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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주박에 막걸리 한 방울 부었더니 『기문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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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 멘트

    배고프고 서러운 머슴살이, 꼬르륵 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으신가요? 여기, 캄캄한 헛간에서 낡은 표주박 하나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사내가 있습니다. 한 방울만 부어도 달콤하고 진한 막걸리가 콸콸 쏟아지는 기적의 화수분! 밤새도록 하얀 즙을 배터지게 받아먹은 머슴의 기상천외한 대박 행진, 그 유쾌하고 신나는 이야기 속으로 지금 바로 초대합니다!

    ※ 1: 배고픈 밤, 캄캄한 헛간에서의 우연한 발견

    산비탈을 타고 내려온 차가운 밤바람이 문풍지를 매섭게 때리며 지나가는 깊은 밤이었습니다.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이면서도 동시에 제일가는 구두쇠로 소문난 최대감 댁의 행랑채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깊이 잠겨 있었습니다. 모두가 고단한 몸을 뉘고 단잠에 빠진 이 야심한 시각, 유독 방구석에서 새우잠을 자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밤잠을 설치는 사내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열 살 꼬마 적부터 최대감 댁에 들어와 머슴살이를 해온, 이름조차 제대로 불려본 적 없는 성실하고 우직한 머슴이었습니다. 새벽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 소죽을 쑤고, 해가 져서 산그림자가 마을을 덮을 때까지 허리가 끊어지도록 밭을 매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거친 꽁보리밥 반 그릇과 멀건 시래기국이 전부였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고된 노동 끝에 부실한 저녁을 먹은 탓에, 그의 뱃속에서는 천둥이 치듯 요란한 꼬르륵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배고파라. 뱃속에 굶주린 호랑이가 열 마리는 들어앉아 서로 잡아먹겠다고 으르렁거리는 것 같습니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도 배가 고프고, 모로 누워도 배가 고프고, 엎드려 누우니 뱃가죽이 등가죽에 찰싹 달라붙는 기분입니다. 이러다가 내일 아침에 눈을 뜨기는커녕, 이 밤을 넘기지도 못하고 영양실조로 황천길을 건너가게 생겼습니다.'

    머슴은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천장의 서까래를 세어보며 애써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눈을 감으면 눈앞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 한 마리가 날아다니고,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풍기는 산채비빔밥이 둥둥 떠다니는 환상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결국 도저히 쏟아지는 허기를 참지 못한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습니다. 삐그덕거리는 문소리에 행여나 안채에서 주무시는 최대감 영감이 깰세라, 머슴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발끝을 세운 채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구름이 짙게 끼어 달빛 한 줌 내려오지 않는 몹시도 캄캄한 밤이었습니다. 마당 한구석에서 졸고 있던 누렁이조차 그의 발소리를 듣지 못할 만큼, 그는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헛간을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혹시 아십니까? 낮에 일꾼들이 새참으로 먹다 남긴 누룽지 부스러기라도 짚단 사이에 떨어져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니면 쥐구멍 앞에 굴러다니는 생콩알이라도 주워 씹어야 이 지독한 허기를 속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흙이 묻었건 먼지가 앉았건, 지금은 씹어 넘길 수 있는 것이라면 썩은 문지방이라도 베어 먹을 판입니다."

    머슴은 조심스레 헛간 문을 열고 안으로 숨어들었습니다. 퀴퀴하게 묵은 먼지 냄새와 축축한 지푸라기 냄새가 훅 하고 코를 찔렀지만, 지금 그의 코에는 그 어떤 냄새도 고소한 음식 냄새로 둔갑하여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는 두 손을 더듬거리며 바닥을 훑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손끝에 닿는 것이라고는 차갑고 딱딱한 괭이 자루와 낫 손잡이, 텅 빈 가마니 쪼가리들뿐이었습니다. 구석구석 바닥을 쓸고 다니며 먼지를 뒤집어썼지만, 쥐들도 도망갈 만큼 텅 빈 헛간에는 먹을 것이라고는 단 한 톨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깊은 절망감에 휩싸인 머슴이 털썩 주저앉아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그의 오른쪽 무릎 곁에서 둥그스름하고 매끄러운 무언가가 툭 하고 손끝에 걸렸습니다.

    '이게 무엇입니까? 감자입니까? 무입니까? 아니, 모양새나 질감을 보아하니 먹을 것은 아니고, 몹시 오래된 표주박 같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두께를 이루며 내려앉은, 크기도 작고 볼품없이 찌그러진 낡은 표주박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이 헛간 구석에 처박혀 있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낡아빠진 물건이었습니다. 머슴은 혹시나 지난여름 누군가 표주박에 마실 물이라도 떠다 놓고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그것을 조심스레 흔들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속은 텅텅 비어 있었고 그저 가벼운 소리만 귓가를 스쳤습니다. 크게 실망한 머슴이 표주박을 팽개치고 고개를 돌리려는데, 헛간 문턱 바로 옆에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는 둥그런 항아리 하나가 희미한 어둠 속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낮에 이웃 마을 김진사 댁 잔치에서 최대감이 뇌물처럼 받아와서는 혼자서 핥아먹듯 다 비워버렸던 막걸리 술독이었습니다.

    "아이고! 맞습니다! 낮에 영감탱이가, 아니 대감마님께서 방구석에 틀어박혀 혼자 쩝쩝거리며 다 드시고는 빈 독을 저기 내다 버리라고 하셨지요. 워낙에 혀로 바닥까지 핥아 드시는 짠돌이 영감이시라 남은 것이 있을 턱이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릅니다. 바닥에 한 방울, 아니 반 모금이라도 남아있지 않겠습니까?"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기대감에 잔뜩 부푼 머슴은 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가 얼른 술독을 품에 안고 기울였습니다. 찰랑거리는 소리 따위는 당연히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끈덕지게 항아리를 거꾸로 치켜들고 바닥을 손바닥으로 팡팡 치며 톡톡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정말 기적처럼, 독 안쪽 벽을 타고 말라붙어 있던 맑고 뽀얀 막걸리 몇 방울이 모이고 모여 입구를 향해 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머슴은 이 금쪽같은 막걸리를 단 한 방울이라도 맨바닥에 흘릴세라, 조금 전 주워 들었던 낡은 표주박을 황급히 술독 입구에 가져다 대었습니다.

    '똑, 똑, 쪼르르륵...'

    겨우 표주박 바닥을 아주 얇게 적실까 말까 한, 혀끝에 대기만 해도 사라져버릴 만큼의 아주아주 적은 양이었습니다. 입을 대고 한 모금 축이는 것은 고사하고 입술을 적시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양이었지만, 목이 타들어 가는 갈증과 창자가 꼬이는 허기에 시달리던 머슴에게는 그 몇 방울의 막걸리조차 옥황상제가 내리신 불로초의 이슬처럼 귀하고 소중했습니다. 머슴은 두 손으로 표주박을 감싸 쥐고, 혹시라도 숨결에 날아갈까 숨을 꾹 참은 채 입가로 조심스레 가져갔습니다. 달큰하면서도 기분 좋게 시큼한, 잘 익은 누룩의 향기가 코끝을 찌르자 입안에는 봇물이 터지듯 군침이 가득 고여 흘렀습니다.

    "자, 그럼 이 귀하고 귀한 옥수 같은 막걸리를 어디 한번 음미하며 맛보도록 하겠습니다. 꿀꺽!"

    하지만 표주박을 입술에 대고 기울이는 바로 그 순간, 머슴의 두 눈은 튀어나올 듯이 커지고 심장은 쿵쾅거리며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바닥에 깔려 있던 몇 방울의 액체가 입술에 닿기도 전에, 그의 눈앞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천지가 개벽할 만큼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 2: 콸콸콸! 멈추지 않는 마법의 막걸리 폭포

    "아니,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입니까? 내 두 눈이 잘못된 것입니까?"

    분명 표주박 바닥을 겨우 덮고 있던 몇 방울의 뽀얀 막걸리가, 표주박 안에서 갑자기 보글보글, 부글부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얀 거품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펄펄 끓는 가마솥의 찌개처럼 거품을 내던 막걸리는 이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며 표주박을 채워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흡사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다음 날 깊은 산속 바위틈에서 용솟음치며 뿜어져 나오는 맑은 샘물과도 같았습니다. 아니, 그보다 훨씬 거세고 기운차게 하얀 즙이 콸콸콸 솟구쳐 올랐습니다. 순식간에 표주박 테두리 끝까지 찰랑찰랑 차오른 눈부시게 하얀 막걸리는, 곧이어 표주박의 용량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뚝뚝 흘러넘치며 헛간 흙바닥을 적시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기어이 굶다가 미쳐버린 것이 틀림없습니다. 허기에 지쳐 헛것을 보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면 지나가던 산신령님이나 도깨비가 불쌍한 머슴을 놀려먹으려고 환술을 부리는 것입니까?'

    자신의 뺨을 힘껏 꼬집어보고 눈을 비비고 또 비비며 다시 들여다보아도, 표주박에서는 여전히 하얗고 진한 막걸리가 끝도 없이 퐁퐁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달콤하면서도 깊고 진한, 쌀과 누룩이 완벽하게 발효되어 풍기는 환상적인 술 향기가 좁고 퀴퀴했던 헛간 안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밖으로 새어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넋을 잃고 눈앞의 기적을 바라보던 머슴은, 바닥으로 속절없이 흘러넘쳐 흙탕물이 되어버리는 아까운 술을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성을 잃고 얼른 표주박에 입술을 바짝 대고는, 짐승처럼 목구멍을 열고 막걸리를 꿀꺽꿀꺽 들이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꿀꺽, 꿀꺽, 꿀꺽! 크아아! 세상에 만상에, 어찌 이렇게 달고 시원하며 기가 막힌 맛이 날 수가 있단 말입니까!"

    혀끝을 감싸고 도는 그 환상적인 맛에 머슴은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평소 양반들이나 먹는다는 제일 좋은 맑은 청주보다도 깔끔하고, 잔치 때 먹어본 그 어떤 막걸리보다도 진하고 깊은 맛이었습니다. 전혀 텁텁하지 않고 마치 산속 벌통에서 갓 따낸 꿀을 듬뿍 타 넣은 듯 달콤하면서도,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는 비단결이나 참기름처럼 부드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뱃속으로 시원한 술이 흘러 들어갈 때마다, 오장육부가 따뜻하게 데워지면서 찌를 듯했던 배고픔은 눈 녹듯 사라지고, 평생 일만 하며 쌓였던 뼛속의 고단함마저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시면 마실수록 온몸에 장사의 기운이 뻗치는 듯했습니다. 그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한참을 미친 듯이 들이켰습니다. 하지만 숨이 차올라 푸하! 하고 표주박에서 입을 떼는 바로 그 순간, 막걸리는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다시 콸콸콸 차올라 그의 옷소매를 적시며 바닥으로 넘쳐흘렀습니다.

    "이런 세상에 없는 귀한 보물이 우리 집 헛간 구석에 쥐똥과 함께 굴러다니고 있었다니요! 이것은 옛날이야기에서나 듣던, 아무리 퍼내고 또 퍼내어도 내용물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전설 속의 마법 아이템, '화수분' 표주박이 틀림없습니다!"

    극도로 흥분한 머슴은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에 어찌할 바를 몰라 헛간 안을 방방 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표주박을 들고만 있다가는 헛간 바닥이 온통 막걸리 바다가 되어, 고소한 술 냄새를 맡고 최대감이 잠에서 깨어나 몽둥이를 들고 쫓아올 것이 뻔했습니다. 그는 허둥지둥 어둠 속에서 헛간 구석구석을 미친 듯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가 반쯤 빠진 커다란 사발, 금이 가서 버려진 물항아리, 심지어 찌그러져서 개밥그릇으로나 쓰려던 놋그릇과 밑 빠진 독까지, 액체를 조금이라도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이라면 그 모양과 용도를 따지지 않고 모조리 끌어모아 자기 앞의 바닥에 늘어놓았습니다.

    "콸콸콸콸! 쪼르르르륵!"

    표주박을 사발을 향해 살짝 기울이자, 마치 한여름 계곡의 시원한 폭포수 같은 경쾌하고 장엄한 소리와 함께 하얗고 뽀얀 막걸리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커다란 사발 하나가 찰랑찰랑 가득 차버렸고, 다음 항아리로 옮겨 붓자 항아리마저 금세 하얀 술로 꽉 차올랐습니다. 다른 그릇으로 옮겨 부을 때마다, 표주박 안에 담긴 술은 마를 기미는커녕 오히려 수압이 세어지는 것처럼 더욱 거차게 쏟아졌습니다. 퍼내면 퍼낼수록 더욱 맑고, 더욱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끊임없이 쏟아지는 기적의 막걸리! 쥐와 거미만 살던 캄캄하고 비좁았던 누추한 헛간은, 어느새 진하고 향긋한 최고급 술 냄새와 경쾌하게 쏟아지는 물소리로 가득 찬 환상의 양조장이요, 천국의 공간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내가 부자입니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천하를 호령하는 임금님도, 창고에 금송아지를 쌓아두고 사는 중국의 제일가는 거상도 지금 이 순간의 나만큼 배부르고 행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머슴은 그릇마다 찰랑거리며 넘쳐흐르는 막걸리를 양손으로 푹푹 퍼서 세수하듯 얼굴에 벅벅 비벼대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표주박을 높이 치켜들고는 입을 하마처럼 쩍 벌린 채 위에서 쏟아지는 하얀 막걸리 폭포를 그대로 얼굴로 맞으며 받아먹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굶주림의 고통도, 평생 남의 집 마당을 쓸고 소똥을 치우며 받아온 온갖 멸시와 서러움도, 모두 그 달콤하고 신비로운 술기운에 씻겨 내려가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황홀경에 빠져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끝없는 막걸리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 3: 밤새도록 이어진 막걸리 파티와 기막힌 계획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바깥은 아직 칠흑 같은 밤인지 아니면 새벽이 오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머슴이 미친 듯이 늘어놓았던 헛간 안의 모든 크고 작은 그릇이란 그릇은, 찰랑거리는 하얗고 뽀얀 막걸리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버렸습니다. 머슴의 시커멓던 얼굴은 기분 좋은 술기운에 붉게 달아올라 홍시처럼 변해 있었고, 등가죽에 달라붙었던 홀쭉한 배는 어느새 남산만 하게, 아니 남산보다 더 크고 빵빵하게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꺼어억! 아이고, 배야. 아이고, 내 배가 터지겠습니다. 더는, 정말 더는 한 방울도 못 먹겠습니다. 내 평생 살다 살다 뱃속에 음식이 꽉 차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배불리, 그것도 쌀로 만든 이렇게 맛있는 꿀 같은 술로 위장을 꽉꽉 채워본 것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입니다요."

    바닥의 짚단 위에 대자로 길게 뻗어 누운 머슴은, 천장을 바라보며 실없이 껄껄껄,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술기운에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서까래가 춤을 추는 것 같았지만, 그의 기분만은 등에 날개가 돋친 듯 가볍고 유쾌했습니다. 그의 얼굴 바로 옆에는 여전히 우윳빛 막걸리가 표면 장력을 뽐내며 찰랑거리는 마법의 표주박이 얌전하고 다소곳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누워서 멍하니 그 신비로운 물건을 바라보고 있자니, 번쩍! 하고 어두운 헛간을 대낮처럼 밝히는 듯한 기막힌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가만있어 보자.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바보처럼 취해서 배나 두드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 마법의 표주박, 아무리 퍼내도 줄지 않는 이 신물 하나만 내 손에 쥐고 있다면, 내 평생 먹고사는 것은 물론이요, 자자손손 대대손손 떵떵거리며 사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아니, 그깟 밥이나 먹고 살자고 이 엄청난 보물을 썩힐 수는 없지요. 이 기가 막히게 맛있는 막걸리를 팔면, 금방 어마어마한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요, 머슴은 번뜩이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자신은 더 이상 이 구두쇠 영감탱이 밑에서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하며, 쉰내 나는 꽁보리밥에 서러운 눈물을 훔칠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는 당장 내일 아침, 동쪽 하늘에 해가 떠오르는 순간 이 소중한 표주박을 품에 단단히 안고 이 지긋지긋한 산골짜기를 미련 없이 떠나리라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래, 주막입니다! 전국 팔도의 보부상들과 양반 나리들, 그리고 장사치들이 벌떼처럼 오가는 한양 길목의 커다란 삼거리에, 번듯하고 화려한 주막을 차리는 겁니다! 이름하여, 이름하여... 그렇지!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 주막'이라고 떡하니 간판을 걸면 그야말로 천하제일의 명당이 될 것입니다!"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즐거워 누운 채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고, 허공을 향해 발길질을 해댔습니다. 지나가는 길손들에게 이 기가 막힌, 불로장생의 선약 같은 막걸리를 딱 한 사발만 무료로 맛보여 주어도, 십 리 밖에서부터 사람들이 냄새를 맡고 구름 떼처럼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돈 궤짝에 엽전과 은화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기와집을 고래등처럼 지어 올리고, 비단옷을 겹겹이 껴입고 배를 내밀고 걷는 자신의 모습. 평생 "어이, 머슴 놈아!" 하며 자신을 벌레 보듯 무시하고 핍박하던 고을 양반들과 최대감 영감이, 자신의 번듯한 주막 앞에서 술 한 잔만 팔아달라며 굽실거릴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자,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듯 통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흐흐흐, 껄껄껄! 최대감 영감탱이.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내 빈자리와 소똥이 가득한 외양간을 보고 나면 땅을 치며 대성통곡을 하겠지.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법! 나는 이제 똥지게를 벗어던지고 새롭고 찬란한 내 삶을 찾아 위풍당당하게 떠날 것이다!"

    머슴은 행여라도 누가 훔쳐 갈세라, 바닥에 놓인 소중한 표주박을 양손으로 들어 가슴 품속에 꼬옥 끌어안았습니다. 혹시라도 이 모든 것이 꿈이어서, 잠이 들었다 깨어나면 다시 배고픈 어제로 돌아갈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던 그는, 쏟아지는 잠과 취기 속에서도 두 눈을 부릅뜨고 밤새도록 표주박을 쓰다듬으며 지켰습니다. 어느덧 캄캄하기만 했던 헛간 창틈과 문풍지 사이로, 희스름하고 푸르스름한 새벽동이 서서히 터오기 시작했습니다. 수탉의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밝아오는 새로운 아침은, 그저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밑바닥 인생이었던 머슴의 완전히 새로운 인생, 황금빛 미래가 열리는 눈부신 서막의 빛이었습니다. 품속에 꼭 안은 낡은 표주박에서는, 여전히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향긋하고 달콤한 막걸리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주막을 차려 천하제일의 거상이 될 벅찬 꿈을 안고, 그는 헛간 문을 걷어차고 세상 밖으로 힘찬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 4: 대박 난 주막, 문전성시를 이루는 기적의 술집

    아침 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 붉은 해가 동쪽 산등성이를 반쯤 넘어오며 찬란한 빛을 뿌리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평생을 입어 온 누더기 옷차림 그대로였지만, 사내의 발걸음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장군처럼 당당하고 힘찼습니다. 그의 가슴팍에는 어젯밤 캄캄한 헛간에서 발견한 기적의 보물, 아무리 퍼내어도 하얀 즙이 콸콸 쏟아지는 마법의 낡은 표주박이 행여나 깨질세라 천 주머니에 겹겹이 싸인 채 소중하게 품어져 있었습니다.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밤새 걸어 도착한 곳은, 남쪽 한양과 북쪽 평양을 잇는 가장 큰 도로가 교차하는 시끌벅적한 삼거리 장터였습니다. 전국 팔도의 보부상들과 장사치들, 그리고 길을 떠나는 양반네들이 반드시 거쳐 가야만 하는, 그야말로 사람과 돈이 물밀듯이 모여드는 천하제일의 길목이었습니다. 수중에 가진 돈이라고는 지난 몇 년간 짚신을 삼아 팔아 꼬깃꼬깃 모아둔 엽전 스무 닢이 전부였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장터 어귀에 오랫동안 비어있어 거미줄이 무성한 허름한 초가집 한 채를 단숨에 빌렸습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반나절 만에 마당의 잡초를 뽑고, 삐걱거리는 평상 세 개를 주워다 반듯하게 고쳐 놓은 뒤, 굵은 붓으로 광목천에 커다랗게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 주막’이라는 글씨를 써서 처마 끝에 높이 매달았습니다.

    '자, 드디어 시작입니다. 내 평생 남의 집 마당이나 쓸던 머슴놈이 천하의 길목에 내 이름으로 된 주막을 열었습니다. 이 신통방통한 표주박 하나면, 천하의 내로라하는 술꾼들의 발걸음을 모두 이 초가집 앞마당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업 첫날, 해가 중천에 떠올라 정수리가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이었습니다. 등에 집채만 한 봇짐을 짊어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갯길을 넘어오던 봇짐장수 세 명이, 펄럭이는 주막 깃발을 보고는 평상에 털썩 주저앉으며 거칠게 목청을 높였습니다.

    "아이고, 주모! 아니, 웬 사내 녀석이 주막 주인이구먼. 아무튼 여기 시원한 막걸리 세 사발 찰랑거리게 가득 채워서 내오고, 탁주에 곁들여 먹을 짭조름한 안줏거리 좀 빨리 내어주시오! 날씨가 어찌나 푹푹 찌는지 목구멍이 바싹바싹 타들어가서 당장 숨이 넘어갈 지경이오!"

    "예, 예! 어서 오십시오! 금방 대령하겠습니다요. 우리 주막에는 십 년 묵은 체증도 단숨에 뻥 뚫어버릴, 아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천하제일의 명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부엌으로 쏜살같이 들어갔습니다. 깨끗하게 닦아놓은 큼지막한 사기그릇 세 개를 쟁반 위에 나란히 올려놓고, 가슴팍에서 조심스럽게 표주박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빈 사발을 향해 표주박을 살짝 기울이는 순간, '콸콸콸콸!' 하는 청량하고 장엄한 폭포수 소리와 함께 뽀얗고 눈부신 막걸리가 무서운 기세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사발 세 개를 넘치도록 가득 채운 막걸리 위로는, 구름처럼 몽글몽글하고 먹음직스러운 하얀 거품이 피어올랐고, 달큰하면서도 침샘을 자극하는 진한 누룩 냄새가 부엌을 넘어 마당까지 진동했습니다. 그는 찰랑거리는 술 쟁반을 받쳐 들고 잰걸음으로 달려나가 봇짐장수들 앞 평상에 자신만만하게 상을 내려놓았습니다.

    "자, 어서들 드셔보시지요. 우리 화수분 주막에서만 맛보실 수 있는, 그야말로 기적의 막걸리입니다!"

    봇짐장수들은 처음 맡아보는 기가 막힌 술 냄새에 홀린 듯,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커다란 사발을 두 손으로 집어 들고는 꿀꺽꿀꺽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그 순간, 세 사람의 두 눈이 약속이나 한 듯 화들짝 놀라며 이마 위로 튀어나올 듯 커다래졌습니다.

    "크아아아! 아니, 이보시오 주인장! 대체 이 술의 정체가 무엇이오? 내가 이십 년을 팔도강산을 떠돌며 평양의 감홍로며 한산의 소곡주며, 이름난 술이란 술은 다 목구멍으로 넘겨보았지만, 이렇게 달고 시원하며 목 넘김이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술은 내 난생처음이오!"
    "맞소, 맞아! 뱃속까지 찌릿찌릿해지는 것이, 마치 구름 위를 거니는 신선들이나 마실 법한 불로장생의 영약 같구려! 한 사발만 마셨는데도 온몸에 장사의 기운이 뻗치는 것 같소! 당장 열 사발을 더 내어주시오! 돈은 부르는 대로 쳐서 주겠소이다!"

    손님들의 격렬한 환호와 극찬에 그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다시 표주박을 기울여 술을 퍼 날랐습니다. 기적의 술맛을 본 보부상들의 입소문은 발 없는 말이 되어, 불길이 번지듯 순식간에 장터 전체와 인근 고을까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삼거리 허름한 주막에 죽은 사람도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는 기가 막힌 막걸리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해가 지기도 전에 사람들이 개미 떼처럼 구름처럼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수염을 길게 기른 양반부터, 지게를 진 상놈, 돈 많은 장사꾼, 밭 일하다 뛰어온 농부 할 것 없이, 신분과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가 '화수분 주막'의 막걸리 맛을 보기 위해 주막 앞마당부터 저 멀리 고갯마루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여기 막걸리 한 동이 듬뿍 퍼서 주시오!"
    "우리는 잔치에 쓸 것이니 열 동이를 주시오! 엽전은 수레에 싣고 왔소이다!"

    아무리 퍼내고 또 퍼내어도, 아무리 항아리를 채우고 동이를 채워도, 작고 낡은 표주박에서는 하얗고 진한 최고급 막걸리가 쉴 새 없이, 마치 성난 파도처럼 뿜어져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그 조그만 표주박에서 어찌 그리 강물처럼 많은 술이 쏟아져 나오는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해 입을 떡 벌리며 신기해하면서도, 꿀처럼 달콤하고 깊은 술맛에 흠뻑 취해 연신 엽전 꾸러미를 평상 위로 내던졌습니다.

    '하하하! 돈이다! 엽전이 비 오듯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는구나! 평생 만져보지도 못했던 은화와 엽전이 하루아침에 내 발밑에 산더미처럼 쌓이는구나!'

    밤이 이슥하도록 주막의 횃불은 꺼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람들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흥겨운 노랫가락이 삼거리 밤하늘을 수놓았고, 방 안의 커다란 나무 궤짝들에는 엽전과 은화가 터질 듯이 가득 차올랐습니다. 캄캄한 헛간에서 쥐똥과 함께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서러운 밤을 새우던 불쌍한 머슴은, 단 하루 만에 장터 전체를 쥐락펴락하며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으뜸가는 주막의 위풍당당한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 5: 가난한 길손들을 위한 따뜻한 인심과 공짜 술상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며,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수록 '화수분 주막'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주막 주인은 이제 인근 고을들을 통틀어 으뜸가는 제일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비바람을 겨우 막아주던 허름한 초가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기와가 번쩍거리고 솟을대문이 위풍당당한 으리으리한 기와집 주막이 들어섰습니다. 넓디넓은 마당에 펼쳐진 수십 개의 평상 위에는 언제나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두툼한 고기 안주와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녹두전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일하는 일꾼만 수십 명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돈 궤짝이 늘어나고 입는 옷이 화려해져도,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는 늘 지워지지 않는 뼈아픈 기억 하나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남의 집 캄캄한 헛간에서 꽁보리밥 한술조차 배불리 먹지 못해 눈물 흘리며 허기진 배를 움켜쥐어야만 했던 서럽고 참담했던 자신의 과거였습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뼛속까지 시린 찬바람이 불던 어느 늦은 오후였습니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따뜻한 국물 냄새만 훔쳐 맡고 있는, 옷차림이 남루하기 짝이 없는 노인과 삐쩍 마른 어린 손자의 모습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습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으로 젖어있는 그들의 뱃속에서는, 빗소리를 뚫고 들려올 만큼 처절한 꼬르륵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습니다.

    '아, 옛날의 굶주렸던 내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칼로 베이듯 미어집니다. 내 어찌 지금 배가 부르다고 하여 저 불쌍한 이들을 모른 척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돈을 번 것은 저런 이들을 거두라는 하늘의 뜻일 것입니다.'

    그는 하던 일을 일꾼들에게 팽개치고 얼른 빗속으로 뛰어 나가, 덜덜 떠는 두 사람의 거칠고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덥석 잡아끌었습니다. 그리고는 주막 안에서도 불을 가장 뜨겁게 지펴놓은, 으리으리한 방의 가장 아랫목으로 그들을 정중하게 안내했습니다.

    "어르신, 날씨가 이리 차갑고 비가 들이치는데 어찌 처마 밑에서 오들오들 떨고만 계십니까. 어서 이 따뜻한 아랫목으로 올라와 앉으시지요."
    "아이고, 아이고, 아닙니다요 주인장 어른. 우리같이 천하고 냄새나는 짐승 같은 것들이, 엽전 한 닢도 없는 거지 주제에 이런 귀하고 으리으리한 주막 방안에 어찌 감히 발을 들이겠습니까. 그저 귀한 자리만 더럽힐 뿐입니다요. 저희는 비만 피하고 가겠습니다."
    "어허! 무슨 섭섭한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제 주막 마당을 밟으셨으니 이미 제게는 정승 판서보다 더 귀한 손님이십니다. 잠시만 이불을 덮고 몸을 녹이고 계시지요."

    그는 부엌으로 번개처럼 달려가, 품속의 표주박에서 가장 맑고 농밀하며 달콤한 막걸리 윗물만 한가득 찰랑이게 뽑아냈습니다. 그리고 가마솥에서 갓 지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하얀 쌀밥과, 고기를 듬뿍 썰어 넣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진한 소고기 국밥, 거기에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큼지막하게 부쳐낸 고기전과 각종 나물 반찬을 한 상 가득 차려 방으로 내왔습니다.

    "자, 어서 수저를 드시지요. 돈은 한 푼도, 아니 반 푼도 받지 않을 터이니, 뱃속이 북처럼 든든해질 때까지 마음껏 양껏 드십시오. 모자라면 열 그릇이라도 더 내어드리겠습니다."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는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허겁지겁 밥과 고기를 입안으로 쑤셔 넣듯 밀어 넣었습니다. 국물까지 싹싹 비워내는 그들의 모습을 문틈으로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는, 곧바로 주막 일꾼들을 불러 모아 장터와 인근 모든 마을에 커다란 방을 써서 붙이도록 명했습니다.

    "배가 고프고 가난하여 눈물짓는 자들이여, 지치고 고단한 길을 걷는 길손들이여! 모두 주저하지 말고 이곳 화수분 주막으로 오시라! 주머니에 엽전 한 닢, 쌀 한 줌 없어도 좋으니, 언제든 당당하게 오셔서 시원한 막걸리와 고기가 가득 든 따뜻한 국밥으로 배가 터지도록 채우고 가시라! 돈은 한 푼도 받지 않겠노라!"

    이 파격적인 소식은 거센 봄바람을 타고 하룻밤 새에 온 나라 방방곡곡으로 널리널리 퍼져나갔습니다. 비단옷을 입은 돈 많은 부자들과 양반들에게는 제값을 톡톡히, 아니 평소보다 더 비싸게 받았지만, 옷이 해지고 굶주린 가난한 자들, 병든 자들, 갈 곳 없는 고아들에게는 매일같이 진수성찬의 공짜 술과 밥을 아낌없이 내어주었습니다.

    "주인장, 당신은 참으로 부처님이 환생하신 듯 하늘이 내린 의인이오. 당신의 이 엄청난 공덕은 대대손손 복을 산더미처럼 받으실 거요."
    "하하하, 칭찬이 과하십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제 품에 있는 이 신통방통한 표주박의 은혜 덕분이지요. 제가 제 것을 퍼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주신 이 표주박이 세상 사람들을 널리 먹여 살리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가난한 이들에게 대가 없이 술을 나누어 주면 줄수록 표주박 안에서 쏟아지는 막걸리는 더욱 맑아지고 그 향기는 천 리를 갈 만큼 깊어졌습니다. 주막을 찾는 손님과 굶주린 백성들의 발길은 사시사철 끝이 없었고, 그는 단순히 재물만 끌어모으는 졸부가 아니라, 고을 사람 모두와 온 나라 백성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진정한 훌륭한 대인배요, 활빈당주 같은 영웅으로 칭송받게 되었습니다.

    ※ 6: 어여쁜 아내와의 만남, 찾아온 진정한 행복

    화수분 주막이 날이 갈수록 번창하고 그의 따뜻한 인심에 대한 칭송이 팔도강산에 자자하게 울려 퍼지던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산천초목이 푸르게 소생하며, 앞산 뒷산에 진달래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꽃향기가 춘풍을 타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화창한 오후. 주막 앞 가장 큰 평상 옆으로 웬 젊고 가냘픈 여인 하나가 비틀거리며 걸어오더니, 마치 실이 끊어진 연처럼 풀썩 쓰러지며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십 리 밖에서부터 험한 산길을 며칠이나 걸어온 듯 여인의 짚신은 갈기갈기 찢어져 피가 배어 있었고, 고운 얼굴에는 지독한 피로와 굶주림이 짙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이목구비만큼은 밤하늘의 보름달처럼 곱고, 이슬을 머금은 백합꽃처럼 단아하고 기품이 넘쳤습니다.

    '아이고, 저런저런! 저렇게 곱고 여린 낭자가 어찌 저리 험한 꼴을 하고 길바닥에 쓰러진단 말인가! 숨이 넘어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평상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그는 깜짝 놀라 두 발을 벗고 황급히 달려갔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여인을 안아 올려 주막 안채의 가장 조용하고 따뜻한 안방으로 뉘었습니다. 그리고는 얼른 품속의 표주박을 꺼내어, 보통 막걸리가 아닌 가장 위쪽에 뜨는 맑고 달콤한 청주만을 조심스레 떠내어 정신을 잃은 여인의 마른 입술을 축여주었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장터에서 제일 용하다는 의원을 모셔와 진맥을 보게 하고, 며칠 밤낮을 뜬눈으로 새우며 산삼과 녹용을 다려 정성껏 미음을 쑤어 먹였습니다. 마치 자신의 목숨을 살려내듯 지극정성으로 간호한 지 닷새째 되던 날, 마침내 핏기가 돌아온 여인이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녀는 침상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를 보고는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저는 본래 양반가의 여식이오나 불운하게도 몹쓸 전염병으로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먼 남쪽 친척 집에 의탁하러 홀로 길을 나서던 중이었습니다. 산속에서 길을 잃고 짐승들에게 쫓기며 며칠을 굶주려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는데... 이 크나큰 은혜를 제 한 몸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어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여인의 목소리는 마루에 구르는 은쟁반의 옥구슬처럼 맑고 청아하여, 그의 귓가를 황홀하게 간지럽혔습니다. 평생 거친 사내들의 고함만 듣고 살았던 그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며 쑥스러움에 뒷머리를 벅벅 긁적이며 환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은, 은혜라니요! 그런 당치도 않은 말씀일랑 거두어 주십시오. 배고파 쓰러진 사람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누울 자리 내어준 것이 무슨 대수라고 그러십니까. 그저 낭자께서 기운을 차리신 것만으로도 저는 기쁠 따름입니다. 당장 가실 친척 집도 마땅치 않으시고 몸도 성치 않으신 듯하니, 기운을 완전히 차리고 갈 길이 정해지실 때까지 이 누추한 주막 안채에 머무르셔도 좋습니다. 밥값 숙박비는 일절 받지 않을 테니 걱정 마시지요."

    여인은 그의 따뜻하고 진실한 배려에 감동의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기운을 차린 그녀는 그날부터 그저 놀고먹을 수 없다며 주막의 소소한 일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얼굴만큼이나 마음씨가 비단결처럼 고운 그녀는, 궂은일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주방의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돌보았고, 가난한 손님들에게도 늘 봄볕 같은 친절한 미소로 대했습니다. 그녀가 주막에 머물게 된 이후로, 화수분 주막은 기적의 막걸리 맛뿐만 아니라 그녀의 눈부신 미소와 따뜻한 마음씨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이전보다 두 배, 세 배로 더 큰 활기를 띠었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며, 두 사람은 매일 함께 주막을 꾸려가고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며 자연스레 서로를 향해 깊은 연모의 정을 키워나갔습니다. 어느 달 밝은 여름밤, 그는 그녀를 마당 한가운데로 이끌고 자신의 뼈아팠던 머슴살이 시절의 이야기와, 캄캄한 헛간에서 마법의 표주박을 발견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기적 같은 지난날의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의 순수하고 착한 심성에 깊은 감동을 한 여인은 그의 거친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습니다.

    "당신은 하늘이 주신 기적의 선물을 받을 자격이 그 누구보다 충분한 훌륭한 분이십니다. 요술 표주박이 부린 마법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긍휼히 여기는 당신의 그 따뜻하고 넓은 마음이 이 엄청난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낭자와 함께 눈을 맞추며 웃는 지금 이 순간이, 제 평생 표주박에서 엽전이 쏟아져 나오던 그 날보다 백배, 천배는 더 기쁘고 행복합니다. 제 과거는 비록 천한 머슴이었으나, 앞으로의 미래는 낭자만을 하늘처럼 섬기는 지아비가 되고 싶습니다. 평생 제 곁에서 저와 함께 이 주막을, 아니 우리 두 사람의 어여쁜 삶을 함께 가꾸어 주시겠습니까?"

    여인은 발그레 달아오른 뺨을 숙이며 수줍지만 단단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을 사람들의 엄청난 환호와 팔도강산에서 몰려든 축하객들의 축복 속에서, 두 사람은 고을 역사상 가장 성대하고 화려한 혼례를 올렸습니다. 혼례 잔치가 벌어진 사흘 밤낮 동안, 마법의 표주박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진한 무지갯빛 막걸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와 잔치에 모인 수천 명의 마을 사람 모두가 밤새도록 덩실덩실 춤추고 노래하며 새신랑 새신부의 아름다운 앞날을 열렬히 축복해 주었습니다.

    ※ 7: 양반도 부럽지 않은 풍요로운 삶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물처럼 훌쩍 지나갔습니다. 한밤중 캄캄한 헛간에서 허름한 봇짐 하나 없이 맨몸으로 쫓기듯 뛰쳐나왔던 가난하고 굶주렸던 머슴은, 이제 고을을 넘어 조선 팔도에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고래등 같은 아흔아홉 칸 기와집의 위풍당당한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넓디넓은 앞마당에는 사랑스러운 아내를 빼닮은 예쁜 딸들과 자신을 닮아 기골이 장대한 아들들이 까르르 맑은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윷놀이와 팽이치기를 하며 뛰놀았고, 뒤뜰에 즐비하게 늘어선 수십 개의 커다란 창고에는 흉년이 십 년을 가도 끄떡없을 만큼 쌀과 곡식이, 그리고 금은보화가 썩어 나갈 정도로 가득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찬 바람이 코끝을 맵게 스치는 어느 초겨울 날이었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며칠을 굶은 듯 뼈만 앙상하게 남은 늙고 초라한 노인 한 명이, 부러진 나뭇가지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굽은 등으로 주막 문을 두드렸습니다. 머리에는 이가 득실거리고 옷에서는 시궁창 냄새가 나는 그 거렁뱅이 노인은, 놀랍게도 과거 그를 짐승처럼 부려먹으며 꽁보리밥 한술도 아까워 굶기고 핍박했던, 그 지독한 구두쇠 최대감이었습니다. 무리하게 노름과 투기에 손을 대었다가 하루아침에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집안이 풍비박산 나 거지꼴로 온 나라를 떠돌던 최대감은, 자신이 그토록 벌레 취급했던 옛 머슴이 이렇게 왕족보다 더한 엄청난 부자가 되어 수많은 빈민들을 구제하고 있다는 기막힌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눈앞에 서 있는 위풍당당한 주인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려 통곡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내... 내가 눈이 멀고 욕심에 눈이 어두워 자네처럼 하늘이 내린 귀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짐승만도 못하게 학대했네. 내가 천하의 몹쓸 놈이네! 내 자네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당장 우물에 빠져 죽고 싶으나, 이리 목숨을 구걸하러 온 나를 제발 용서... 아니 그냥 내치시게나! 정말 미안하네, 정말 잘못했네..."

    '이런, 세상에... 이게 정녕 나를 벌벌 떨게 했던 그 하늘 같던 대감마님 아니십니까.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라더니, 세상만사 참으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묘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짓밟았던 옛 주인에게 티끌만 한 원한이나 복수심도 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닥에 엎드려 우는 최대감의 앙상한 두 손을 덥석 잡고 일으켜 세워, 주막에서 가장 화려하고 따뜻한 상석으로 정중히 모셨습니다. 그리고는 직접 부엌으로 들어가 마법의 표주박에서 방금 뽑아낸 가장 따뜻하고 시원한 막걸리를 커다란 사발에 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과 부드러운 고기반찬을 산더미처럼 쌓아 융숭하고도 거룩한 밥상을 내어 대접했습니다.

    "어르신, 지난날의 일들은 이미 흘러간 강물처럼 제 마음속에서 모두 잊힌 지 오랩니다. 다 지난 일이니 더 이상 자책의 눈물을 흘리지 마십시오. 어르신, 이제 길바닥에서 고생하며 걱정하지 마시고 남은 여생은 이곳 주막 행랑채에 머무시며 매일 따뜻한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를 누리시지요. 제가 끝까지 모시겠습니다."

    그의 바다보다 넓은 아량과 따뜻한 용서에, 최대감은 밥숟가락을 쥔 채 엉엉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며 뼛속 깊은 참회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날 밤, 최고급 비단옷을 걸치고 세상에서 제일 어여쁜 아내와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둘러싸인 그는 넓은 대청마루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밤하늘에 휘영청 밝게 떠오른 둥근 보름달을 지그시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가슴 품에는 여전히, 그 춥고 굶주렸던 캄캄한 헛간에서 그의 절망적인 운명을 백팔십도 바꿔주었던 바로 그 낡고 조그만 표주박이 조용히 숨을 쉬듯 따뜻하게 안겨 있었습니다.

    "네 덕분에 내가 굶주림의 고통이 무엇인지 영원히 잊게 되었고, 나아가 가난한 자들을 돕는 사랑과 나눔의 기쁨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구나.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다, 나의 영원한 친구이자 마르지 않는 화수분아."

    조용하고 부드럽게 표주박을 토닥이자, 안에서 '찰랑' 하는 맑고 청아한 물소리가 대답이라도 하듯 기분 좋게 울려 퍼졌습니다. 아무리 퍼내어도 끝없이 솟아나는 기적의 막걸리처럼, 그의 집안에는 경쾌한 웃음과 넘치는 행복이,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나눔이 영원토록 마르지 않고 콸콸콸 쏟아져 내렸습니다. 양반의 허세 부림도, 임금님의 곤룡포도 부럽지 않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넉넉하고 진정으로 풍요로운 부자의 삶이 저 밤하늘에 반짝이는 뭇별들처럼 영원히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오늘의 신나는 이야기, 즐겁게 들으셨나요? 낡은 표주박 하나로 인생 역전에 성공하고, 그 복을 이웃과 함께 나눈 착한 머슴의 이야기! 여러분의 삶에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은 행운과 행복이 콸콸콸 쏟아지기를 바랍니다. 재미있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따뜻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도 배꼽 빠지게 웃기고 가슴 따뜻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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