밀착시켰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내 앙상한 가슴팍에 닿았고, 땀에 젖은 그녀의 뜨거운 살결이 얼음장 같은 내 몸통을 빈틈없이 감싸 안았다. 그녀의 심장이 뛰는 쿵쾅거리는 소리가 내 피부를 뚫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순간이었다. 내 살을 태우듯 파고든 수십 개의 화침 끝에서 뿜어지는 극한의 불기운과, 나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전해져오는 이국의 아름다운 여인의 뜨거운 육체적 체온이 내 단전 한가운데서 맹렬하게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질적이면서도 완벽한 두 개의 열기가 융합되자, 기적 같은 화학 작용이 일어났다. 수십 년간 내 몸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잠들어 있던, 사내로서의 근원적인 양기(陽氣)가 마치 활화산이 폭발하듯 굉음을 내며 미친 듯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우두둑, 우둑!
차갑게 굳어있던 혈관이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며 뚫리는 소리가 들렸다. 피가 역류하듯 거세게 온몸을 돌며 시체 같았던 피부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극심한 고통은 어느새 끓어오르는 쾌감과 생명력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굳어있던 내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미세하게 까딱하고 움직였다. 기적이었다.
"어… 어르신…!"
내 손가락의 움직임을 느낀 아이라가 기쁨의 눈물을 쏟아내며 내 입술에 자신의 뜨거운 입술을 깊게 포갰다. 그녀의 숨결이 내 폐부로 밀려 들어오자, 목구멍을 막고 있던 검고 탁한 피가 울컥하고 터져 나오며 마침내 굳어있던 내 성대가 거칠게 열렸다.
"크으윽… 허억… 아… 아이라…."
죽음의 강을 건넜던 한양 최대의 대객주가, 자신을 버린 이리 떼들을 도륙할 무서운 복수심과 새로운 양기로 무장한 채 마침내 두 눈을 번쩍 뜨고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 4: 부활한 대객주, 텅 빈 창고의 유산
죽음의 문턱에서 맹렬한 양기(陽氣)를 폭발시키며 깨어난 지 사흘째 되는 날의 이른 아침이었다. 고요하던 안방 문밖에서는 동이 트기 무섭게 수십 명의 발소리가 분주하게 오가더니, 이내 덜그럭거리는 무거운 쇳소리와 함께 바깥에서 칭칭 채워두었던 거대한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의 공기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으나, 내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기운은 당장이라도 맹수를 찢어 죽일 듯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사흘 전 짐승만도 못한 역모를 꾸미던 자들을 단죄할 완벽한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서역의 침술녀! 우리가 약조한 사흘이라는 시간이 모두 지났다. 아버님의 숨이 아직 붙어 있느냐! 유언을 남기실 입은 제대로 여셨느냐!"
쾅- 하는 파열음과 함께 거칠게 안방 문을 열어젖힌 첫째 아들과 도행수는, 의기양양하고도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방 안으로 거침없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등 뒤로는 상단의 수하들이 병풍처럼 도열해 있었고, 두 사람의 손에는 지난밤 은밀히 쇳대장이를 시켜 수십 개로 복사해 둔 가짜 창고 열쇠 꾸러미가 뱀의 혓바닥처럼 짤랑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시반이 피어오른 내 차가운 시신이 굳어 있거나, 아니면 온몸의 마비와 고통에 몸부림치며 겨우 숨만 붙어 금고의 비밀 번호를 애타게 털어놓을 가련하고 비참한 늙은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기세등등하게 안방으로 들어선 그들의 두 발걸음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이라도 맞은 듯 마룻바닥에 쩍하고 얼어붙고 말았다.
"네 이놈들. 윗사람이 거처하는 방문을 여는 꼬락서니가, 예의라곤 썩은 국밥에 말아 먹은 시정잡배만도 못하구나. 문지방을 밟고 선 그 더러운 발들을 당장 치우지 못할까."
방 안 한가운데, 화려한 호피 가죽 위에 가부좌를 틀고 바위처럼 꼿꼿하게 앉아 있는 자.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눈동자만 간신히 굴리던 반송장 시체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십수 년 전 험난한 만주 벌판을 호령하며 청나라 거상들의 기를 꺾어버리던 시절의 그 무시무시하고도 맹렬한 대객주의 모습으로,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발이 성성했던 내 머리칼은 어느새 짙은 흑빛을 띠고 있었고, 앙상했던 어깨와 가슴팍은 터질 듯한 근육으로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내 곁에는 푸른 눈의 아이라가 단정한 자태로 앉아, 싸늘하고도 비웃음 섞인 미소를 머금은 채 그들의 경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아… 아… 아버님?! 이,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이옵니까… 분명 전신이 마비되시어 숨이 넘어가고 계셨거늘… 어찌하여 옥체가 이리 장정처럼…!"
첫째 아들은 대낮에 귀신이라도 본 듯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사시나무 떨듯 뒷걸음질을 쳤고, 도행수의 손에 단단히 들려 있던 가짜 열쇠 꾸러미가 짤랑거리며 마룻바닥으로 속절없이 툭 떨어졌다. 나의 호랑이 같은 매서운 눈빛과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사내의 기운에 완전히 짓눌린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무릎이 꺾이며 방바닥에 벌레처럼 납작 엎드리고 말았다.
"왜, 내 숨이 끊어지고 몸이 썩어 문드러져야 할 터인데, 이리 두 눈을 부릅뜨고 기운차게 살아나니 등골이 오싹하고 지옥문이 활짝 열린 것 같으냐? 사흘 전, 이 얇은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네놈들이 낄낄거리며 나누던 그 짐승 같은 역모를 내가 듣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더냐. 내 허리춤에서 열쇠의 밀랍 본을 몰래 뜨고, 쇳대장이를 불러 금고 열쇠를 수십 개로 복사하던 그 역겹고 더러운 작당 모의를 내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나의 벼락같은 사자후가 거대한 안방을 넘어 객주 본채의 기와지붕을 쩌렁쩌렁 울렸다. 굳어있던 성대가 화침(火鍼)과 서역 여인의 뜨거운 체온으로 완벽하게 뚫려, 오히려 예순다섯 평생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묵직하고 우렁찬 쇠창살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아버님! 오해이옵니다! 살려주시옵소서! 저희는 그저 아버님의 옥체가 걱정되어, 상단의 혼란을 막고자 임시로 방편을 마련한 것뿐이옵니다!"
"입 닥쳐라, 이 짐승만도 못한 패륜아 놈아! 피를 나눈 아비가 죽어가는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금괴 열쇠부터 도둑질하는 것이 핏줄이 할 짓이더냐! 네놈들이 그토록 내 객주와 수십 개의 창고 재산들이 탐이 난다 하였지? 그래, 내 친히 너희들의 그 지독하고 추악한 소원을 오늘 완벽하게 들어주마."
나는 품속에서 미리 준비해 둔 두 개의 두툼하고 낡은 쇳대 꾸러미를 꺼내어,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떠는 아들놈과 도행수의 얼굴에 사정없이 냅다 집어 던졌다. 무거운 쇳덩이들이 그들의 뺨과 이마를 때리며 붉은 피가 맺히는 날카로운 상처를 냈지만, 그들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내 말에 황급히 고개를 들어 탐욕스러운 눈을 번뜩였다. 그 알량하고 저열한 욕망의 눈동자가 나를 더욱 구역질 나게 만들었다.
"이 열쇠들은 한양 마포루에 있는 제3 창고와, 저 멀리 뚝섬에 있는 제5 창고의 진짜 열쇠다. 네놈들이 그토록 밤잠을 설치며 원하던 내 객주의 알토란 같은 유산이니, 오늘부로 이 열쇠를 가지고 내 집에서 당장 짐을 싸서 꺼지거라!"
순간, 첫째 아들과 도행수의 일그러진 얼굴에 찰나의 멍청한 환희와 의구심이 교차했다. 아버지가 비록 모든 것을 알아채고 대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핏줄의 정과 오랜 수하의 공로를 끊어내지 못해 자신들에게 거대한 창고 두 개를 물려주고 쫓아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고 완벽하게 착각한 것이다. 도행수가 뺨에 흐르는 피도 닦지 않은 채, 떨리는 두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꽉 쥐며 뱀처럼 굽실거렸다.
"대, 대객주 어르신…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요. 하오나 저희의 과오를 용서하시고 이렇게 어마어마한 은혜를 베풀어 큰 창고를 내려주시다니… 쫓겨나서라도 평생 그 깊은 은혜를 잊지 않고 상단을 키우겠습니다요."
"하하하! 으하하하! 크하하하!"
나는 배를 부여잡고 방 안이 떠나가라 미친 듯이, 아주 통쾌하게 폭소를 터뜨렸다. 나의 기괴하고도 서늘한 웃음소리에 두 놈의 비굴한 미소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
"은혜라 하였느냐? 이 천하의 멍청하고 한심한 것들아. 네놈들이 방금 손에 쥔 마포루의 제3 창고는 지난달 엄청난 폭우로 지붕이 무너져 내려, 내부에 있던 최고급 명주와 비단 수만 필이 진흙탕에 파묻혀 모두 썩어 문드러진 텅 빈 쓰레기장이며, 뚝섬의 제5 창고는 내가 의주에서 청나라 상인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빌릴 때 담보로 잡혀 내일모레 수십 명의 빚쟁이들이 칼을 들고 압류하러 들이닥칠 생지옥의 불 구덩이다! 내가 평생 피눈물을 흘리며 모은 진짜 황금과 은정은 단 한 줌도 너희 같은 쓰레기들에게 줄 수 없다. 네놈들이 받은 그 열쇠는, 너희들의 남은 인생을 처참한 빚더미와 사지 잃은 파멸로 이끌 완벽한 지옥의 열쇠인 줄도 모르고 좋아라 하는구나!"
나의 잔혹하고도 완벽한 선언에, 그제야 사태의 전말을 정확히 파악한 두 사람의 얼굴이 마치 사약을 받은 죄인처럼 시퍼렇게 사색이 되었다. 그들이 훔치려던 본 열쇠와, 진짜 금괴가 숨겨진 비밀 금고의 위치는 오직 내 머릿속에만 존재했고, 나는 그들의 눈먼 탐욕을 역이용해 가장 쓸모없고 위험천만한 창고의 거대한 골칫거리들을 유산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그들의 목줄에 단단히 매달아 던져버린 것이다.
"아, 아버님! 이, 이러실 수는 없사옵니다! 제발 거두어 주시옵소서! 빚더미라니요! 저는 아버님의 피를 이은 유일한 장남이옵니다!"
"내게 핏줄은 없다! 나를 아비라 부르는 짐승은 사흘 전 내가 피를 토하며 누워있을 때 이미 죽었다! 여봐라! 내 그림자들, 암영(暗影)들은 대체 어디 있느냐!"
내가 손뼉을 거칠게 두 번 치자, 마당 곳곳에 숨어 있던, 오직 대객주인 나 한 사람에게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칠흑 같은 무복의 호위 무사들 이십여 명이 순식간에 문을 박차고 안방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사흘 동안 내가 꼼짝하지 않자 모습을 감추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으나, 내 기운찬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마자 어둠 속에서 곧바로 달려온 것이다.
"저 두 놈의 몸에 걸친 비단옷을 모두 갈기갈기 찢어 알몸으로 만들어버리고, 저 가짜 열쇠 꾸러미와 빚더미 창고 열쇠만 두 손에 쥐여준 채 당장 한양 도성 밖 더러운 길거리에 짐짝처럼 내동댕이쳐라! 다시는 내 객주의 반경 십 리 안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만약 내 눈에 띄면 그 즉시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 굶주린 들개 먹이로 던져주어라!"
나의 서슬 퍼렇고 무자비한 명령에 무사들이 주저 없이 달려들어 두 놈의 상투를 휘어잡고 질질 끌고 나갔다. 살려달라, 한 번만 용서해 달라며 바닥에 손톱이 빠지도록 긁으며 울부짖는 처절한 비명 소리가 객주 마당을 요란하게 메아리쳤지만, 내 가슴속에는 한 치의 일말의 동정심이나 망설임도 일지 않았다. 십수 년간 나를 속이고 내 살을 갉아먹던 굶주린 이리 떼들을 완벽하고도 통쾌하게 쓸어버린 순간, 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며 무서운 사내의 기운이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 5: 폭발하는 단전, 서역 여인과의 뜨거운 합궁
배신자들을 모두 무자비하게 처단하고, 객주 본채의 어지러운 상황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한양의 하늘에는 어둠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둥글고 커다란 보름달이 구름 사이를 뚫고 나와 안방의 하얀 창호지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모든 무사들과 수하들을 밖으로 물리치고 굳게 문을 닫은 고요한 안방에는, 기적적으로 젊음을 되찾고 부활한 나와 나를 지옥의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푸른 눈의 이국적인 침술녀, 아이라 단둘만이 남았다.
방 안에는 낮에 아이라가 피워둔 은은하고도 몽환적인 서역의 향료 냄새가 짙게 감돌고 있었고, 방 모서리에 세워둔 거대한 밀랍 초 몇 개만이 붉은빛을 일렁이며 우리의 상기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방 한가운데 우뚝 서서, 사흘 전 수십 개의 화침(火鍼)이 뚫고 지나간 붉은 자국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내 구릿빛 가슴과 강철처럼 단단해진 두 팔뚝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예순다섯이라는 세월에 늘어지고 쭈글쭈글하게 병들었던 살가죽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삼십 대 가장 피 끓던 시절로 신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 온몸의 잔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전 가장 깊은 곳에서는 마치 용암이 분출하듯 뜨겁고 거대한 양기(陽氣)가 쉼 없이 소용돌이치며 내 이성을 맹렬하게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극한의 불기운을 가진 화침과, 이국 여인의 생명력이 빚어낸 완벽하고도 잔인한 회춘의 기적이었다.
나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돌려, 방구석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나무 약조를 정리하고 있는 아이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짙고 풍성한 갈색 머리칼이 가녀린 목덜미를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려 있었고, 서역 혼혈 특유의 깊고 입체적인 이목구비는 붉은 촛불을 받아 눈부시도록 고혹적으로 빛났다. 사흘 전 그 절체절명의 밤, 죽어가는 나를 살리기 위해 주저 없이 명주 저고리를 벗어 던지고, 나체로 내 몸에 올라타 자신의 체온과 숨결을 불어넣던 그녀의 숭고하고도 치명적이었던 나신의 자태가 머릿속을 강렬하게, 그리고 아주 관능적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아이라."
나의 짐승처럼 낮고 묵직한 부름에, 약통을 만지작거리던 아이라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깊고 투명한 청록색 눈동자가 이글거리는 내 눈빛과 허공에서 정면으로 마주치자, 그녀의 뽀얀 뺨이 순식간에 잘 익은 복숭아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사흘 전의 생사를 넘나들던 급박했던 상황과는 달리, 이제는 완벽하고 강인한 사내의 육신으로 부활한 나와 어두운 방 안에 단둘이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 역시 묘한 긴장과 여인으로서의 강렬한 떨림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대… 대객주 어르신. 옥체는 이제 진정 평안하신지요. 몸 곳곳에 남은 화침 자국에 화기가 올라 독이 퍼지지 않게, 어서 서역의 고약을 발라드려야 하옵니다…."
그녀가 옥으로 만든 약통을 들고 더듬거리며 내 곁으로 조심스레 다가오려 할 때였다. 나는 짐승이 먹잇감을 낚아채듯 성큼 다가가,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부드럽지만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게 아주 강하게 움켜쥐었다. 내 억센 손아귀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체온에 아이라가 작게 숨을 들이켜며 어깨를 떨었다.
"내 썩어가는 목숨을 구하고, 내 객주를 이리 떼들로부터 지켜낸 진정한 은인은 바로 너다. 십 년 전, 눈보라 치던 의주 장터에서 노예로 팔려 가던 너를 구한 것이, 내 예순다섯 평생 거상으로 살아오며 남긴 가장 훌륭하고 눈부신 장사였구나. 이제 나를 더 이상 어르신이라 부르지 말아라. 내 육신은 지금 네가 온몸으로 불어넣은 그 뜨거운 생명력 덕분에,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부수어버릴 듯 펄펄 끓는 사내가 되어버렸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강하게 감싸 안고, 바위처럼 단단한 내 품으로 그녀의 몸을 거칠게 끌어당겼다.
"아읏…."
내 넓은 가슴에 훅 하고 부딪힌 아이라의 붉은 입술 사이로 작고 달콤한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내 거친 손길에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두 팔을 조심스럽게 뻗어 내 굵고 단단한 목을 애틋하게 감싸 안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아닌, 오랫동안 숨겨왔던 깊은 연모의 정이 눈물처럼 맺혀 있었다.
"십 년 전… 저를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주신 그 눈 내리던 날부터, 제 목숨도, 제 마음도, 제 이 누추하고 보잘것없는 몸뚱어리도 모두 어르신의… 아니, 오직 당신 한 분만의 것이었습니다. 당신을 살리고 당신을 품을 수만 있다면, 저는 수백 번이라도 펄펄 끓는 불기둥에 제 심장을 내어줄 수 있습니다."
아이라의 푸른 눈동자에 고인 눈물이 촛불에 반짝이며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의 절절하고 맹렬한 고백은, 내 단전에서 무섭게 소용돌이치던 양기에 기름을 들이붓는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불꽃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끓어오르는 짐승 같은 본능을 억누르지 않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붉고 촉촉한 입술에 내 뜨거운 입술을 아주 깊고 맹렬하게 포갰다. 우리의 거친 숨결이 빈틈없이 엉키자, 아이라의 입술 사이로 억눌렸던 달콤한 신음이 방 안의 정적을 깨고 관능적으로 울려 퍼졌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몸을 꽉 조이고 있던 고운 명주 저고리의 옷고름을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풀어 내렸다. 사흘 전에는 내 꺼져가는 생명을 깨우기 위한 구원의 나신이었으나, 지금 붉은 촛불 아래 온전히 드러난 그녀의 새하얀 속살과 풍만한 가슴의 곡선은 완벽한 여인의 뇌쇄적인 유혹 그 자체였다.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녀의 둥근 목덜미와 깊게 파인 쇄골을 따라 짐승처럼 거칠게 입을 맞추어 내려가자, 아이라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온몸을 무방비하게 내어준 채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하아… 마, 마님… 너무, 너무 뜨겁습니다… 제 몸이 통째로 불에 타 녹아내릴 것만 같습니다…."
나의 맹렬하고 집요한 애무에 아이라의 온몸이 활대처럼 휘어지며 파르르 떨렸다. 극한의 화침을 견뎌내며 내 몸속 뼛속 깊이 축적된 거대한 불의 기운과, 오랫동안 나를 연모하며 기다려 온 서역 여인의 깊고 끈적한 사랑이 하나의 붉은 이불 위에서 완벽하게 융합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나는 그녀의 몸과 마음이 나를 향해 빗장 하나 없이 온전히 열린 것을 느끼며, 폭발할 듯 팽창한 사내의 무서운 힘을 거침없이, 그러나 세상 그 무엇보다 부드럽게 그녀의 품 깊숙한 곳으로 남김없이 쏟아부었다.
밤이 얼마나 깊어갔는지, 달빛이 어느 방향으로 기울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거대한 밀랍 초가 촛농을 흘리며 다 타들어가고 방 안이 짙은 어둠과 땀 냄새에 잠길 때까지, 고요한 안방에서는 부활한 거상과 서역 여인의 땀방울이 뒤섞인 뜨겁고 거친 숨소리가 밤새도록 그칠 줄 모르고 짐승처럼 이어졌다. 죽음의 문턱을 단숨에 넘어선 사내의 억눌렸던 회춘의 거대한 에너지는 그녀의 몸속에서 찬란한 불꽃으로 타올랐고, 아이라 역시 자신의 모든 생명력을 기꺼이 내어주며 나와 완벽한 하나가 되었다. 썩어빠진 한양의 차가운 밤하늘 위로, 복수를 끝낸 두 남녀의 이 완벽하고도 짐승 같은 사랑의 서막이 아주 깊고 농밀하게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 6: 황금빛 야반도주, 그리고 거지왕과의 약속
폭풍 같았던, 그리고 내 생애 가장 뜨겁고 황홀했던 정사의 밤이 지나고, 새벽의 푸스름한 여명이 안방의 하얀 창호지를 뚫고 희미하게 스며들 무렵이었다. 밤새 이어진 격렬한 사랑에 땀에 흠뻑 젖은 짙은 머리카락을 내 넒은 가슴에 기댄 채 곤히 잠들어 있던 아이라가, 내 부드러운 손길에 부스스 눈을 떴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밤사이의 열락을 증명하듯 나른하고도 매혹적으로 빛나고 있었고, 붉게 부어오른 입술에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평온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벌써 동이 트려 하옵니다…. 제 평생 이토록 황홀하고 가슴 벅찬 밤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르신의, 아니 당신의 품에 안겨 이리 눈을 뜨니, 이제 저는 당장 숨을 거둔다 해도 더 이상의 여한이 없습니다."
아이라가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내 굵고 단단한 팔뚝에 아주 깊게 입을 맞추었다. 나는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큰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며,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밤새 그토록 에너지를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마치 깃털처럼 가벼웠고 단전에서는 여전히 기운이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죽긴 왜 죽는단 말이냐. 어젯밤의 합궁은 끝이 아니라, 우리의 진짜 위대한 인생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신호탄이다. 어서 옷을 주워 입거라. 이 지긋지긋하고 썩어빠진 냄새나는 한양 땅을 당장 오늘 완전히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
나의 단호하고도 뜻밖의 말에 아이라가 놀란 듯 눈을 커다랗게 동그랗게 떴다.
"떠나시다니요? 어제 그 배은망덕한 배신자들을 모두 내쫓으시고 이 거대한 객주를 다시 온전히 되찾으셨거늘, 대체 어딜 간단 말씀이십니까? 다시 상단을 일으켜 세우셔야지요."
"이 한양 바닥은 이미 썩어 문드러진 권문세가들의 탁한 정치 자금 다툼과, 떡고물을 노리고 언제 내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승냥이 같은 무리들로 득실거리는 역겨운 진흙탕이다. 부와 권력을 움켜쥔 양반이라는 자들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짓거리도 신물이 난다. 나는 예순다섯이라는 황혼의 나이에 네 숭고한 희생 덕분에 기적처럼 새로운 젊음과 사내의 강력한 육신을 얻었다. 이 하늘이 내린 귀한 두 번째 삶을, 이런 좁아터지고 냄새나는 조선 땅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상권 싸움에 낭비하고 싶지 않구나."
나는 바닥에 떨어진 무복을 꿰어 입고 침상 아래로 성큼 내려갔다. 그리고 안방 구석, 화려한 호피 병풍 뒤에 깔린 두꺼운 비단 양탄자를 확 걷어내고, 바닥의 단단한 나무 널빤지 세 개를 거칠게 뜯어내었다. 그곳에는 사람의 팔뚝만 한 두꺼운 강철 고리가 박혀 있었고, 내가 끓어오르는 기력을 한데 모아 힘을 주어 당기자 육중하고 무거운 쇳소리와 함께 방바닥 전체가 열리며 지하로 향하는 은밀하고 깊은 돌계단 통로가 나타났다.
내가 횃불을 밝혀 들고 아이라의 손을 이끌어 차가운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자, 엄청난 규모의 지하 석실 안에 숨겨져 있던 비현실적이고 어마어마한 풍경이 붉은 불빛 아래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젊은 시절부터 목숨을 걸고 청나라와 왜국을 상대로 독점 무역을 하며, 가장 순도 높은 황금만을 골라 녹여 만든 수만 냥의 진짜 금괴(金塊)들과 희귀한 보석 상자들이 천장까지 산더미처럼 빽빽하게 쌓여 있었다.
"이 막대한 황금들과 보석이면 청나라의 상업 심장부를 집어삼키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네 고향인 저 멀고 먼 서역 땅끝까지 진출하여, 세상에 없던 가장 거대하고 웅장한 새로운 상단 제국을 건설할 수 있다."
내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십 명의 암영 무사들이 지하 금고로 들어와 황금과 보석들을 궤짝에 담아 은밀히 빼내기 시작했다. 안방의 지하 금고가 텅 비워진 후, 나와 아이라는 짙은 푸른색 새벽 어둠을 틈타 무사들의 철통같은 호위를 받으며 객주를 빠져나왔다. 우리는 마포 나루터로 향하기 전, 텅 빈 한양의 거리를 가로질러 냄새나고 허름한 청계천 수표교 다리 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라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르신, 배가 있는 마포가 아니라 어찌하여 이런 냄새나는 거지 움막촌으로 오시는 것입니까?"
나는 대답 대신 다리 밑의 어두운 그림자를 향해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청계천의 왕초, 춘삼이는 당장 내 앞으로 나오거라."
나의 부름에 다리 밑 거적때기 사이에서 남루한 옷차림을 한 덩치 큰 사내 하나가 허겁지겁 기어 나왔다. 그는 도성의 수백 명 거지들을 거느리는 청계천 거지왕 춘삼이었다. 그 역시 과거 억울하게 관아에 쫓기던 것을 내가 뒤에서 거두어 숨겨주고 목숨을 살려주었던 인연이 있는 자였다. 춘삼은 병들어 죽었다던 대객주가 이토록 기운 넘치는 장정의 모습으로, 그것도 이 새벽에 나타나자 엎드려 절을 올리며 벌벌 떨었다.
"대… 대객주 어르신! 아니, 어찌 옥체가 이리 강건해지셨사옵니까! 소인, 어르신의 묏자리에 찾아가 목놓아 울 준비만 하고 있었사온데…."
"긴말할 시간 없다. 내가 오늘부로 이 썩어빠진 한양을 영원히 떠난다. 자, 이것을 받아라."
나는 품속에서 무거운 황금 덩어리가 가득 든 전대 하나와, 내 상단을 상징하는 붉은 각인이 찍힌 거대한 옥패를 꺼내어 춘삼의 거친 손에 쥐여주었다.
"어, 어르신! 이, 이토록 막대한 재물을 어찌 천한 제게…!"
"나는 뼛속까지 썩어빠진 권문세가들과 내 핏줄의 탐욕에 신물이 나 조선을 떠나지만, 이 나라의 죄 없는 가난한 백성들과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 내가 청나라를 넘어 서역까지 상단을 세워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일 터이니, 매달 그곳에서 번 막대한 은자(銀子)를 상선에 띄워 이 옥패를 가진 네게 몰래 보낼 것이다. 너는 그 돈을 받아 굶주린 자들에게 양식을 나누어주고, 헐벗은 자들에게 옷을 입혀라."
나는 춘삼의 어깨를 단단히 움켜쥐며, 더욱 강렬하고 비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양반들만 글을 읽는 세상은 결국 무너진다. 내 돈으로 한양 도성 곳곳의 빈민촌에 서당(書堂)을 지어라. 돈이 없어 붓을 잡아보지 못한 가난한 아이들을 모두 모아 글을 가르치고, 셈을 가르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띄워주어라. 지식이 곧 힘이다. 그 아이들이 훗날 자라나 이 낡은 조선의 기틀을 부수고 더 강하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되게 할 것이다. 내가 밖에서 재물로 성벽을 쌓을 테니, 너는 이 나라 안에서 사람을 키워내라. 내 뜻을 알겠느냐!"
나의 거대한 비전과 묵직한 호령에, 청계천의 거지왕 춘삼은 감격에 겨워 흙바닥에 이마가 짓이기도록 절을 올리며 통곡했다.
"명심하겠사옵니다! 어르신의 그 크고 깊은 뜻,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기필코 이루어 내겠사옵니다! 부디, 부디 타국에서 강건하시옵소서!"
거지들의 울음 섞인 배웅을 뒤로하고, 나와 아이라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물안개가 짙게 깔린 마포 나루터에 도착했다. 청나라를 향해 웅장한 돛을 올린 거대한 무역선이 떠오르는 황금빛 여명을 받으며 묵직하게 출항할 모든 준비를 마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배의 가장 높은 갑판 뱃머리에 올라서서, 바람에 흩날리는 아이라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며 그녀의 여린 어깨를 아주 단단하고 든든하게 감싸 안았다.
"아이라. 이제 내 남은 두 번째 생은, 네가 목숨을 걸고 열어준 이 젊고 강인한 사내의 몸으로 너를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높은 여인으로 만들고, 천하를 호령하는 거대한 황금의 제국을 세우는 데 온전히 바칠 것이다. 나와 함께 저 넓은 세상의 끝까지 나아가 보겠느냐."
아이라가 벅찬 감동과 행복의 눈물을 흘리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내 넓고 단단한 가슴에 푹 안겼다.
"당신이 앞장서 가시는 길이라면 기꺼이, 가장 기쁜 마음으로 따르겠습니다. 나의 영원한 대객주님."
우리를 실은 거대한 상선이 한강의 거친 물살을 매섭게 가르며 서서히, 한양 땅을 등지고 멀어지기 시작했다. 탐욕에 찌든 무리들을 껍데기 속에 가둬두고, 회춘의 불꽃으로 완벽하게 되살아난 사내와 푸른 눈의 여인은,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의 눈부신 황금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그들만의 거대하고도 새로운 제국을 향해 힘차게 돛을 높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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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을 노리고 다 죽어가던 아비의 창고 열쇠를 훔치려던 자식들을 텅 빈 창고로 속여 내쫓고, 서역에서 온 푸른 눈의 침술녀와 뜨거운 사랑으로 회춘하여 황금빛 야반도주를 감행한 대객주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죽음의 문턱에서 진짜 은인을 만나 진정한 젊음과 막대한 부를 쟁취해 떠나는 사이다 결말이 여러분께 짜릿한 대리 만족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이야기가 통쾌하고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며, 다음 시간에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조선 로맨스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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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컬러펜슬화, no text. 조선시대 화려한 방 안, 흑발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건장한 사내(상투머리)가 푸른 눈동자와 짙은 갈색 머리를 가진 서역 혼혈 미녀(한복, 쪽진머리)를 품에 안고 턱을 괴며 여유롭고 관능적으로 웃는 모습. 따뜻하고 로맨틱한 분위기.
16:9, color pencil drawing, no text. Inside a lavish Joseon room, a sturdy man with black hair and broad shoulders (sangtu) holding a beautiful Western-mixed woman with blue eyes and dark brown hair (Hanbok, jjeokjin meori) in his arms, smiling confidently and sensually. Warm and romantic atmosphere.
※ 씬1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최고급 비단으로 장식된 조선 제일의 거대한 객주 안방 풍경.
16:9, watercolor, no text. The magnificent main room of Joseon's greatest merchant inn, decorated with top-quality silk.
16:9, 수채화, no text. 화려한 금사 이불을 덮고 꼼짝 못 한 채 누워있는 병든 늙은 객주(상투머리).
16:9, watercolor, no text. Sick, old merchant (sangtu) lying motionless under a luxurious gold-embroidered blanket.
16:9, 수채화, no text. 방문 밖 툇마루에서 은밀하고 탐욕스럽게 모의하는 두 남자의 실루엣.
16:9, watercolor, no text. Silhouettes of two men secretly and greedily conspiring on the porch outside the room.
16:9, 수채화, no text. 밀랍으로 창고 열쇠의 본을 뜨며 비열하게 웃는 자식과 수하의 클로즈업.
16:9, watercolor, no text. Close-up of the son and subordinate smiling despicably while making a wax mold of a warehouse key.
16:9, 수채화, no text. 마비된 채 분노와 절망으로 눈물을 흘리는 늙은 객주의 두 눈동자.
16:9, watercolor, no text. The two eyes of the paralyzed old merchant shedding tears of anger and despair.
※ 씬2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객주 마당에서 호위 무사들과 당당하게 대치하는 푸른 눈의 서역 혼혈 여인(고운 한복).
16:9, watercolor, no text. A blue-eyed Western-mixed woman (beautiful Hanbok) confidently confronting guards in the courtyard of the merchant inn.
16:9, 수채화, no text. 육중한 나무 약조(약통)를 들고 단호한 표정으로 안방 문을 열어젖히는 여인.
16:9, watercolor, no text. The woman opening the main room's door with a resolute expression, holding a heavy wooden medicine box.
16:9, 수채화, no text. 방 안에서 첫째 아들과 도행수에게 삿대질하며 매섭게 호통치는 침술녀.
16:9, watercolor, no text. The female acupuncturist fiercely scolding and pointing at the eldest son and the chief merchant inside the room.
16:9, 수채화, no text. 방문이 굳게 닫히고 자물쇠가 채워지는 밖의 모습.
16:9, watercolor, no text. The outside view of the room's door being firmly closed and padlocked.
16:9, 수채화, no text. 늙은 객주의 머리맡에 주저앉아 차가운 손을 꼭 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여인.
16:9, watercolor, no text. The woman sitting by the old merchant's bedside, holding his cold hand tightly and shedding hot tears.
※ 씬3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방 안의 불을 끄고 거대한 밀랍 초 하나만 켜둔 신비롭고 어두운 방안 풍경.
16:9, watercolor, no text. A mysterious, dark room illuminated by only one giant beeswax candle after turning off other lights.
16:9, 수채화, no text. 밀랍 초의 불꽃에 긴 은침을 시뻘겋게 달구는 여인의 진지한 클로즈업.
16:9, watercolor, no text. Serious close-up of the woman heating a long silver needle red-hot over the candle flame.
16:9, 수채화, no text. 늙은 노인의 마비된 몸 곳곳에 붉은 화침이 꽂혀 있는 끔찍하면서도 장엄한 장면.
16:9, watercolor, no text. A gruesome yet majestic scene of red-hot fire acupuncture needles pierced all over the paralyzed old man's body.
16:9, 수채화, no text. 겉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노인의 몸 위로 밀착하여 체온을 불어넣는 여인의 헌신적인 뒷모습.
16:9, watercolor, no text. Devoted back view of the woman pressing her bare body against the old man to transfer her body heat after taking off her outer clothes.
16:9, 수채화, no text. 단전에서부터 붉은 기운이 핏줄을 타고 폭발적으로 퍼져나가며 굳은 손가락이 움직이는 장면.
16:9, watercolor, no text. Scene of the stiff finger moving as red energy explosively spreads through the veins from the lower abdomen.
※ 씬4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사흘 뒤 아침, 거칠게 안방 문을 열고 가짜 열쇠를 들고 들어오는 두 악당.
16:9, watercolor, no text. Three days later in the morning, the two villains roughly opening the door and entering with fake keys.
16:9, 수채화, no text. 호피 가죽 위에 건장한 흑발의 사내로 부활하여 호랑이처럼 매섭게 노려보는 대객주.
16:9, watercolor, no text. The Great Merchant, resurrected as a sturdy black-haired man, glaring fiercely like a tiger while sitting on a tiger pelt.
16:9, 수채화, no text. 대객주의 모습에 기겁하여 바닥에 엎드리고 가짜 열쇠를 떨어뜨린 두 악당.
16:9, watercolor, no text. The two villains dropping the fake keys and prostrating on the floor, terrified by the Great Merchant's appearance.
16:9, 수채화, no text. 악당들의 얼굴에 낡고 녹슨 창고 열쇠 꾸러미를 무자비하게 집어 던지는 장면.
16:9, watercolor, no text. Scene of ruthlessly throwing a bunch of old, rusty warehouse keys at the villains' faces.
16:9, 수채화, no text. 검은 옷을 입은 호위 무사들에게 옷이 찢긴 채 비참하게 질질 끌려나가는 악당들.
16:9, watercolor, no text. The villains being dragged out miserably with their clothes torn by guards dressed in black.
※ 씬5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고요한 방안, 붉은 촛불 앞에 선 건장한 사내와 아름다운 서역 여인.
16:9, watercolor, no text. Quiet room bathed in soft moonlight, a sturdy man and a beautiful Western woman standing in front of red candles.
16:9, 수채화, no text. 구릿빛 근육질의 사내가 여인의 가녀린 손목을 부드럽고 강하게 움켜쥐는 클로즈업.
16:9, watercolor, no text. Close-up of the tanned, muscular man gently but firmly grasping the woman's slender wrist.
16:9, 수채화, no text. 여인의 허리를 감싸 안고 깊고 맹렬하게 입을 맞추는 열정적인 실루엣.
16:9, watercolor, no text. Passionate silhouette of embracing the woman's waist and kissing her deeply and fiercely.
16:9, 수채화, no text. 촛불 아래 하얀 속적삼이 벗겨지며 드러나는 여인의 아름다운 목덜미에 입 맞추는 장면.
16:9, watercolor, no text. Scene of kissing the woman's beautiful nape as her white inner garment slips off under the candlelight.
16:9, 수채화, no text. 붉은 원앙금 이불 위에서 뜨겁게 얽혀 하나가 된 남녀의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실루엣.
16:9, watercolor, no text. Sensual and beautiful silhouette of the man and woman passionately entwined as one on a red blanket.
※ 씬6 이미지 (5장)
16:9, 수채화, no text. 새벽빛이 스며드는 방, 바닥의 널빤지를 뜯어내고 비밀 지하 통로를 여는 사내.
16:9, watercolor, no text. Room with dawn light seeping in, the man tearing up floorboards and opening a secret underground passage.
16:9, 수채화, no text. 횃불 아래 드러난, 천장까지 산더미처럼 쌓인 진짜 금괴와 보석 상자들의 눈부신 풍경.
16:9, watercolor, no text. Dazzling sight of real gold bars and jewel boxes piled up like mountains to the ceiling, revealed under torchlight.
16:9, 수채화, no text. 호위 무사들이 은밀하게 나무궤짝에 황금을 담아 어두운 골목으로 실어나르는 장면.
16:9, watercolor, no text. Scene of guards secretly packing gold into wooden crates and carrying them through a dark alley.
16:9, 수채화, no text. 물안개가 낀 새벽 강가, 청나라를 향해 돛을 올린 거대한 무역선에 오르는 두 사람.
16:9, watercolor, no text. Misty dawn riverbank, the two people boarding a massive trading ship with its sails raised towards Qing.
16:9, 수채화, no text. 떠오르는 붉은 아침 해를 배경으로 뱃머리에서 서로를 안고 희망차게 미소 짓는 사내와 여인.
16:9, watercolor, no text. The man and woman smiling hopefully while hugging each other at the bow, against the backdrop of the rising red morning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