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늙은 부자의 식은 가슴을 다시 뛰게 한 여종의 한밤의 용기” 『패관잡기』
태그 (20개)
#조선시대, #야담, #전설, #스르르잠드는야담, #오디오북, #늙은부자, #여종, #사랑, #용기, #해피엔딩, #신분차이, #패관잡기, #조선야사, #역사이야기, #로맨스, #궁궐야사, #민담, #잠못드는밤
조선시대, 야담, 전설, 스르르잠드는야담, 오디오북, 늙은부자, 여종, 사랑, 용기, 해피엔딩, 신분차이, 패관잡기, 조선야사, 역사이야기, 로맨스, 궁궐야사, 민담, 잠못드는밤



후킹멘트 (300자)
텅 빈 저택, 재산만 노리는 자식들 속에서 늙은 부자의 가슴은 차갑게 식어갔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그 밤, 천하디 천한 여종이 그의 방문을 열었습니다. "대감마님, 이대로 가시면 아니 됩니다." 그녀의 떨리는 손이 닿는 순간,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신분을 넘어선 하룻밤의 용기가 불러온 기적, 그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패관잡기』에 전해지는, 늙은 부자와 여종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을 가졌으나 마음이 죽어버린 늙은 부자와, 천한 신분이지만 용기를 낸 여종의 하룻밤. 이는 단순한 정욕이 아닌,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운명을 바꾼 용기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스르르 잠드는 야담이 들려주는 19금 로맨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식어버린 심장
한양에서도 으뜸가는 부자, 김 대감. 그의 저택은 아흔아홉 칸이라 불릴 만큼 거대했지만,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것은 온기(溫氣)가 아닌 냉기(冷氣)였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김 대감은 대청마루에 홀로 앉아, 텅 빈 뜰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는 조선 팔도에서 나는 귀한 약재와 산해진미를 다 맛보았고, 손에 쥐어보지 못한 재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의 가슴은 마치 엄동설한의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습니다.
"콜록, 콜록"
마른기침이 텅 빈 마루를 울렸습니다. 수십 년 전, 호랑이처럼 장터를 호령하고 정계의 거물들과 어울리던 기백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아내와는 수년 전 사별했고,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두었으나, 그들은 아비의 안위(安慰)보다는 아비의 재산 목록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문안을 와서는, 대감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척하더니, 실은 약지에 낀 값비싼 옥반지를 가늠해 보고 있었습니다. 딸년은 또 어떠했습니까. 몸에 좋다는 탕약을 들고 와서는, 아비의 기력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방 안에 놓인 자개농의 값어치를 눈으로 매기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눈빛은 약 사발을 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쯤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저울질로 번들거렸습니다.
"다 부질없다."
김 대감은 입버릇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음식 맛을 잃은 지는 오래였습니다. 혀에 닿는 모든 것이 모래알 같았습니다. 아무리 값비싼 비단 이불을 덮어도 한기가 가시지 않았고, 아름다운 기생의 가야금 소리도 그저 소음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살아있으나 죽은 자였고, 거대한 저택은 그를 가둔 화려한 무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했으나, 그는 차라리 저잣거리의 가난한 망나니가 부러웠습니다. 적어도 그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열기'라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의 방은 늘 서늘했습니다. 아궁이에 장작을 아무리 때도, 그 냉기는 대감의 심장에서부터 피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하인들은 대감의 눈치를 보며 발소리조차 죽였고, 저택은 숨소리마저 얼어붙은 듯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넓은 대청마루 한구석을 묵묵히 걸레질하는 여종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옥분(玉紛). 나이는 스물 남짓, 이 집에 팔려 온 지는 삼 년째였습니다. 옥분은 다른 하인들처럼 대감을 두려워하면서도,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을 했습니다. 그녀는 유일하게 이 집에서 '소리'를 내는 존재였습니다. 물론 그것은 걸레질하는 소리, 빨랫방망이 소리 같은 생활의 소리였지만, 적어도 죽음의 정적은 아니었습니다.
김 대감은 퀭한 눈으로 옥분의 마른 등을 바라보았습니다. 저 여종은 어찌하여 저리도 열심히 마루를 닦는 것일까. 닦아봤자 내일이면 또 먼지가 쌓일 것을. 닦아봤자 이 집의 냉기가 가시지 않을 것을. 대감은 혀를 차며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삶의 모든 의욕이, 마치 겨울나무의 마지막 잎사귀처럼 떨어져 나간 뒤였습니다. 그의 식어버린 심장은 그 어떤 것에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 관찰하는 그림자
옥분은 그림자처럼 존재했습니다. 그녀는 말을 아꼈고, 눈에 띄는 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저택 구석구석을, 그리고 저택의 주인인 김 대감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녀는 김 대감이 단순한 '늙은 부자'가 아니라, '깊이 병든 외로운 이'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김 대감의 사랑채 밖에서 큰 소리가 났습니다. 옥분이 저녁상을 치우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아버님 기력이 쇠하신 게 다 그 약재 때문이 아니오! 형님께서 또 이상한 산삼을 구해 와서"
"뭐라고? 네놈은 아버님 문안은 않고, 장부만 들여다보더니! 정녕 네놈이"
두 아들이 아버지가 누워있는 방문 밖에서, 서로가 아버지를 더 위하는 척하며 실은 유산을 염탐하는 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비의 귀가 얼마나 밝은지, 아니, 아비가 아직 살아있는지조차 관심이 없는 듯했습니다. 옥분은 쟁반을 든 채 기둥 뒤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방문이 스르르 열리고, 김 대감이 앙상한 몰골로 문틈에 기댄 채 섰습니다.
"그만 하거라. 이 애비가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곡소리를 내는 게냐. 당장 썩 물러가거라!"
그의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분노가 실려 있었습니다. 아들들은 흠칫 놀라며 물러섰지만, 그들의 눈에는 반성 대신 '아직 기력이 남아있네' 하는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옥분은 그 모든 것을 보았습니다. 대감이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고, 홀로 주저앉아 가슴을 치며 신음하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옥분의 처지도 딱하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녀는 본래 양가(良家)의 여식이었으나, 아버지가 역모에 휘말리며 집안이 풍비박산 났고, 노비로 팔려 온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글을 알았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았습니다. 그녀가 본 김 대감은, 권위적인 주인이 아니라 자신과 똑같이 '갇힌'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재산에 갇혔고, 옥분은 신분에 갇혔습니다.
옥분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닥치고 있었습니다. 이 집의 재산을 관리하는 마름(馬름)이 옥분을 첩으로 삼으려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마름은 대감의 아들들과 결탁하여 재산을 불려가는 간악한 자였습니다. 대감의 기력이 쇠하자, 마름은 노골적으로 옥분에게 추파를 던졌습니다.
"옥분아. 대감님 저러시다 곧 가시겠다. 네가 기댈 곳이 어딘지 잘 생각해 보거라. 내 방으로 오면, 네년 팔자도 필 수 있느니라."
마름은 쉰내가 나는 입김을 뿜으며 옥분의 어깨를 감싸려 했습니다. 옥분은 질겁하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녀는 치가 떨렸지만, 노비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저 늙고 병든 대감이 죽는 날, 자신의 삶도 저 시커먼 마름의 손아귀에 떨어져 짓밟히리라는 것을.
그날 밤, 옥분은 부엌 아궁이의 남은 불씨를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이대로 모두가 죽게 둘 것인가. 저 차가운 방에서 홀로 죽어가는 대감도, 마름의 첩이 되어 짐승처럼 살아야 할 자신도, 모두 죽은 목숨이 아닌가.
그녀는 대감이 그토록 아끼던 뜰의 매화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매화. 옥분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관찰하는 그림자'에서 '행동하는 존재'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건 도박일지라도, 이대로 썩어 문드러지는 것보다야 나았습니다.
※ 무너지는 생명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삭풍(朔風)이 저택의 기왓장을 울리고, 창호지는 밤새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김 대감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용하다는 의원들이 들락거렸지만, 모두 고개만 저을 뿐이었습니다.
"심화(心火)가 이미 꺼지고, 몸에 한사(寒邪)가 가득합니다. 마음의 병이니 약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의원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김 대감은 스스로 삶의 의지를 놓아버렸습니다. 그는 이제 물조차 거부했습니다. 며칠째 곡기(穀氣)를 끊은 대감의 얼굴은 송장과 다름없었고, 방 안은 산 사람의 방이 아니라, 무덤 속처럼 냉기와 악취가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자식들은 사랑채에 모여 장례 절차를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절에 명당자리를 알아보고, 부조금은 얼마나 들어올지 계산하느라 바빴습니다. 심지어 맏아들은 아비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 방의 문갑을 열어보려다, 늙은 하인에게 들키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김 대감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대감마님, 제발 이것이라도 드십시오."
옥분이 정성껏 끓인 미음(米음)을 들고 갔지만, 대감은 고개만 저을 뿐이었습니다. 옥분이 방을 나서자, 그림자처럼 기다리고 있던 마름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팔목을 낚아챘습니다.
"허허, 헛수고 말거라. 곧 초상이 날 터이니. 네년은 오늘 밤 내 처소로 들라. 마지막 기회이니라. 대감님이 쓰던 방, 아주 따뜻하고 좋더구나. 내가 널 그 방의 새 주인으로 만들어 줄 참이다. 하하!"
마름의 누런 이가 번들거렸습니다. 그의 손아귀 힘이 어찌나 센지, 옥분의 팔목이 부서질 것 같았습니다.
"이 이거 놓으십시오!"
"놓다니? 오늘 밤, 네년이 내 방으로 오지 않으면, 내일은 네가 이 집 광에 묶여 있게 될 것이다. 대감님은 가셨고, 이 집의 실질적인 주인은 나다! 이년아!"
옥분은 공포로 온몸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팔을 뿌리치고 마름을 노려보았습니다.
"대감마님은 돌아가시지 않습니다."
"뭐? 이년이 미쳤나!"
마름이 손을 치켜드는 순간, 옥분은 그를 밀치고 자신의 처소인 행랑채로 달려갔습니다. 그녀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습니다. 대감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습니다. 자신의 목숨도,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그날 밤,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창호지가 찢어질 듯 울부짖었습니다. 대감의 방은 등불 하나 없이 어두웠고, 빗소리 사이로 간신히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들려왔습니다. 자식들은 날씨를 핑계로 모두 제 방으로 돌아갔고, 늙은 하인 하나가 잠결에 졸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옥분은 결심했습니다. 이대로 짐승의 노리개가 되느니, 차라리 호랑이 아가리에 뛰어들겠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몸을 단정히 씻었습니다. 얼음장 같은 물이 살을 에는 듯했지만, 정신은 오히려 맑아졌습니다. 그녀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일한 비단 속치마를 꺼내 입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간병'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희생'이자, '간절한 기도'였으며, 또한 '대담한 도박'이었습니다.
그녀는 부엌으로 가, 몰래 숨겨두었던 인삼과 대추를 넣고 진하게 탕약(湯藥)을 달였습니다. 아궁이의 불길이, 마치 자신의 심장처럼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탕약이 끓는 동안, 옥분은 자신의 지난 삶을 생각했습니다. 양가집 규수로 태어나 글을 배웠지만, 한순간에 노비가 된 기구한 운명. 이대로 저 간악한 마름의 노리개가 되어, 짐승처럼 살다가 죽을 수는 없었습니다. 차라리, 저 차가운 대감의 방에서 목이 잘리더라도, '사람'으로서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리라.
탕약 그릇은 불덩이처럼 뜨거웠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모든 것을 건, 마지막 패였습니다. 그녀는 비바람을 뚫고, 금지된 공간, 주인의 침소인 사랑채 안방으로 향했습니다. 쿵, 쿵. 자신의 심장 소리가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습니다.
※ 한밤의 용기
어둠이 짙게 깔린 김 대감의 안방. 옥분은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습니다. 밖에서 졸던 하인은 깊은 잠에 빠져, 코를 골고 있었습니다. 문은 소리 없이 열렸고,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옥분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방 안은 약 냄새와 죽음의 냄새, 그리고 모든 것이 썩어가는 듯한 퀴퀴한 냄새가 뒤섞여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김 대감은 이불 더미 속에서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습니다.
옥분은 탕약 그릇을 조용히 내려놓고, 대감의 머리맡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는 숨을 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숨이 멎은 것인지 분간이 어려웠습니다. 옥분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이대로 물러나야 하는가. 하지만 등 뒤에는 자신을 기다리는 마름의 시커먼 욕망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떴습니다.
"대감마님"
옥분이 속삭이듯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옥분은 용기를 내어, 대감의 앙상한 뺨에 손을 대보았습니다. 얼음장.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대담하게, 이불 밖으로 나온 대감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순간, 대감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텅 빈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습니다.
"누구냐"
그의 목소리는 쇳소리 같았습니다.
"옥분입니다, 대감마님."
"네년이 어찌 감히 이 밤중에"
대감은 그녀를 꾸짖을 기력조차 없는 듯했습니다. 옥분은 대감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습니다.
"이대로 가시면 아니 됩니다. 대감마님."
옥분은 탕약을 가져다 대감의 입에 흘려 넣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대감은 입을 굳게 다물고 열지 않았습니다. 옥분은 탕약 그릇을 내려놓았습니다. 의원이 말했습니다. '마음의 병'이라고. 약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감마님. 자식들은 대감마님의 재산만 노리고 있습니다. 저 마름은 대감마님의 재산을 훔치고 있습니다. 오늘 밤, 저 마름이 제 방으로 오라 했습니다. 대감마님이 돌아가시면, 이 집은 저들의 것이 되고, 저는 저 짐승의 노리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분하지도 않으십니까. 평생을 일궈 이룬 모든 것을, 저런 하찮은 것들에게 뺏기시고 대감마님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 몸은 저들에게 짓밟히게 두실 겁니까!"
옥분의 목소리가 격해졌습니다. 대감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움직였습니다. 분노. 그것은 그가 잊고 있던 감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노하기엔 몸이 너무 차가웠습니다.
그때, 옥분이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옷고름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방 안의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결심을 비웃는 듯했습니다.
"네 네년 지금 무얼"
대감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습니다.
옥분은 속치마 바람으로, 차갑게 식어가는 대감의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천하디 천한 노비가, 감히 주인의 침소에, 주인의 이불 속에 맨살을 맞대고 들어온 것입니다. 이것은 즉결 처형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대역죄였습니다.
"미 쳤느냐! 당장 나가 지 못할까!"
대감이 옥분을 밀어내려 했지만, 앙상한 팔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옥분은 대감의 차가운 몸을 끌어안았습니다. 스물, 꽃다운 나이의 여종. 그녀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습니다.
"대감마님. 이대로 죽지 마십시오." "이 이년이"
"의원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한사(寒邪)가 가득하다고 이 몸의 온기(溫氣)라도 받아, 제발 제발 정신을 차리십시오."
옥분은 대감의 마른 등을 끌어안고, 자신의 뜨거운 숨결을 그의 목덜미에 불어넣었습니다. 김 대감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아내와 사별한 이후, 아니, 살아생전에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의 온기'였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온기가 아니었습니다. 옥분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살결, 그녀의 심장 소리, 그녀의 떨림, 그녀의 눈물 한 방울이 대감의 거친 뺨에 떨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대감의 죽은 감각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차갑게 식어 멈춘 줄 알았던 대감의 심장이, 옥분의 뜨거운 심장 소리에 맞춰 쿵 하고 작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이런 짓을"
"살고 싶습니다. 대감마님께서 살아주셔야 저도 삽니다."
옥분의 솔직한 말이 대감의 가슴을 쳤습니다. 그날 밤, 늙은 부자의 방에서는 탕약 냄새 대신, 사람의 체취와 뜨거운 숨결이 가득 찼습니다. 옥분은 밤새도록 늙은 대감을 끌어안고, 자신의 생명력을 불어넣듯, 그의 식어버린 몸을 녹였습니다. 그것은 정욕(情慾) 이전에, 생존(生存)을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금단의 하룻밤은 그렇게, 두 사람의 운명을 걸고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 혼돈의 아침
거센 비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그치고, 눈부신 아침 햇살이 창호지를 뚫고 들어왔습니다. 옥분은 동이 트기 전, 귀신처럼 대감의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지만, 눈빛만은 기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 밤새 일어난 일을 꿈처럼 되새기며, 동시에 밀려오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습니다. 목이 잘려나가도 할 말이 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한편, 김 대감의 방. 아침 문안을 드리러 온 늙은 하인은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질 뻔했습니다. 늘 송장처럼 누워있던 대감이, 자리에서 몸을 반쯤 일으킨 채 앉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
김 대감이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찾았습니다.
"예? 예! 대감마님! 물, 물 여기 있습니다!"
하인이 허둥지둥 물을 가져다 바쳤습니다. 대감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깊은 숨을 내쉬었습니다. 밤새 옥분의 온기를 받은 그의 몸은, 여전히 쇠약했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를 끌어낸 것은 옥분의 체온이자, 그녀의 대담한 용기였습니다.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어젯밤의 일은 꿈이 아니었습니다. 스무 살 여종의 부드러운 감촉과 뜨거운 숨결이 생생했습니다. '살고 싶다' 던 그녀의 절박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는 늙고 병들었지만, 사내는 사내였습니다. 잊고 지냈던, 아주 원초적인 '생명'에 대한 감각이 그의 몸을 휘감았습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대감마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셨단다!" "아니, 의원도 포기했는데!"
가장 놀란 것은 자식들과 마름이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을 본 듯한 표정으로 사랑채로 달려왔습니다.
"아버님! 기력이 기력이 돌아오셨습니까!"
아들들이 반가움인지 실망인지 모를 표정으로 절을 했습니다. 김 대감은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제와 똑같은 자식들이었지만, 오늘따라 그들의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였습니다. 놈들의 얼굴 가죽 뒤에 숨은 탐욕스러운 벌레들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죽."
"예?"
"죽을 가져오너라. 그리고 마름을 부르라."
대감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힘이 있었습니다. 마름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특히 오늘 아침, 옥분이 자신의 처소에 들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때, 옥분이 아침상을 들고 마당을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대감과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고개를 숙인 채 걸었습니다. 하지만 김 대감의 시선은, 아침 햇살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는 옥분의 목덜미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두려움에 떠는 옥분. 탐욕스러운 눈을 번뜩이는 자식들. 불안에 떠는 마름. 그리고 수십 년 만에 '살아있는' 눈빛을 되찾은 늙은 부자. 혼돈의 아침, 저택의 공기는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옥분의 도박은,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 늙은 사자의 포효
며칠 뒤, 김 대감은 기적적으로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옥분이 밤마다 몰래 가져다주는 뜨끈한 약죽과, (아마도) 그녀가 밤마다 몰래 전해준 '온기' 덕분이었습니다. 대감은 비록 지팡이에 의지했지만, 사랑채 대청마루에 다시 앉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늙은 사자'가 포효했습니다. 김 대감은 모든 하인과 자식들, 그리고 마름을 대청마루 아래에 집결시켰습니다.
"내가 병석에 누워있는 동안, 집안 꼴이 엉망이 되었구나."
대감의 차가운 목소리에 모두가 숨을 죽였습니다.
"특히 저기 있는 마름."
대감이 마름을 지목했습니다. 마름은 사색이 되어 땅바닥에 엎드렸습니다.
"네놈이 내 아들놈들과 짜고 내 재산을 축내고, 감히 내 집 여종을 희롱하려 했다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대, 대감마님! 오해 오해이십니다!"
"오해?"
대감은 얇은 장부 하나를 마름에게 던졌습니다. 그것은 옥분이 몰래 대감에게 전해준, 마름의 횡령 증거였습니다. (옥분은 글을 알았기에, 마름이 숨겨둔 장부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네놈의 죄를 네가 알렸다! 당장 저놈의 상투를 잡고 관아로 끌고 가라! 내 집 재산을 도둑질한 죄를 물을 것이다!"
마름은 비명을 지르며 끌려나갔습니다. 다음은 자식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너희 둘."
두 아들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내가 죽기만을 기다린 불효자들이 아니냐. 내 재산이 그리 탐이 나더냐? 좋다. 오늘부로, 너희에게 나가는 모든 돈줄을 끊겠다. 너희가 그토록 칭찬하던 저 마름과 함께 엮인 죄도 낱낱이 밝혀낼 것이다! 내 재산은 내 숨이 붙어있는 한, 모두 나의 것이다. 정히 재산이 탐나거든, 이 애비가 죽은 뒤에나 가져가거라. 그전까지는 너희 힘으로 살아보거라!"
늙은 사자의 포효에, 감히 대드는 자가 없었습니다. 자식들은 재산을 빼앗긴 것보다, 예전의 엄하고 무서웠던 아버지의 기백이 돌아온 것에 더 놀라 싹싹 빌기만 했습니다.
대감은 모든 것을 정리했습니다. 집안의 기강이 바로 잡혔습니다. 저택을 감돌던 냉기는 사라지고, 오랜만에 주인의 '호령'이라는 온기가 채워졌습니다.
옥분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습니다. 그날 밤, 김 대감이 옥분을 조용히 불렀습니다. 옥분은 죽음을 각오하고 대감의 방으로 향했습니다.
"앉거라."
대감은 예전과 달리 따뜻한 아랫목을 옥분에게 내어주었습니다. 방 안은 더 이상 춥지도, 냄새가 나지도 않았습니다.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옥분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저 대감마님께서 만수무강하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 대감은 옥분의 손을 가만히 잡았습니다. 여전히 마르고 늙은 손이었지만, 그 손은 이제 차갑지 않았습니다. 그는 옥분의 눈을 바라보며,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 '고마움'과 '연민', 그리고 '뜨거운 정(情)'을 느꼈습니다. 그는 옥분의 용기가 자신을 살렸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이 용기 있는 여인에게, 자신도 무언가를 해 주어야겠다고.
※ 봄을 맞이한 노송
시간이 흘러,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한양의 시끄러운 저잣거리에서는 김 대감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그가 한양의 아흔아홉 칸 저택을 모두 처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그 양반이 죽을병에서 살아나더니, 재산을 다 정리하고 어디로 갔답디까?" "글쎄 말입니다. 자식들에게도 한 푼 안 주고 웬 여종 하나만 데리고 강원도 산골로 들어갔다는"
소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김 대감은 한양의 저택을 정리한 것이 맞았습니다. 그는 아들들에게는 그들이 겨우 입에 풀칠만 할 정도의 재산만 남겨주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옥분과 함께 조용한 시골 별채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는 가장 먼저, 옥분의 노비 문서를 불태워 양인(良人)으로 면천(免賤)시켜 주었습니다. 옥분은 이제 더 이상 '여종' 옥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그저 '옥분'이었습니다.
강원도의 작은 별채. 늙은 소나무(老松)가 뜰을 지키고 있는 그곳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김 대감은 옥분을 첩(妾)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는 옥분을 '동반자(同伴者)'로 대했습니다.
"옥분아. 차가 참 좋구나."
따뜻한 봄날, 두 사람은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김 대감은 칠순이 넘었지만, 옥분의 정성 어린 간호와 따뜻한 마음씨 덕분에 얼굴에 혈색이 돌았습니다. 그는 더 이상 '식어버린' 노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옥분에게 잊고 있던 글을 다시 가르쳤고, 옥분은 대감에게 잊고 있던 '맛'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산에서 캔 나물, 냇가에서 잡은 물고기. 평생 산해진미만 먹던 대감은, 이제야 밥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옥분은 스물 남짓한 나이였지만, 늙은 대감의 곁에서 평온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마름의 위협에 떨지 않아도 되었고, 신분의 굴레에 묶여있지 않았습니다.
"대감마님. 햇살이 참 좋습니다. 잠시 산책이라도 하시겠습니까?"
"허허 '대감'이라니. 이젠 그냥 '영감'이라 부르거라."
옥분이 수줍게 웃으며 대감의 팔을 부축했습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아비와 딸, 아니 할아버지와 손녀뻘이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그 어떤 젊은 연인보다 깊고 따뜻했습니다.
그날 밤, 옥분은 다시 대감의 방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용기'가 아닌 '사랑'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방 안에는 더 이상 약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은은한 묵향(墨香)과 옥분의 살 내음이 어우러졌습니다.
"네가 나를 살렸다. 옥분아."
"아닙니다, 영감님. 저를 살려주신 것은 영감님이십니다."
늙은 소나무가 봄을 맞이하듯, 김 대감의 식어버린 가슴은 옥분이라는 봄을 만나 다시 뜨겁게 피어났습니다. 『패관잡기』는 이들의 이야기가, 신분을 넘어선 하룻밤의 용기가 불러온 기적이었으며, 두 사람이 그 후로도 오랫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스르르 잠드는 야담'이 들려드린, "늙은 부자의 식은 가슴을 다시 뛰게 한 여종의 한밤의 용기" 이야기, 어떠셨나요?
『패관잡기』에 기록된 이 이야기는, 모든 것을 포기한 늙은 부자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 한 용기 있는 여종의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룻밤의 대담한 선택이 두 사람의 인생을 구원하고, 신분을 초월한 해피엔딩을 만들어냈습니다.
때로는 절박함이 가장 큰 용기를 만들어내는 법인가 봅니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오늘 이야기가 따뜻한 온기로 남았기를 바랍니다.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로 또 다른 야담을 응원해 주세요.
그럼,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며 스르르 잠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