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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이 마룻장 아래 남긴 항아리의 진짜 임자 [청구야담]
이사 가는 날 마룻장 아래에서 발견된 백 년 묵은 항아리, 그 진짜 임자를 찾아 돌려준 자에게 찾아온 더 큰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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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여러분, 살다 보면 이런 옛말 한 번쯤은 들어보셨지요. "남의 것에는 손도 대지 말라." 그런데 만약에 말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사를 가려고 마룻장을 들어 올렸는데, 그 아래에서 백 년 묵은 항아리가 떡 하니 나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더구나 그 항아리 안에 누런 황금덩이가 가득 들어 있다면 말이지요. 청구야담에 전해 내려오는 기이한 이야기 한 토막을 오늘 들려드리려 합니다. 가난한 선비 하나가 이사 가는 날 마룻장 아래에서 옛 항아리를 발견하고도, 그것을 제 것으로 삼지 않고 진짜 임자를 찾아 천 리 길을 떠났다는 사연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빈손으로 돌아온 그 선비에게 하늘이 내려준 복은 정작 그 황금보다 훨씬 더 컸다고 합니다. 자, 오늘 밤 저와 함께 그 기묘한 사연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 보실까요. 따끈한 차 한 잔 곁에 두시고, 마음 편히 앉아서 들으시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 1: 이사 가는 날의 발견
때는 영조대왕이 다스리시던 시절,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에 김처사라는 가난한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본디 양반의 후손이라 글줄깨나 읽고 붓 다룰 줄도 알았으나, 가세가 기울대로 기울어 끼니를 잇기도 어려운 처지였지요. 그래도 김처사의 사람됨만은 마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곧고 맑았습니다. 동네 늙은이들이 모이기만 하면 입을 모아 말하기를, "저 양반은 굶어 죽을지언정 남의 것엔 손 안 댈 사람"이라 했지요.
김처사가 살던 집은 마을 끝자락, 늙은 느티나무 옆에 붙어 있는 다 쓰러져 가는 초가삼간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빗물이 새고, 바람이 불면 문풍지가 펄럭거리는 그런 집이었지요. 그 집은 본래 주인이 따로 있었는데, 오래전에 마을을 떠나면서 김처사의 아버지에게 헐값에 넘긴 집이라 했습니다. 그 전 주인이 누구였는지, 또 그 전의 전 주인이 누구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했습니다. 마을 어른들 말로는 그 집이 지어진 지가 백 년이 훨씬 넘었다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봄날, 김처사는 마침내 그 집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처가에서 작은 땅뙈기 하나를 떼어 주겠다는 전갈이 왔거든요. 그래서 처갓집 가까운 이웃 고을로 살림을 옮기기로 한 것이지요. 김처사는 아내와 함께 며칠 동안 짐을 꾸렸습니다. 짐이라야 헌 책 몇 권과 솥단지 하나, 이불 보따리 두엇이 전부였지만요. 상투머리에 무명 망건을 두른 김처사가 마당에 짚신을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여보,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루나 한번 닦아 둡시다. 다음에 들어올 사람이 보더라도 깨끗한 마루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겠소."
쪽진 머리에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아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걸레를 적셔 마루를 닦기 시작했지요. 김처사도 옆에 쪼그려 앉아 한쪽 귀퉁이부터 정성껏 닦아 나갔습니다. 그런데 마루 한복판을 닦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지요. 마룻장 하나가 다른 것들과 달리 약간 들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려 보니 안쪽이 텅 비어 있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났습니다.
'허, 이거 참 이상하다. 이 집에서 십 년을 넘게 살았는데 어찌 여태 몰랐을꼬.'
호기심이 동한 김처사는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마룻장 틈에 끼워 넣고 살살 들어 올려 보았습니다. 오래된 마룻장이라 그런지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의외로 쉽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에는 흙바닥이 아니라 무언가 둥그스름한 것이 어렴풋이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김처사는 깜짝 놀라 마룻장을 두어 장 더 들어 올렸습니다. 그러자 거기에는 누렇게 바랜, 그러나 단단한 옹기 항아리 하나가 떡 하니 박혀 있었습니다.
항아리 입구는 두꺼운 기름종이로 꽁꽁 봉해져 있었고, 그 위에는 다시 노끈으로 단단히 동여매여 있었지요. 항아리 어깨에는 옅게 새겨진 무슨 글자 같은 것도 있는 듯했지만, 흙이 잔뜩 묻어 있어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여보! 여보, 이리 좀 와 보시오!"
김처사가 다급히 부르자, 부엌에서 솥을 닦던 아내가 행주치마에 손을 닦으며 황급히 마루로 나왔습니다. 아내는 마룻장 아래 박힌 항아리를 보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아니, 이게 무엇이오? 누가 이런 걸 여기 묻어 둔 게요?"
"글쎄, 나도 모르겠소. 우선 끄집어내어 봅시다."
부부는 함께 항아리를 조심조심 끌어올렸습니다. 항아리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지요. 김처사가 끙끙대며 마루 위에 올려놓으니, 항아리에서는 오래 묵은 흙냄새와 함께 어딘가 비릿하면서도 묘한 기운이 풍겨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한참을 그 항아리를 마주 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봄볕은 따스하게 마루 위로 비쳐 들고, 멀리서 뻐꾸기 우는 소리가 한가롭게 들려왔지요.
김처사의 거친 손이 항아리 위에 얹힌 노끈을 천천히 더듬었습니다.
'이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한이 서린 것일까.'
아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김처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노끈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백 년이 넘었을지도 모르는 그 노끈은 손이 닿자마자 푸석푸석 부서져 내렸지요. 기름종이를 한 겹, 두 겹, 세 겹 벗겨 내자 마침내 항아리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본 김처사 부부의 입에서는 동시에 외마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고머니나, 이게 무어란 말이오!"
※ 2: 항아리 속의 비밀
항아리 안에는 누런 황금덩이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주먹만 한 것도 있고, 달걀만 한 것도 있고,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알갱이들도 있었지요. 봄 햇살이 마루 위로 비쳐 들자, 그 황금덩이들은 저마다 영롱한 빛을 뿜어내며 김처사 부부의 눈을 부시게 했습니다. 아내는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지요.
"여, 여보···. 이게 정말 다 황금이오? 진짜 황금이란 말이오?"
김처사도 처음에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황금덩이 하나를 조심스레 집어 들어 햇빛에 비춰 보고, 손톱으로 살살 긁어도 보았지요. 색이 변하지도 않고, 묵직한 무게가 손바닥에 척 하니 감기는 것이 분명 진짜 황금이었습니다. 김처사는 떨리는 손으로 황금덩이를 다시 항아리 속에 내려놓았습니다.
'이게 도대체 얼마치나 될꼬. 평생을 먹고살아도 다 못 쓸 만큼이로구나. 아니, 이 동네 땅을 다 사고도 남을 만큼이 아닌가.'
가난한 선비의 마음에 잠깐 욕심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평생 보리죽도 변변히 못 먹고 살아온 살림이 아닙니까. 아내에게 따스한 명주 저고리 한 벌 못 해 입혀 본 처지가 아닙니까. 그러나 김처사는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 생각을 떨쳐 냈지요.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내가 흘리지 않은 땀으로 얻은 것은 결코 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화가 되어 돌아온다."
김처사는 다시 항아리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황금덩이들 사이로 무언가 누렇게 바랜 종이 한 장이 끼어 있는 게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김처사는 조심조심 그 종이를 끄집어냈습니다. 오래 묵어 손이 닿으면 부서질 듯한 한지였지요. 그러나 다행히도 기름종이로 잘 싸여 있던 덕분에 글씨만은 또렷이 남아 있었습니다.
김처사는 흙을 털어 낸 자리에 그 종이를 펼쳐 놓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숨을 죽인 채 남편의 입술만 바라보았지요. 종이에는 단정한 해서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이 항아리는 강원도 정선 화암골 박씨 가문의 것이라. 정묘년 큰 흉년에 식구가 굶어 죽게 되자, 가장 박명원이 평생 모은 사금을 한 데 모아 이 항아리에 담아 두었노라. 처가에 잠시 의탁하러 가는 길에 잠시 이 집에 묻어 두니, 만약 내가 돌아오지 못하거든 이 보화는 내 자손에게 전하라. 보는 이여, 부디 어진 마음으로 진짜 임자에게 돌려주기를 바라노라. 하늘이 그 공을 잊지 아니하리라."
종이 아래에는 박명원이라는 이름과 함께, 강원도 정선군 화암리라는 주소가 또렷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도장이 찍혀 있었지요. 김처사는 종이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봄바람이 마루를 한 번 쓸고 지나가자, 그 종이가 김처사의 손안에서 가볍게 떨렸지요.
'백 년 전 박명원이라는 이가 흉년에 식구를 살리려고 처가에 가는 길에 이 항아리를 묻어 두었구나. 그런데 끝내 돌아오지 못한 게야. 아마도 길에서 변을 당했거나, 흉년에 객지에서 명을 다했겠지. 그 후손들은 이 항아리가 여기 있는 줄도 모르고 어찌 살아왔을꼬.'
김처사의 가슴이 묵직해졌습니다. 백 년 동안 이 마룻장 아래에서 주인을 기다려 온 항아리의 사연이, 가슴을 무겁게 누르는 것이었지요. 그때 아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그게 정말 백 년 전 종이가 맞소? 강원도 정선이라···. 거기서 여기까지가 어디라고. 천 리 길이 아니오. 게다가 백 년이면 그 박명원이라는 이의 자손이 살아 있다 한들, 우리가 어찌 찾아간단 말이오."
아내의 목소리에는 이미 두려움과 망설임이 섞여 있었습니다. 김처사는 잠시 말이 없었지요. 그는 항아리 안의 황금을 다시 들여다보았다가, 또 그 종이를 들여다보았다가 했습니다. 마룻장 아래 백 년을 묻혀 있던 황금이 봄 햇살 아래에서 가만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게 내 손에 들어왔으니 내 것이라 해도, 하늘이 보고 땅이 보고 있지 않겠나. 무엇보다 내 마음이 알고 있지 않은가.'
김처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항아리 입구를 다시 기름종이로 정성스레 봉하고, 노끈 대신 새 무명끈으로 단단히 동여맸지요. 아내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남편의 그 표정을 십수 년 부부로 살아오며 잘 알고 있었거든요. 한번 마음을 정하면 누가 뭐래도 그 길로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 3: 아내와의 다툼과 결심
그날 저녁, 마지막 밤을 보내는 헌 집의 안방에는 호롱불이 가물거리고 있었습니다. 김처사와 아내는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지요. 밥상이라야 보리밥 한 그릇과 시래기 된장국 한 종지가 전부였지만요. 김처사가 묵묵히 숟가락을 들었을 때,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낮에 그 항아리 말이오. 정말 그걸 강원도 정선까지 가지고 가실 작정이오?"
김처사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아내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야지 어찌하겠소. 분명히 종이에 임자가 적혀 있질 않소."
"여보, 내 말 좀 들어 보시오. 백 년이오, 백 년. 그 박명원이라는 사람은 진작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고, 그 자손이 지금까지 그 자리에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니오. 화암리라는 동네가 아직 있기는 한지, 그 박씨 집안이 대를 이어 왔는지, 우리가 어찌 안단 말이오."
아내의 목소리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습니다. 평생 가난에 시달려 온 여인의 한이 거기 묻어 있었지요.
"그리고 말이오. 그 항아리가 마룻장 아래 있은 지가 백 년이라면, 그동안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은 다 모르고 지나친 것 아니오. 그러면 그건 이미 임자가 없는 물건이오. 게다가 이 집은 지금 우리 집이고, 우리 집에서 나온 것이니 우리 것이 아니고 무엇이오. 하늘이 우리 형편을 가엾이 여겨 마침내 복을 내리신 게란 말이오. 평생 보리죽으로만 연명해 온 우리에게 말이오."
아내의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김처사는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게 아파 왔지요. 시집와서 단 한 번도 새 옷을 입어 본 적이 없는 아내, 친정 잔치에 가면서도 빌린 치마를 입고 갔던 아내, 시부모님 제사상에 놓을 곶감 한 접 살 돈이 없어 밤새 울었던 그 아내가 아닙니까. 김처사는 한참을 말없이 호롱불만 바라보았습니다. 불꽃이 가늘게 흔들리며 두 사람의 그림자를 벽 위에 드리웠지요.
이윽고 김처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내 한 가지만 묻겠소. 만약 그 박명원이란 이가 지금 우리 앞에 살아 돌아온다면, 그 항아리를 그 사람 앞에 내놓을 수 있겠소, 없겠소?"
아내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김처사가 다시 말을 이었지요.
"내가 그 황금을 가져다 좋은 집을 짓고, 좋은 옷을 해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다 칩시다. 그러면 그 한 입 한 입 넘어가는 음식이 정말 달겠소. 잠자리에 누우면 정말 편하겠소.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소. 백 년 전 흉년에 식구를 살리려고 사금을 모았던 그 박씨 어른이 자꾸 내 꿈자리에 나타나 나를 들여다볼 것만 같소. 그 어른의 눈빛이 자꾸 떠올라서, 나는 한평생 발 뻗고 잠을 못 잘 것 같소."
호롱불이 또 한 번 흔들렸습니다. 아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참 동안 말이 없었지요. 김처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습니다.
"임자, 우리가 비록 가난하게 살아왔지만, 마음마저 가난하게 살지는 맙시다. 아버님께서 늘 말씀하셨지 않소. 내가 흘리지 않은 땀으로 얻은 것은 결코 내 것이 아니라고. 그것은 언젠가 화가 되어 돌아온다고. 나는 그 말씀을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소. 이제 와서 그 말씀을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오."
아내는 끝내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원망의 눈물이라기보다, 어쩌면 자랑스러움이 섞인 눈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김처사 같은 양반과 평생 가난하게 살아온 것이 한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랑이었던 것이지요. 한참을 흐느끼던 아내가 마침내 옷고름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당신은 끝까지 당신이오. 알겠소. 가시오, 정선으로. 가서 그 임자를 찾아 주고 오시오. 다만 한 가지만 약조하시오. 부디 몸 성히 다녀오시기를. 천 리 길에 도적도 많고 산짐승도 많다 하니, 부디 부디 몸조심하시오."
김처사는 아내의 손을 가만히 잡았습니다. 거칠고 마른 손이었지요. 그 손에 김처사의 따스한 손이 포개졌습니다. 두 부부는 그렇게 한참을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김처사는 짐 보따리 가운데 가장 무거운 항아리 보따리를 짊어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내는 이사 갈 짐을 친정에 먼저 보내고, 김처사가 돌아올 때까지 친정에서 기다리기로 했지요. 늙은 느티나무 아래까지 따라 나온 아내가 옷고름을 만지작거리며 말했습니다.
"여보. 부디 무탈하게 다녀오시오."
김처사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는 짚신 끈을 단단히 조이고, 동쪽 하늘을 향해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지요. 봄바람이 김처사의 도포 자락을 가볍게 흔들었습니다. 등에 짊어진 항아리가 묵직했지만,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
※ 4: 험한 길 위의 시험
충청도에서 강원도 정선까지가 어디 가까운 길이겠습니까. 천 리는 족히 되는 길이지요. 김처사는 짚신 한 켤레와 갈아 신을 짚신 두 켤레, 그리고 노자 몇 푼을 챙겨 길을 떠났습니다. 처음에는 평탄한 들길을 따라 걸었으나, 충주를 지나고 제천을 지나면서부터는 점점 산이 깊어졌지요. 영월 땅에 들어서자 길은 더욱 험해졌습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양옆으로 솟아 있고, 발아래로는 시퍼런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길을 떠난 지 닷새째 되는 날 저녁이었습니다. 김처사는 한 산자락 아래 외딴 주막에 들었지요. 주막이라야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 한 채에 흙바닥 봉놋방 하나가 전부인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속에서 노숙하는 것보다는 나을 듯하여 그곳에 짐을 풀었지요. 주모가 차려 준 보리밥 한 그릇과 김치 한 보시기로 저녁을 때우고, 봉놋방 한구석에 항아리 보따리를 베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한밤중에 인기척이 났습니다. 김처사는 본디 잠귀가 밝은 사람이라 살며시 눈을 떴지요. 봉놋방에는 김처사 외에도 길손이 둘이 더 누워 있었는데, 그중 한 사내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더니 김처사의 보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상투를 풀어 산발한 그 사내의 손에는 시퍼런 단도가 들려 있었습니다.
김처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짐짓 잠든 척하며 가만히 숨을 골랐습니다.
'이놈이 보따리 무게가 심상찮은 것을 눈치챈 게로구나. 잘못하면 황금도 잃고 목숨도 잃겠다.'
그때였습니다. 옆에 누워 있던 또 다른 길손이 큼큼, 하고 큰 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몸을 뒤척였습니다. 산발한 사내는 흠칫 놀라 단도를 옷자락 속에 감추고는,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가 누웠지요. 김처사는 그제야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고는 새벽이 오기를 기다려, 먼동이 트자마자 주막을 빠져나왔습니다. 행여 그 사내가 따라올세라 일부러 큰길을 버리고 산속 오솔길로 접어들었지요.
산길은 인적이 드물어 호젓했습니다. 진달래가 막 봉오리를 벌리기 시작한 봄 산이었지요. 김처사는 등에 진 항아리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깨가 욱신거리고 다리는 후들거렸지요. 마침 한 고갯마루에 다다랐을 때, 김처사는 잠시 짐을 내려놓고 너럭바위 위에 걸터앉아 숨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목탁 소리가 똑똑똑 들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김처사가 고개를 들어 보니, 저쪽 산모퉁이에서 누더기 같은 가사를 걸친 늙은 스님 한 분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흰 눈썹이 길게 늘어진, 도가 깊어 보이는 노승이었지요. 노승은 김처사 앞에까지 다가오더니 가만히 합장을 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시주, 어디로 가시는 길이오?"
"예, 스님. 강원도 정선 화암리로 가는 길입니다."
노승은 김처사의 등 뒤에 놓인 항아리 보따리를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더니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지요.
"보따리가 무거워 보이는구려.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이오?"
김처사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산속에서 만난 낯선 노승에게 황금 이야기를 해도 될지 어떨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러나 노승의 눈빛이 어찌나 맑고 깊은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지요. 김처사는 사실대로 모든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노승은 가만히 듣더니, 이윽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지요.
"허허, 그러시오. 거 참 드문 일이오, 드문 일이야. 시주, 한 가지만 묻겠소. 가는 길에 그 황금이 그토록 무겁거든, 그 절반만 임자에게 주고 절반은 시주가 가지면 어떻겠소. 백 년이나 묻혀 있던 물건이니, 찾아 준 공이 절반은 되지 않겠소."
김처사는 노승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습니다. 그 말이 옳기도 한 듯, 또 어딘가 시험하는 듯도 한 그런 말이었지요. 김처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스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종이에 적혀 있기를 이 보화는 박씨 자손에게 전하라 하였습니다. 절반이든 한 알이든, 임자의 것을 제가 떼어 갖는다면 그것은 도적질과 다를 바가 없지요. 찾아 준 공이야 하늘이 알아 주시면 그만이지, 제가 따로 챙길 일은 아닌 듯합니다."
노승은 그 말을 듣고는 너털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고는 천천히 김처사 앞에 가까이 다가서더니, 합장한 손을 풀어 김처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지요.
"훌륭하오, 시주. 이 늙은 중이 시주를 한번 시험해 본 것이오. 시주의 마음이 그토록 곧으니, 가시는 길에 큰 화는 없을 것이오. 다만 한 가지 일러 두겠소. 화암리에 다다르거든, 마을 어귀의 큰 소나무를 찾으시오. 그 소나무 아래에서 한참을 기다리면, 시주가 찾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오."
김처사가 놀라 무어라 되묻기도 전에, 노승은 다시 목탁을 두드리며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던 사람처럼 말이지요. 김처사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산모퉁이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봄바람에 진달래꽃이 흩날리고, 멀리서 산까치 우는 소리가 들려왔지요. 김처사는 다시 짐을 짊어지고 길을 떠났습니다. 어쩐지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5: 진짜 임자를 만나다
길을 떠난 지 열흘 만에, 김처사는 마침내 강원도 정선 땅을 밟았습니다. 정선 읍내에서 화암리까지는 또 한나절을 걸어야 하는 산골이었지요. 깊은 골짜기를 끼고 휘돌아 들어간 그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별천지 같았습니다.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그런 곳이었지요.
김처사는 노승의 말대로 마을 어귀의 큰 소나무를 찾았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정말로 수백 년은 묵었음 직한 거대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지요. 가지가 우산처럼 사방으로 뻗어 있고, 둥치는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아도 다 안지 못할 만큼 굵었습니다. 김처사는 소나무 아래 너럭바위에 짐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 마을 안쪽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머리가 온통 백발인 노인이었습니다. 등이 약간 굽었으나 걸음걸이는 또렷했고,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지요. 상투에 흰 망건을 두른 그 노인은 김처사 앞에까지 다가오더니, 가만히 김처사를 바라보았습니다.
"객지에서 오신 손이로구려. 이 외딴 산골에 무슨 일로 오셨소?"
김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허리를 굽혔습니다.
"어르신,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혹시 이 마을에 박씨 성을 가진 분이 살고 계십니까. 백 년쯤 전에 박명원이라는 어른이 이 마을에 사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노인은 박명원이라는 이름을 듣자 흠칫 놀라며 김처사의 얼굴을 한참 동안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지요.
"박명원···이라 하셨소? 객은 어디서 그 어른의 함자를 들으셨소?"
"어르신, 우선 자리를 옮겨 차근차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 이 마을에 박명원 어른의 후손이 계신지요?"
노인은 한참을 말없이 김처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바로 그분의 사대손이오. 박명원 어른은 내 고조부 되시는 분이오. 자, 누추하지만 우리 집으로 가십시다."
김처사는 가슴이 뛰는 것을 진정시키며 노인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노인의 집은 산자락에 붙어 있는 자그마한 초가집이었지요. 노인은 김처사를 안방으로 안내하고, 며느리에게 일러 따끈한 차 한 잔을 내오게 했습니다.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지요. 호롱불이 호젓하게 흔들렸습니다.
김처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어르신. 제가 오늘 어르신을 찾아온 까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처사는 항아리 보따리를 풀어 노인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러고는 항아리 안에 들어 있던 누런 종이를 꺼내어 노인 앞에 펼쳐 보였지요.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받아 들고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갔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의아한 표정이었던 노인의 얼굴이, 글을 읽어 갈수록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지요. 마침내 종이를 다 읽고 난 노인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아이고,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노인은 종이를 든 채 한참을 흐느꼈습니다. 김처사는 그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지요. 한참을 울고 나서, 노인이 옷고름으로 눈물을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 어릴 적에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가 있소. 우리 고조부 박명원 어른께서 정묘년 큰 흉년에 식구를 살리시려고 평생 모은 사금을 들고 처가가 있는 충청도로 가셨다 했소. 그런데 가신 뒤로 영영 소식이 끊겼다 했소. 사람들은 도중에 도적을 만나 변을 당하셨거니, 아니면 흉년에 객사하셨거니 했지요. 그 후로 우리 집안은 대대로 곤궁하게 살아왔소. 고조부께서 모으신 그 사금이 어디로 갔는지, 그 행방을 아무도 몰랐던 것이오. 그런데··· 그것이 마룻장 아래 묻혀 있었다니. 이게 정말입니까. 이게 정말 우리 고조부의 유품이란 말씀이오?"
김처사는 말없이 항아리 입구를 열어 노인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누런 황금덩이들이 호롱불빛에 영롱하게 빛났지요. 노인은 다시 한번 무너지듯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백 년 동안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한이 되었던 조상의 유품이 마침내 후손의 손에 돌아온 것입니다. 노인은 한참을 흐느끼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김처사 앞에 큰절을 올리려 했습니다. 김처사는 깜짝 놀라 노인을 일으켰지요.
"어르신,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저는 그저 임자의 물건을 임자에게 돌려 드린 것뿐입니다. 큰절은 가당치 않습니다."
"아니오, 객이야말로 우리 집안의 은인이오. 백 년 묵은 한을 풀어 주신 분이오. 어찌 큰절 한 번을 아끼겠소."
노인은 끝내 김처사에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그러고는 며느리를 불러 정성껏 저녁상을 차리게 했지요. 그 저녁, 노인은 김처사에게 황금의 절반을 떼어 주려 했습니다. 그러나 김처사는 한사코 사양했지요.
"어르신, 제가 이 천 리 길을 온 것은 사례를 바라서가 아닙니다. 그저 마음의 빚을 갚으러 온 것입니다. 사례를 받는다면 제가 평생 이고 온 그 마음의 무게가 도로 무거워지지 않겠습니까. 부디 어르신 댁의 자손들을 위해 잘 써 주십시오."
노인은 김처사의 말에 또 한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고는 자그마한 노자 몇 푼만을 억지로 들려 주며, 돌아가는 길에 부디 무탈하시기를 빌어 주었지요. 김처사는 그 노자조차도 받기를 망설였으나, 노인이 워낙 간곡히 청하는 통에 받아 들고 길을 떠났습니다.
※ 6: 빈손에 찾아온 더 큰 복
김처사가 정선 화암리를 떠나 다시 충청도 처갓집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다시 열흘이 걸렸습니다. 올 때보다 등에 진 짐이 가벼워서 그런지, 발걸음이 한결 수월했지요.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이상하게도 허전했습니다. 백 년 묵은 항아리를 짊어지고 다닐 때에는 무겁기만 했던 그 짐이, 막상 내려놓고 나니 마음 한쪽이 텅 빈 듯한 그런 느낌이었지요.
처갓집 마당에 들어선 김처사를 보고 아내는 버선발로 뛰어나왔습니다.
"여보! 무사히 다녀오셨소!"
아내는 김처사의 두 손을 부여잡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김처사도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던지 눈시울이 붉어졌지요. 두 부부는 처갓집에서 떼어 준 작은 땅뙈기를 일구며 새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에 자그마한 초가삼간을 지어 옮겨 들고, 콩이며 보리며 부지런히 심었지요. 그 해 가을, 김처사 부부의 밭에서는 유난히 작황이 좋았습니다. 이웃 밭은 흉작인데 김처사의 밭만 풍년이라 하여 마을 사람들이 모두 신기해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김처사가 새로 옮겨 간 그 마을에 한 진사 어른이 살고 있었습니다. 본디 한양에서 벼슬을 하시다가 늘그막에 낙향하여 조용히 지내시는 분이었지요. 진사 어른께는 외동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 댁 아들이 글공부에 영 마음을 붙이지 못해 부모의 속을 썩였습니다. 진사 어른은 마을에 새로 들어온 김처사가 학식이 깊다는 소문을 듣고는, 어느 날 직접 김처사의 집을 찾아오셨지요.
"김공, 내 한 가지 청이 있어 왔소이다. 내 아들놈이 글공부를 영 게을리하여 큰 걱정이외다. 김공께서 우리 아들의 글 선생이 되어 주실 수 없겠소이까. 후한 사례는 약조하리다."
김처사는 처음에는 사양했습니다. 자기 같은 시골 선비가 진사 댁 자제의 글 선생이 될 자격이 있겠느냐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진사 어른이 워낙 간곡히 청하는 통에 마침내 승낙하였습니다. 김처사가 글을 가르치자, 그 댁 아들은 신기하게도 마음을 잡고 글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지요. 김처사는 단순히 글만 가르친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도리, 마음의 도리를 함께 가르쳤거든요. 백 년 묵은 항아리 이야기도 그 가운데 한 자락이었지요.
진사 댁 아들은 김처사의 가르침을 받아 몇 해 뒤 과거에 급제하였습니다. 그것도 장원으로 말이지요. 진사 어른은 김처사를 은인으로 여기며 후하게 사례하셨고, 마을에 작은 서당을 지어 김처사가 후학을 가르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김처사의 서당에는 인근 고을에서까지 학동들이 모여들었지요. 김처사 부부의 살림도 어느덧 살 만해졌습니다. 더 이상 보리죽으로 끼니를 잇지 않아도 되었고, 아내에게 명주 저고리 한 벌도 해 입힐 수 있게 되었지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처사 부부는 늦은 나이에 귀한 아들 하나를 얻었습니다. 그동안 슬하에 자식이 없어 늘 가슴앓이를 해 왔던 부부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복이었지요. 그 아들은 자라면서 아버지를 닮아 마음씨가 곧고 머리가 영민하여, 훗날 큰 인물이 되었다 합니다.
세월이 흘러 김처사가 늘그막에 이르렀을 때, 어느 날 마당 평상에 앉아 손자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백 년 묵은 항아리 이야기, 천 리 길을 걸어 정선 화암리를 찾아갔던 이야기, 거기서 만난 백발의 노인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주었지요. 어린 손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그 황금을 다 돌려주지 말고 조금만 가지셨으면, 우리 집이 부자가 되었을 텐데요."
김처사는 손자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빙긋 웃었습니다.
"얘야, 잘 들어 보거라. 그때 내가 그 황금을 한 알이라도 떼어 가졌더라면, 지금 우리 집 마당에 너랑 내가 이렇게 앉아 있지도 못했을 게다. 진사 어른께서 나를 찾아오지도 않으셨을 것이고, 네 아비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너도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욕심을 부려 한 알을 얻으면, 그 뒤에 따라올 백 가지 복을 모두 잃는 법이란다. 빈손으로 돌려준 자에게 하늘이 더 큰 손을 빌려 주시는 것이지."
어린 손자가 그 말을 다 알아들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날 평상 위로 비쳐 들던 햇살만은, 그 어떤 황금보다도 더 따스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김처사는 천수를 누리고 편안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떠난 뒤에도, 그 고을에서는 오래도록 김처사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다 하지요. 마룻장 아래 황금을 발견하고도 천 리 길을 걸어 진짜 임자에게 돌려준 그 곧은 선비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이렇게 일러 주었다고 합니다.
"얘들아, 노다지 냄새가 난다고 다 네 것이 아니란다. 진짜 임자를 찾아 돌려주는 그 자리에, 더 큰 복이 와서 앉는 법이란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김처사의 이야기, 어떠셨습니까. 마룻장 아래 백 년 묵은 황금이 있었지만, 그것을 제 것 삼지 않고 천 리 길을 걸어 진짜 임자에게 돌려준 그 마음. 빈손으로 돌아온 그에게 하늘이 더 큰 복을 내려 주었다는 이 사연이, 오늘 우리에게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욕심 한 알을 내려놓는 자리에, 백 가지 복이 깃든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새삼 마음에 와닿네요. 오늘 영상이 마음에 드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도 더욱 깊고 따뜻한 옛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썸네일 (16:9, 컬러수묵화, no text)
A poor Joseon-era scholar in worn white hanbok with topknot hair (sangtu) kneeling on a wooden floor of an old thatched-roof house, lifting a wooden floor plank to reveal a large aged earthen jar filled with glowing gold nuggets, warm sunlight streaming through paper windows, his wife in modest hanbok with traditional bun hairstyle (jjokjin meori) standing behind in surprise, colored ink wash painting style, traditional Korean folk painting aesthetic, dramatic chiaroscuro, mysterious golden glow, 16:9 aspect ratio, no text
1: 이사 가는 날의 발견 (16:9, 수채화, no text)
Joseon-era Korean village at spring morning, old thatched-roof cottage beside a giant zelkova tree, a poor schola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hair and his wife in modest hanbok with traditional bun hairstyle packing belongings in the yard, simple wooden chest and bedding bundles, soft watercolor painting, gentle pastel colors, 16:9, no text
Interior of an old Joseon hanok wooden floor (maru), a scholar in faded white hanbok with topknot kneeling and cleaning the floorboards with a damp cloth, dust motes floating in spring sunlight from paper-paneled doors, watercolor illustration, warm earthy tones, 16:9, no text
Close-up of a Joseon scholar with topknot hair in white hanbok using a kitchen knife to pry up a loose wooden floor plank, his face full of curiosity and surprise, soft watercolor style, muted natural colors, traditional Korean interior, 16:9, no text
A wife in pale hanbok with traditional bun hairstyle (jjokjin meori) and apron rushing onto the wooden veranda of an old hanok, her face filled with astonishment, husband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kneeling beside an exposed hole in the floor, watercolor painting, gentle lighting, 16:9, no text
An aged dark earthenware jar half-buried beneath lifted wooden floorboards in an old Joseon house, sealed with oiled paper and frayed rope, faint engraved characters on its shoulder, dim afternoon light, mysterious atmosphere, soft watercolor illustration, 16:9, no text
2: 항아리 속의 비밀 (16:9, 수채화, no text)
A Joseon schola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hair carefully untying weathered rope from the mouth of an ancient earthen jar on a wooden veranda, his wife with traditional bun hairstyle watching anxiously beside him, soft spring sunlight, watercolor painting, delicate brushwork, 16:9, no text
An open earthen jar revealing glowing golden nuggets of various sizes inside, bright sunlight catching the gold, scholar's hand in hanbok sleeve reaching toward it, watercolor illustration with luminous golden tones, 16:9, no text
A wife in modest hanbok with traditional bun hairstyle (jjokjin meori) collapsing to her knees on the wooden floor with hands covering her mouth in shock, husband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beside the open jar of gold, soft watercolor style, warm light, 16:9, no text
Close-up of a yellowed aged hanji paper unfolded on a wooden floor, neat brush calligraphy written in classical Korean characters, a small red seal at the bottom, golden nuggets visible at the edge of the frame, watercolor painting, vintage paper texture, 16:9, no text
A Joseon scholar with topknot hair in white hanbok sitting cross-legged on the veranda holding the old paper in both hands, his expression deeply contemplative and troubled, spring breeze stirring his sleeves, watercolor illustration, soft afternoon light, 16:9, no text
3: 아내와의 다툼과 결심 (16:9, 수채화, no text)
Interior of a humble Joseon room at night, a flickering oil lamp on a low table, a schola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and his wife with traditional bun hairstyle (jjokjin meori) sitting facing each other across a meager meal of barley rice and soup, watercolor painting, warm amber lamplight, intimate atmosphere, 16:9, no text
A Joseon wife in modest hanbok with traditional bun hairstyle, tears welling in her eyes, gripping the hem of her skirt, sitting on the floor beside a low table, oil lamp casting long shadows, emotional watercolor illustration, soft warm tones, 16:9, no text
A scholar with topknot hair in worn white hanbok speaking calmly, holding his wife's weathered hand gently across a low table, oil lamp between them, tender moment, watercolor painting, soft golden glow, 16:9, no text
Early dawn outside an old thatched cottage, a Joseon schola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tying straw sandals tightly, a heavy bundle wrapped in cloth beside him containing a large jar shape, watercolor illustration, misty morning light, 16:9, no text
A wife in pale hanbok with traditional bun hairstyle standing beneath a great old zelkova tree at the village edge, watching her husband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walking away down a country path with a heavy bundle on his back, watercolor painting, melancholic spring landscape, 16:9, no text
4: 험한 길 위의 시험 (16:9, 수채화, no text)
A Joseon scholar in dusty white hanbok with topknot hair walking along a steep mountain path between cliffs, a deep river winding far below, a heavy cloth-wrapped bundle on his back, watercolor landscape painting, dramatic mountain scenery, soft afternoon light, 16:9, no text
Interior of a shabby roadside tavern at night, a Joseon scholar with topknot pretending to sleep on a clay floor mat, a disheveled stranger crawling toward his bundle with a small dagger, dim flickering lamp, watercolor painting, suspenseful shadows, 16:9, no text
A Joseon schola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resting on a flat boulder atop a mountain pass, wiping sweat from his brow, the heavy bundle beside him, blooming azaleas around the path, watercolor illustration, soft spring colors, 16:9, no text
An old Buddhist monk with long white eyebrows in tattered grey kasaya robes holding a wooden moktak, walking around a mountain bend toward a schola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serene and mystical atmosphere, watercolor painting, soft mountain mist, 16:9, no text
The elderly monk in grey robes gently patting the shoulder of a Joseon schola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hair on a mountain path, both with peaceful expressions, falling azalea petals in spring breeze, watercolor illustration, ethereal soft light, 16:9, no text
5: 진짜 임자를 만나다 (16:9, 수채화, no text)
A remote mountain village in Jeongseon, Gangwon-do, surrounded by tall green mountains, blooming wild cherry blossoms, a clear stream running through, a small thatched-roof village in the valley, watercolor landscape painting, lush spring scenery, 16:9, no text
A Joseon scholar in travel-worn white hanbok with topknot hair resting beneath an enormous ancient pine tree at the entrance of a mountain village, his heavy bundle on a flat rock beside him, watercolor painting, golden late-afternoon light, 16:9, no text
A white-haired elderly Joseon man with topknot hair and white headband, slightly stooped, leaning on a wooden cane, walking toward a traveling scholar in white hanbok beneath the great pine, watercolor illustration, soft warm sunset tones, 16:9, no text
Interior of a humble mountain hanok room at night, an elderly Joseon man with topknot and white hanbok reading an old yellowed paper by oil lamp, tears streaming down his face, the schola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sitting respectfully across from him, an open jar of gold beside them, emotional watercolor painting, 16:9, no text
The elderly man bowing deeply (keunjeol) on a wooden floor before the scholar, who is reaching out in shock to lift him up, both in traditional white hanbok with topknot hair, dim oil lamp glow, watercolor illustration, deeply moving atmosphere, 16:9, no text
6: 빈손에 찾아온 더 큰 복 (16:9, 수채화, no text)
A Joseon schola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hair returning home down a country path with a light empty bundle on his back, his wife with traditional bun hairstyle (jjokjin meori) running barefoot from a small thatched cottage to greet him, watercolor painting, joyful reunion, soft summer light, 16:9, no text
A bountiful autumn field of barley and beans, a Joseon farmer-scholar in simple hanbok with topknot harvesting crops alongside his wife in modest hanbok with traditional bun hairstyle, watercolor landscape, golden ripe colors, peaceful rural scene, 16:9, no text
A dignified elderly Jinsa (scholar-gentleman) in fine blue hanbok with topknot and horsehair hat (gat) visiting a modest hanok, bowing respectfully to a schola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in the front yard, watercolor illustration, warm autumn light, 16:9, no text
A small village schoolroom (seodang) with young students in traditional hanbok sitting on the floor reading books aloud, the scholar-teacher in white hanbok with topknot standing at the front pointing at a hanging scroll, watercolor painting, warm classroom atmosphere, 16:9, no text
An elderly scholar with grey topknot hair and white hanbok sitting on a wooden platform (pyeongsang) in a sunlit courtyard, telling a story to his young grandson who looks up with wide curious eyes, his wife with grey hair in traditional bun hairstyle smiling beside them, watercolor illustration, golden warm sunset, peaceful family scene, 16:9, no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