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짚신장수와 꿈속 노인이 점지해 준 명당 『동패낙송』
가난한 짚신장수와 꿈속 노인이 점지해 준 명당 『동패낙송』
끼니 잇기도 힘들던 짚신장수가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신 공로로 꿈속 백발노인에게 황금이 묻힌 명당을 점지받아 하룻밤 새 거부가 되어 온 가족이 평안히 살았다는 어르신들 주무시기 좋은 옛날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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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옛날 옛적,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눈먼 노모를 끔찍이 모시던 짚신장수가 있었습니다. 끼니조차 잇기 힘든 살림이었지만 그의 지극한 효심에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요? 어느 날 밤, 꿈속에 나타난 백발노인이 엄청난 비밀을 알려주는데... 과연 짚신장수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탐욕스러운 사기꾼의 최후와 함께 펼쳐지는 통쾌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편안하게 귀 기울여주세요.
※ 1: 찢어지게 가난한 짚신장수 칠성의 지극한 효심
하늘과 맞닿을 듯 첩첩하게 둘러싸인 깊은 산골짜기, 인적조차 드문 외딴 마을의 가장 끄트머리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허름한 초가집 한 채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지붕에 얹은 이엉은 제때 갈지 못해 시커멓게 썩어 문드러졌고, 매서운 산바람이 불 때마다 삭은 짚북데기가 눈송이처럼 흩날렸습니다. 진흙을 짓이겨 바른 벽은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쩍쩍 금이 가 있었고, 그 틈새로 한겨울의 칼바람이 거침없이 파고들어 방 안의 냉기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누추하고 가난한 집안에는 세상 그 어떤 고대광실의 금은보화보다도 귀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늙고 눈먼 어머니를 향한 아들 칠성의 지극한 효심이었습니다.
칠성은 아주 어릴 적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자랐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오직 어린 아들 하나를 굶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남의 집 밭을 매고, 절구질을 하고, 한밤중에는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동네 사람들의 해진 옷을 기워주는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었습니다. 밤낮없이 바늘귀를 들여다보며 혹사를 당한 어머니의 두 눈은 칠성이 장성하여 청년이 될 무렵, 결국 그 빛을 잃고 캄캄한 어둠 속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이 된 칠성은, 밖으로는 남의 집 품팔이를 다니고 밤으로는 거친 짚을 꼬아 짚신을 삼으며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했습니다.
칠성의 손바닥은 사포처럼 거칠었고, 짚에 베이고 찔려 성한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굳은살이 박인 자리에 또다시 상처가 나고 붉은 피가 배어 나와도 칠성은 아픈 내색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짚신을 내다 팔아 어머니께 따뜻한 쌀밥 한 그릇 해드릴 생각에 입가에는 늘 엷은 미소가 맴돌았습니다.
'오늘 장터에 이 짚신 스무 켤레를 다 팔면, 장터 어귀 정육점에서 고기 반 근을 살 수 있겠지. 뼈를 푹 고아서 부드럽게 뭇국을 끓여드리면 우리 어머니 기력이 조금은 살아나실 텐데. 암, 그렇고말고. 오늘은 반드시 다 팔고 돌아와야지.'
칠성은 이른 새벽, 닭이 채 울기도 전에 일어나 부뚜막에 불을 지폈습니다. 매운 연기를 콜록거리며 마시면서도 가마솥에 물을 끓여 어머니가 세수하실 물을 따뜻하게 데워두는 것은 칠성의 오랜 일과였습니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고 방으로 들어간 칠성은 행여 어머니가 놀라실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어머니, 밤새 주무시기는 편안하셨습니까? 날이 제법 찹니다. 아랫목으로 조금 더 내려오시지요. 제가 방바닥을 뜨끈하게 데워 놓았습니다."
"오냐, 칠성아. 나는 괜찮다만 네가 밤새 짚신 삼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손은 어떠냐. 많이 상하지는 않았고? 이 어미가 눈이라도 보이면 네 손에 약이라도 발라줄 터인데, 짐만 되는구나."
앞을 보지 못하는 어머니의 주름진 손이 허공을 더듬자, 칠성은 재빨리 거칠어진 자신의 손을 등 뒤로 감추며 짐짓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아이고, 어머니. 제 손이 무쇠나 다름없는데 상할 데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침저녁으로 나무를 베고 지게를 져도 끄떡없는 아들놈 손을 어찌 걱정하십니까. 오늘은 닷새 만에 열리는 큰 장날이라 짚신이 제법 많이 팔릴 듯싶습니다. 장에 다녀올 테니, 어머니는 툇마루에 앉아 볕이나 쬐고 계십시오. 제상에 오를 만한 부드러운 고기라도 한 점 끊어 오겠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살가운 말에 안심한 듯 희미하게 웃어 보였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아비 없이 자라 평생 고생만 하는 아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칠성은 정성스레 지은 조밥에 간장 한 종지, 그리고 산에서 캐온 씀바귀 무침을 작은 소반에 담아 어머니 앞쪽에 조심스레 놓아드렸습니다. 정작 본인은 가마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긁어 찬물에 훌훌 말아 마시듯 넘기고는, 사람 키만큼 높게 쌓인 짚신 꾸러미를 지게에 얹고 장터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찌 마음먹은 대로만 되겠습니까. 장터의 인심은 각박했고, 사람들은 이리저리 흥정만 할 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습니다. 장터 한구석에는 말재주가 비상하고 남을 속여먹기 일쑤인 황 서방이라는 작자가 있어, 사람들에게 싸구려 중국산 비단을 비싸게 팔아먹거나 얼토당토않은 가짜 약재를 속여 파는 사기 행각으로 떵떵거리며 부를 축적하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껄껄거리는 사기꾼들 사이에서, 정직하게 제 손으로 땀 흘려 만든 칠성의 투박한 짚신은 좀처럼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자락을 붙잡고 사정해 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외면뿐이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장터에 어스름이 깔릴 때까지, 칠성이 온종일 언 발을 구르며 판 짚신은 고작 서너 켤레가 전부였습니다. 고기 반 근은커녕 좁쌀 한 되 사기도 빠듯한 푼돈이었습니다. 결국 칠성은 텅 빈 장터를 뒤로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어두워진 산길을 터덜터덜 걸어 올라오는 칠성의 어깨는 천근만근 무거웠습니다. 어머니께 따뜻한 고깃국을 대접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칠성은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남몰래 한숨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빈 지게를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가운 겨울바람이 칠성의 해진 옷깃 사이를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 2: 병든 어머니와 기적처럼 나타난 백발노인의 현몽
유난히도 길고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연일 몰아치는 짐승 같은 눈보라에 마을 길은 무릎 높이까지 꽁꽁 얼어붙었고,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어 장터마저 열리지 않는 날이 수두룩했습니다. 가난한 칠성의 집에는 쌀독의 바닥이 드러난 지 이미 오래였고, 지난가을 산에서 캐어 처마 밑에 말려둔 시래기마저 동이 나버렸습니다. 하지만 주린 배를 움켜쥐는 것보다 더 큰 걱정은 바로 어머니의 건강이었습니다. 매서운 추위와 오랜 영양실조에 기력이 쇠하실 대로 쇠하신 어머니는 그해 한겨울, 덜컥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기침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끊어질 듯 이어졌고, 앙상한 이마는 마치 화로의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어머니, 제발 조금만 기운을 내보십시오. 제가 이 눈길을 헤치고 산을 넘어서라도 약방에 가서 약재를 구해오겠습니다. 물이라도 한 모금 넘겨보셔요."
"쿨럭, 쿨럭... 아이다, 칠성아. 내 나이가 벌써 칠십 줄이다. 살 만큼 넉넉히 살았으니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아라. 억지로 내 목숨을 연명해 보았자 네 짐만 무거워질 뿐이다. 그저 네가 끓여주는 숭늉 한 그릇이면 족하니, 제발 이 추운 날 밖에 나가지 말거라."
어머니의 쇳소리 나는 거친 숨소리와 체념한 듯한 목소리에 칠성의 억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칠성은 어머니의 바싹 마른 두 손을 부여잡고 소리 죽여 오열했습니다. 당장 장터에서 제일가는 의원을 부르고 귀한 첩약을 지어와도 모자랄 판국에, 그의 수중에는 동전 한 닢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칠성은 잠든 어머니의 이마에 찬물 적신 수건을 올려두고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짚신 꾸러미를 어깨에 둘러멨습니다. 그리고는 허리까지 차오르는 무서운 눈보라를 뚫고 산 너머 장터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눈길에 미끄러져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나도, 얼음장 같은 칼바람에 얼굴이 찢길 듯 얼어붙어도 칠성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어머니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폭설이 내린 장터는 쥐죽은 듯 고요했고, 인적조차 드문 거리에서 짚신을 사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남의 집 문을 두드리며 동냥을 해보아도, 각박해진 인심에 사람들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내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하늘도 참으로 무심하시지. 평생 남의 것 하나 탐내지 않고, 거짓말 한 번 안 하고 가시밭길 걷듯 살아온 우리 어머니입니다. 제 목숨을 거두어 가셔도 좋으니, 제발 저희 어머니를 살려주십시오. 신령님, 부처님, 제발 저희 어머니를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칠성은 인적 없는 캄캄한 산길 한가운데서 털썩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얼어붙은 땅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산신령께, 하늘의 옥황상제께 빌고 또 빌었습니다. 이마에서 흐른 피가 눈밭을 붉게 물들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칠성은 불기조차 없는 차가운 방안에서 점점 식어가는 어머니를 부둥켜안았습니다. 자신의 체온으로라도 어머니의 몸을 녹이려 밤새 몸을 비비며 애를 썼습니다. 그렇게 사흘 밤낮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피 말리는 병구완을 하던 칠성은, 결국 밀려드는 지독한 피로와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어머니 곁에 쓰러지듯 까무러쳐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을까요. 칠성의 꿈속에 참으로 기이하고 장엄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찬바람이 스며들던 어두운 방안 가득, 두 눈을 뜨고 쳐다볼 수 없을 만큼 환하고 따뜻한 오색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안개가 걷히듯 방구석에서 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은 방금 내린 첫눈처럼 눈부시게 새하얗고, 옥색 도포 자락을 여유롭게 휘날리는 품이 영락없는 천상의 신선이었습니다. 노인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칠성에게 다가왔습니다.
"칠성아, 네 지극한 효심이 마침내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구나."
그 신비로운 자태와 목소리에 놀란 칠성이 황급히 방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렸습니다.
"어르신은 뉘시온데 이토록 누추하고 천한 곳까지 행차하셨사옵니까? 혹여 저희 어머니를 데려가시려는 저승사자이십니까?"
"허허, 나는 저승의 사자가 아니라 이 커다란 산줄기를 수천 년간 지켜온 산신이다. 네가 한겨울 차가운 눈 구덩이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내 마음이 크게 동하였다. 네 어미를 향한 너의 뼈를 깎는 정성은 이미 천상계 옥황상제께도 칭찬이 자자하지. 지독한 가난과 시련 속에서도 결코 맑은 심성을 잃지 않고 바르게 살아왔으니, 하늘이 너에게 큰 복을 내리기로 명하셨느니라."
노인은 손에 쥐고 있던 단단한 지팡이로 방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습니다.
"내일 아침 닭이 울고 날이 밝거든, 지체 없이 네 집 뒷산인 옥녀봉 제일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거라. 산 중턱 즈음에 이르면, 수백 년 묵은 아름드리 소나무 두 그루가 마치 정다운 부부처럼 서로 가지를 칭칭 감고 엉켜 자라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 소나무 아래, 아침 햇살이 가장 먼저 가닿는 양지바른 곳을 찾아 정확히 일곱 자 깊이로 파보아라. 그곳에 네 어미의 깊은 병을 씻은 듯이 고치고, 너희 모자가 남은 평생을 안락하게 살 수 있는 하늘의 선물이 묻혀 있을 것이다. 허나, 명심할 것이 있다. 그곳의 물건을 꺼내어 쓰되, 절대로 남에게 재물을 과시하거나 교만한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나머지는 하늘의 것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알겠느냐?"
칠성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주억거리자, 말을 마친 노인은 다시 한번 방안을 서광으로 가득 채우더니 홀연히 한 줄기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칠성은 꿈결 속에서도 노인이 사라진 허공을 향해 수없이 절을 올리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마에 맺힌 식은땀과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헐떡이며 잠에서 깨어난 칠성의 귓가에는, 때마침 아침을 알리는 수탉의 첫울음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생생하고 영험한 현몽에 칠성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 3: 산속 깊은 곳, 노인이 점지해 준 황금 명당을 찾아서
아침 해가 산등성이 위로 붉게 떠오르자마자, 칠성은 낡은 지게와 녹슨 괭이를 단단히 챙겨 들고 뒷산인 옥녀봉을 향해 뛰듯이 올랐습니다. 며칠을 제대로 된 밥 한술 뜨지 못하고 굶다시피 한 몸이었지만, 발걸음은 마치 날개라도 돋친 듯 깃털처럼 가벼웠고 지독한 허기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간밤에 허리춤까지 쌓인 눈이 산길을 가로막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이 푹푹 빠졌지만,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하늘의 선물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에 칠성은 네발로 짐승처럼 산비탈을 기어올랐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산바람이 뺨을 때려도 그의 두 눈은 희망으로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소나무 두 그루가 마치 부부처럼 엉켜 자라는 곳... 아침 햇살이 가장 먼저 가닿는 양지바른 곳... 신령님, 부디 제가 그곳을 단번에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십시오.'
칠성은 거친 숨을 헐떡이며 가파른 산 중턱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수많은 나무 사이를 한참이나 헤매던 끝에, 칠성의 시야에 과연 꿈속 백발노인의 말처럼 거대한 아름드리 소나무 두 그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백 년의 비바람을 견뎌낸 듯 굵고 검은 몸통을 가진 두 나무는 신기하게도 서로의 가지를 교차하며 단단히 껴안고 있는, 범상치 않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그 소나무 아래로 다가가자,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온 산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건만, 오직 그 두 나무 아래의 둥근 공터만큼은 눈이 한 점도 쌓이지 않은 채 부드러운 흙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첩첩산중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햇살이 한 줄기 빛처럼 곧게 내리쬐어 그곳을 황금빛으로 아늑하게 데워주고 있었습니다. 풍수를 전혀 모르는 까막눈인 칠성이 보기에도 기운이 한없이 맑고 따뜻한, 천하 제일의 명당임이 틀림없었습니다.
"바로 여기다! 꿈속에서 뵈었던 산신령님께서 점지해 주신 곳이 틀림없어!"
칠성은 거친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어깨에서 괭이를 치켜들고 얼어붙은 땅을 내리찍기 시작했습니다. "깡! 깡!" 괭이 끝이 언 땅에 부딪히며 불꽃을 튀겼지만, 칠성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파내려 갈수록 손아귀의 굳은살이 찢어질 듯 아파오고, 한겨울임에도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습니다. 허기진 배가 뒤틀렸지만, 칠성은 오로지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며 이 악물고 흙을 파냈습니다. 일곱 자, 대략 장정의 키를 훌쩍 넘는 깊이까지 파 내려갔을 즈음이었습니다.
"텅!"
둔탁하고 묵직한 소리와 함께 괭이 끝이 무언가 단단한 것에 부딪혔습니다. 산속에서 흔히 나오는 돌덩이나 바위의 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속이 빈 옹기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칠성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칠성은 괭이를 내팽개치고 엎드려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주변의 흙을 걷어냈습니다. 그러자 성인 남자의 몸집만 한 커다랗고 둥근 검은 항아리가 마침내 그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칠성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항아리의 두꺼운 뚜껑을 조심스레 들어 올렸습니다.
그 순간, 항아리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하고 눈부신 빛에 칠성은 그만 뒤로 나자빠질 뻔했습니다.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는 엄청난 광채였습니다. 믿을 수 없게도 항아리 안에는 갓 구워낸 듯 영롱한 붉은빛과 노란빛을 발하는 커다란 황금 덩어리와 백금, 은붙이들이 산더미처럼 가득 쌓여 있었던 것입니다. 평생 구리로 만든 엽전 몇 닢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칠성의 눈앞에, 나라의 국고를 열어야만 볼 법한 어마어마한 천문학적인 재물이 나타난 것입니다. 손을 뻗어 만져본 황금의 묵직하고 차가운 감촉에, 칠성은 비로소 이것이 꿈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아아...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하늘이시여, 정녕 감사합니다! 우리 불쌍한 어머니를, 저희 모자를 이렇게 살려주셨습니다!'
칠성은 흙투성이가 된 채 엎드려 황금 항아리를 묻고 있던 명당자리를 향해 백 번, 천 번 감사의 절을 올렸습니다. 당장이라도 이 재물을 몽땅 지게에 싣고 내려가 동네방네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마을에서 제일가는 기와집을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기쁨에 들뜨려는 찰나, 칠성은 간밤 꿈속 노인의 엄중한 당부를 떠올렸습니다. 절대로 교만해서는 안 된다. 남에게 과시해서도 안 되며, 욕심을 부리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취하라. 칠성은 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는 품속에서 오래되어 해진 삼베 수건을 꺼내어, 딱 어머니의 약값과 당장 배를 채울 쌀 한 가마니를 살 정도의 크기인 은덩이 두어 개만 조심스럽게 감싸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주변의 흙을 정성껏 끌어모아 항아리를 원래대로 감쪽같이 묻고, 그 위에 솔잎과 마른 잔가지를 덮어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철저히 위장했습니다.
산을 내려온 칠성은 곧장 걸음을 재촉하여 장터가 있는 이웃 마을로 달려가, 제일가는 명의를 모셔 오고 기름진 고기와 쌀을 샀습니다. 의원이 정성껏 지어준 귀한 산삼과 녹용이 듬뿍 든 첩약을 달여 먹이자, 사경을 헤매며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어머니의 창백한 안색에 며칠 만에 기적처럼 붉은 핏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외풍이 들지 않도록 문풍지를 새로 바르고, 따뜻하게 달궈진 아랫목에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봉밥과 맑은 고깃국을 드시며 기운을 차리시는 어머니를 보며, 칠성은 남몰래 부엌에 쪼그려 앉아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렇게 칠성 모자는 하늘이 내린 은혜로 조금씩 지독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밝은 빛이 있으면 반드시 짙은 그림자가 꼬이는 법입니다. 갑작스레 칠성의 형편이 나아지기 시작하자, 마을 어귀에서는 음흉하고 더러운 시기심을 품은 눈동자 하나가 그들 모자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 4: 소문을 듣고 찾아온 교활한 사기꾼 지관의 등장
마을 아랫동네에 번듯한 기와집을 짓고 떵떵거리며 사는 황 서방은, 이 근방 수십 리 안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악명 높은 사기꾼이자 지독한 수전노였습니다.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제 손으로 농사를 짓거나 땀 흘려 일해본 적이 없는 자였습니다. 번듯한 직업 하나 없이 허구한 날 화려한 비단옷을 빼입고 장터를 어슬렁거리며, 어리숙하고 순박한 사람들을 속여 넘겨 제 배를 불리는 것이 그의 유일한 일과이자 장기였지요. 산에서 캔 도라지를 교묘하게 깎아 천 년 묵은 산삼이라 속여 죽어가는 노인의 쌈짓돈을 갈취하는가 하면, 속이 텅 빈 뻣뻣한 가짜 비단을 바다 건너 청나라에서 들여온 최고급 비단이라며 혼기를 앞둔 처녀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넘기기도 했습니다. 남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아내어 제 곳간을 채우면서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그야말로 인면수심의 몹쓸 난봉꾼이었습니다.
뱀처럼 교활하고 눈치 하나는 귀신같이 빠른 황 서방의 레이다망에, 어느 날부터인가 짚신장수 칠성의 기이한 행적이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칠성이라 하면 동네 개들도 안쓰러워할 만큼 찢어지게 가난하여, 한겨울에도 홑적삼을 입고 벌벌 떨며 끼니조차 잇지 못하던 녀석이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며칠 전부터 칠성의 씀씀이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입니다. 장터 어귀 정육점에서 고관대작들이나 먹는다는 최고급 한우의 양지머리를 덥석 사질 않나, 읍내에서 제일 비싸기로 소문난 명의를 불러다 백 냥이 훌쩍 넘는 귀한 첩약을 지어 가질 않나. 심지어 칠성이 다녀간 쌀가게 주인의 말에 따르면, 싸라기나 좁쌀이 아닌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최고급 이천 백미를 가마니째로 사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저 미련한 칠성 놈이 갑자기 미치기라도 했단 말이냐? 며칠 전만 해도 장터 구석에서 얼어 죽어가는 표정으로 짚신을 팔던 녀석이, 대체 무슨 수로 저런 큰돈을 만지게 되었지? 밤도둑질이라도 한 게야, 아니면 뒷산에서 노다지라도 캔 게야!'
황 서방의 탐욕스러운 뱀 같은 눈동자가 번뜩였습니다. 남이 잘되는 꼴을 보면 배가 아파 밤잠을 설치는 그였기에, 칠성의 갑작스러운 부는 황 서방의 시기심에 불을 지르고도 남았습니다. 그는 당장 그날부터 하던 짓을 멈추고 칠성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칠성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갈 때도 멀찌감치 나무 뒤에 숨어 뒤를 밟았고, 장터에 나갈 때도 변장을 한 채 그림자처럼 쫓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두고 보았지만 칠성이 특별히 돈을 벌 만한 구석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전처럼 묵묵히 늙은 어머니의 병구완을 하고, 틈틈이 마당을 쓰는 것이 전부였지요. 하지만 칠성의 집 굴뚝에서는 매일같이 고기 굽는 냄새와 하얀 쌀밥 짓는 냄새가 끊이지 않고 피어올랐습니다. 더 이상 궁금증과 질투를 참지 못한 황 서방은, 결국 뱃속에 시커먼 구렁이를 품은 채 교활한 계략을 꾸며 칠성의 초가집을 찾아갔습니다.
양손에는 시장바닥에서 가장 싸구려로 치는 시큼한 탁주 두어 병과 바싹 마른 명태 한 마리를 들고서 말입니다. 칠성의 집 사립문을 거침없이 밀고 들어선 황 서방은, 특유의 간사한 웃음을 입에 걸치고 과장된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아이고, 칠성아! 그간 안녕하였느냐. 내가 장터 장사에 쫓겨 바쁘게 지내다 보니 우리 착하고 성실한 아우를 미처 챙기지 못했구나. 네 홀어머니께서 병환이 깊어 사경을 헤매신다는 소문을 듣고, 이 형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여 약주라도 한잔 올리고 위로할까 싶어 만사 제쳐두고 이렇게 달려왔단다."
칠성은 평소 말 한 번 섞어본 적 없는 황 서방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적잖이 당황스럽고 의아했지만, 본래 심성이 여리고 남을 의심할 줄 모르는 터라 반갑게 사립문을 열어 그를 맞이했습니다.
"아이고, 귀하신 분께서 이 누추한 곳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안 그래도 의원님께서 지어주신 약을 드시고 어머니께서 기운을 많이 차리셨습니다. 날이 찬데 어서 방으로 들어오시지요."
황 서방은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며 방 안으로 들어서고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보았습니다. 찬바람이 쌩쌩 불어 고드름이 얼던 썰렁한 방바닥은 장작을 넉넉히 지펴 절절 끓을 듯이 뜨끈뜨끈했고, 방 한구석에는 묵직한 쌀가마니가 두 개나 든든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벽에는 어머니의 건강을 위한 값비싼 약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지요. 황 서방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가져온 싸구려 탁주를 사발에 가득 부어 칠성에게 권했습니다.
"그래, 어머님께서 쾌차하셨다니 참으로 하늘이 도우셨구나. 다 네 지극한 효심이 옥황상제께 닿은 게지. 자, 우리 오랜만에 회포나 풀자꾸나. 형이 주는 술이니 사양 말고 쭈욱 들이켜라!"
평생 밥술이나 겨우 뜨고 살았지, 술이라곤 한 모금도 입에 대본 적이 없는 칠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네 유지나 다름없는 황 서방의 끈질기고 강압적인 권유에 못 이겨 한 잔, 두 잔 받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칠성의 순박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정신이 아득해지며 취기가 핑 돌기 시작했습니다. 황 서방은 칠성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풀리고 혀가 꼬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은근슬쩍 본색을 드러내며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칠성아, 네가 요새 돈벌이가 아주 쏠쏠한 모양이더라? 쌀가마니에 귀한 약재까지... 혹여 산에서 귀한 산삼이라도 캔 것이냐? 아니면 어디서 큰 노다지라도 발견한 게냐? 좋은 일거리나 돈 나올 구멍이 생겼으면, 이 형한테도 살짝 귀띔을 좀 해주렴. 우리가 남이더냐.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사이 아니겠느냐."
칠성은 흠칫 놀라며 입술을 굳게 다물고 거세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술기운 속에서도 간밤 꿈속에 나타났던 신선 같은 백발노인의 엄중한 당부가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남에게 재물을 과시하거나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그 경고 말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혼을 쏙 빼놓는 데 도가 튼 사기꾼 황 서방의 언변은 참으로 교묘하고 악랄했습니다. 칠성이 입을 다물자, 황 서방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칠성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거짓 눈물까지 뚝뚝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흑흑... 사실은 형이 장사를 하다 큰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게 되었단다. 당장 내일 아침까지 천 냥을 갚지 못하면, 험악한 왈패 놈들이 들이닥쳐 내 손발을 자르고 내 처자식을 종으로 팔아넘기겠다고 협박을 하질 않느냐. 나는 이제 꼼짝없이 한강물에 투신하여 목숨을 끊어야 할 판이다. 불쌍한 내 자식들은 어찌 살란 말이냐. 제발 나를 살려다오, 칠성 아우님! 네가 정녕 나를 버린다면, 나는 오늘 밤 당장 네 집 앞 감나무에 목을 매달 것이다!"
마음이 비단결같이 약한 칠성은 눈물 콧물을 쏟으며 통곡하는 황 서방의 혼신을 다한 연기에 그만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비록 장터에서 남을 속이는 나쁜 사람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눈앞에서 당장 처자식을 두고 목숨이 끊어지게 생겼다며 오열하는 가장을 모른 척할 만큼 칠성은 모진 사람이 못 되었습니다. 결국 독한 술기운과 맹목적인 동정심에 이성을 잃은 칠성은, 넘어선 안 될 끔찍한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혀, 형님... 울지 마십시오. 사실은... 뒷산 옥녀봉 높은 중턱에, 마치 부부처럼 가지가 기이하게 얽힌 거대한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습니다... 그 소나무 아래 양지바른 곳을 일곱 자 깊이로 파보면..."
칠성은 꿈속 백발노인과 만난 이야기부터, 햇살이 비치는 명당자리, 그리고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거대한 검은 항아리와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찬란한 황금 덩어리에 대한 비밀까지 모조리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단, 꼭 필요한 만큼만 가져다 써야 하며 절대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백발노인의 준엄한 경고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하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황 서방의 귀에 '필요한 만큼만'이라는 말 따위가 들어올 리 만무했습니다. 오직 '황금이 가득 든 거대한 항아리'라는 말만이 그의 썩어빠진 탐욕스러운 머릿속을 맴돌며 벼락처럼 쾅쾅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칠성의 손을 잡고 있던 황 서방의 입가에, 아무도 모르게 소름 끼치도록 비열하고 잔혹한 미소가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 5: 사기꾼의 속임수와 칠성의 위기, 그리고 뼈아픈 반전
그날 밤, 달구름조차 짙은 먹구름에 완전히 가려져 한 치 앞의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깊은 산골의 겨울밤은 짐승들도 숨을 죽일 만큼 무섭고 매서웠습니다. 하지만 옥녀봉으로 향하는 좁고 가파른 산길에는, 추위조차 잊은 채 헐떡이며 기어오르는 검은 그림자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황 서방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얼굴에 검은 숯칠을 하고, 등에는 사람 세 명은 족히 들어갈 만한 엄청난 크기의 커다란 마대 자루 두 개를 동여맨 채, 손에는 날이 시퍼렇게 선 튼튼한 괭이를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평소 제 손으로 물 한 모금 떠먹지 않던 위인이었지만, 황금이라는 헛된 욕망에 눈이 먼 그는 도둑고양이처럼 날렵하고 집요하게 밤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산바람이 스산하게 불며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귀신처럼 기괴한 소리를 내어 흔들렸고, 멀리서 굶주린 늑대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오금이 저려 당장 주저앉았을 산길이었건만, 황 서방의 두 눈동자는 탐욕으로 벌겋게 충혈되어 미친 사람처럼 희번득거리고 있었습니다. 입에서는 끊임없이 탐욕스러운 침이 흘러내려 턱을 적셨습니다.
'히히히! 바보 천치 같은 칠성 놈! 그런 어마어마한 노다지를 발견하고도 고작 쌀 몇 됫박 사고, 제 어미 고기 몇 점 사 먹이는 데 썼단 말이냐? 이 어리석고 멍청한 놈아, 그 산더미 같은 금덩이는 이제 남김없이 다 내 차지다! 내가 자루 두 개에 가득 담아 다 쓸어 내려가서, 한양 도성 한복판에서 제일가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짓고 기생들을 양옆에 끼고 평생을 왕처럼 떵떵거리며 살아주마! 내일 아침이면 나 황 서방이 조선 팔도에서 제일가는 갑부가 되는 것이야! 흐흐흐!'
황 서방은 가파른 산길을 오르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운 황금빛 망상에 취해 다리가 찢어지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의 귀에는 오직 금화가 서로 부딪히며 내는 찰랑거리는 환청만이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어 시진을 미친 듯이 헤맨 끝에, 마침내 먹구름이 잠시 걷히고 희미한 별빛이 내려앉은 옥녀봉 중턱에서 황 서방은 목적지를 발견했습니다. 칠성이 술에 취해 일러준 대로, 수백 년 묵은 거대한 소나무 두 그루가 마치 사람처럼 기괴하게 서로의 몸을 칭칭 감고 얽혀 있는 바로 그 장소였습니다.
"옳다구나! 찾았다! 바로 여기로구나! 내 인생에 드디어 눈부신 볕이 드는구나!"
황 서방은 어깨에서 자루를 집어 던지듯 내려놓고는,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괭이를 치켜들어 땅을 내리찍기 시작했습니다. 칠성이 어제 아침에 이미 한 번 깊게 파놓고 덮어둔 자리였기에 흙은 부드럽게 파헤쳐졌습니다. 미친 듯이 괭이질을 하던 황 서방의 손끝에, 얼마 지나지 않아 "텅!" 하는 둔탁하고 묵직한 마찰음이 전해졌습니다. 심장이 폭발할 듯 요동쳤습니다. 황 서방은 괭이를 멀리 내팽개치고, 얼어붙은 흙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개처럼 맨손으로 흙을 마구 파헤쳤습니다. 거친 돌멩이에 손톱이 부러져 나가고 피가 철철 흘렀지만, 그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 채 침을 질질 흘리며 땅을 팠습니다. 마침내 흙먼지 속에서 커다랗고 육중한 검은 항아리가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습니다.
"이, 이것이다! 이것이 바로 칠성이가 말한 그 황금 항아리다!"
황 서방은 덜덜 떨리는 피투성이 손으로 항아리의 두꺼운 뚜껑을 확 열어젖혔습니다. 그리고 한 톨의 황금도 남기지 않고 자루에 모조리 쓸어 담기 위해, 아무런 의심 없이 두 팔을 항아리 속 깊숙한 곳까지 쑥 집어넣었습니다.
"크아아아아아악! 악! 사람 살려!"
그 순간, 옥녀봉 전체를 뒤흔드는 소름 끼치고 끔찍한 비명 소리가 정적을 찢고 밤하늘로 솟구쳤습니다. 황 서방이 뚜껑을 열고 팔을 집어넣는 순간, 항아리 속에서 차갑고 단단한 황금의 감촉 대신, 미끄덩거리고 꿈틀거리는 끔찍한 것들이 그의 양팔을 휘감아 온 것입니다. 먹구름 사이로 잠시 비친 달빛에 드러난 항아리 속의 정체는, 금덩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새카만 독기를 가득 품고 똬리를 튼 수백 마리의 무시무시한 독사와, 살점을 뜯어먹는 시뻘건 불개미 떼, 그리고 손바닥만 한 징그러운 왕지네들이었습니다. 백발노인이 순수한 칠성이를 위해 점지해 준 신성한 재물은, 탐욕스럽고 교활한 악당의 더러운 손이 닿는 순간 산신령의 분노를 담은 가장 끔찍한 지옥의 재앙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살, 살려주시오! 내 팔! 내 눈! 으아아아악!"
항아리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온 수십 마리의 맹독성 독사들은 황 서방의 손목과 팔뚝을 사정없이 물어뜯었고, 시뻘건 불개미 떼는 순식간에 그의 팔을 타고 올라와 목덜미와 얼굴까지 뒤덮으며 온몸의 살점을 무자비하게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황 서방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팔을 빼내려 몸부림을 쳤지만, 굵은 독사들은 이미 그의 목줄기와 허벅지까지 칭칭 감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뼈가 녹아내리고 부서지는 듯한 끔찍한 고통과, 온몸의 혈관을 타고 불타는 듯 퍼져나가는 맹독에 황 서방은 피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었습니다.
'아아... 내가 천벌을 받는구나...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고 애먼 사람의 성스러운 재물을 모두 탐낸 죗값을, 뼈저린 천벌로 받는구나...'
독에 취해 발작을 일으키던 황 서방은 결국 중심을 잃고 낭떠러지 같은 가파른 산비탈을 향해 굴러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뾰족한 바위에 머리를 찧고, 날카로운 가시덤불에 온몸의 살점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습니다. 그가 평생 남을 속이고 짓밟으며 긁어모았던 헛된 재물에 대한 추악한 욕망은, 차가운 겨울 산비탈에 뿌려진 붉은 피와 함께 그렇게 허망하고 끔찍하게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밤의 정적을 깨며 짐승처럼 울려 퍼지던 사기꾼의 비참하고 처절한 비명 소리는, 밤새도록 불어대는 매서운 옥녀봉의 산바람에 서서히 파묻혀 잦아들었습니다.
※ 6: 사기꾼의 비참한 최후와 칠성 일가의 평안한 여생
다음 날 아침, 산에 땔감을 구하러 올라가던 마을의 나무꾼들은 산비탈 아래 깊은 계곡창에서 만신창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참혹한 몰골의 사내를 발견하고 기겁을 했습니다. 온몸은 가시덤불에 찢겨 옷조차 제대로 걸치지 못했고, 얼굴과 팔다리는 뱀의 맹독에 중독되어 푸르스름하게 죽은 빛을 띠며 원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퉁퉁 부어올라 있었습니다. 숨만 간신히 붙어있던 그 사내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입가에 하얀 거품을 문 채 헛소리만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항, 항아리에... 황금이 아니라 독사가... 뱀이 내 몸을... 다 가져, 내 돈 다 가져가..."
그 처참한 몰골의 사내가 다름 아닌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이자 악명 높은 사기꾼 황 서방이라는 사실에 마을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평소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쥐어짜며 온갖 못된 짓만 일삼고 교만하게 굴던 황 서방이, 결국 산신령의 끔찍한 노여움을 사 천벌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황 서방은 목숨만은 겨우 건졌으나 뱀독이 뼛속 깊이 퍼져 평생 사지가 마비되는 불구가 되었습니다. 그가 평생을 바쳐 남을 속여 긁어모았던 으리으리한 집과 재산은, 오랜 시간 병석에 누워 독을 빼내는 치료비를 대느라 모조리 탕진되고 먼지처럼 사라졌습니다. 결국 황 서방은 처자식마저 뿔뿔이 흩어지고, 길거리에 나앉아 동냥아치들에게조차 손가락질을 받으며 절름발이로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여생을 연명해야만 했습니다.
한편, 황 서방이 산에서 끔찍한 변을 당했다는 소문은 칠성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칠성은 자신이 술김에 발설한 비밀 때문에 황 서방이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끔찍한 죄책감과, 신성한 명당이 더럽혀져 산신령께서 노하셨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두려움에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날이 밝자마자 칠성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찬물에 목욕재계하고, 덜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옥녀봉으로 달려갔습니다.
헐떡이며 소나무 아래에 도착한 칠성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습니다. 땅은 누군가 미친 듯이 파헤친 흔적이 역력했고, 거대한 검은 항아리는 뚜껑이 열린 채 무방비로 바깥으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칠성이 바들바들 떨리는 두 다리로 다가가, 차마 눈을 뜨지 못한 채 항아리 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았을 때였습니다.
"아앗... 신령님...!"
항아리 속에는 황 서방의 팔을 물어뜯었던 끔찍한 독사 떼나 불개미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안에는 칠성이 처음 보았던 그 영롱하고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빛을 내뿜는 황금 덩어리와 은붙이들이, 단 하나의 흠집도 없이 그대로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칠성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 늙고 병든 어머니를 공경하는 지극하고 조건 없는 효심 앞에서는, 하늘의 선물이 변함없는 맑은 황금으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 항아리는 오직 욕심과 악의로 가득 찬 악인에게만 치명적인 재앙으로 둔갑하여 스스로를 지키는 영험한 물건이었던 것이지요.
그제야 모든 깨달음을 얻은 칠성은 그 자리에 엎드려 뜨거운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며, 산신령님을 향해 끝없는 감사의 절을 올렸습니다.
"산신령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어리석은 놈의 실수를 용서해 주시고 다시금 자비를 베풀어 주시니, 이 크나큰 은혜 평생토록 뼈에 새기겠습니다. 절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평생을 바르게 살며 남을 돕겠습니다."
그 후 칠성은 하늘의 경고를 가슴 깊이 새기며, 항아리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의 은덩이만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사용했습니다. 절대로 비단옷을 입으며 사치를 부리거나 남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하지 않았습니다. 비가 새던 낡은 초가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외풍을 막아줄 작고 아담하지만 튼튼한 기와집을 한 채 지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가장 볕이 잘 들고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방에 어머니를 정성껏 모셨습니다. 그리고 남은 재물로는 자신의 배를 불리는 대신 마을 한가운데 커다란 곳간을 지어, 가난하고 배고픈 이웃들에게 조건 없이 쌀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할 때면 관아를 대신하여 가마솥을 걸고 굶주린 사람들을 모두 먹여 살렸습니다. 칠성의 아름답고 헌신적인 선행은 이웃 마을은 물론 멀리 한양 땅 너머까지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그를 살아있는 부처라 부르는 이들까지 생겨났습니다.
칠성의 이토록 지극한 정성과 하늘의 돌보심 덕분이었을까요. 병상에 누워 사경을 헤매던 어머니는 매일같이 먹는 좋은 약과 아들의 따뜻한 보살핌 덕에 씻은 듯이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침, 진정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수십 년간 캄캄한 어둠에 갇혀있던 어머니의 두 눈에 스르르 맑은 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더니, 기적처럼 시력마저 온전히 회복하여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아들의 늠름한 얼굴을 마침내 뚜렷하게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이고, 우리 칠성이... 내 불쌍한 아들... 장하고 훤칠하게 자란 내 아들 얼굴을, 죽기 전에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다니...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하늘이 정녕 우리 모자를 불쌍히 여기셨구나."
어머니는 칠성의 거칠어진 두 손을 꼭 부여잡고 하염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칠성 역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며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 후 칠성은 자신과 심성이 꼭 닮은 마음씨 곱고 부지런한 처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토끼같이 예쁘고 착한 자식들을 여럿 낳았습니다. 모진 가난과 시련을 이겨낸 온 가족은 오순도순 다 함께 남을 도우며 오래도록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가난한 짚신장수에서 훌륭한 인품을 지닌 큰 어른이 된 칠성의 이야기는, 세월이 수백 년 흘러도 변치 않는 효심과 권선징악의 아름다운 가르침으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래도록 따뜻하게 전해졌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노다지야담 청취자 여러분,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찢어지게 가난한 현실 속에서도 늙은 어머니를 향한 지극한 효심을 잃지 않았던 칠성이에게, 하늘은 결국 따뜻한 보답을 내려주었습니다. 남을 속이고 헛된 욕심을 부리던 사기꾼의 비참한 최후를 보며, 인과응보는 반드시 있다는 옛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네요. 오늘 밤도 칠성이네의 따뜻한 아랫목처럼 평안하고 따스한 꿈꾸시기를 바랍니다.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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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겨울 산 중턱, 상투머리에 낡은 한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눈 덮인 거대한 두 그루의 얽힌 소나무 아래에서 괭이질을 하다가, 영롱하게 빛나는 황금이 가득 든 거대한 검은 항아리를 발견하고 엎드려 놀라워하는 감동적인 모습, 수채화풍, 16:9 뷰.
A young Korean man in the Joseon Dynasty wearing a worn Hanbok and a traditional topknot (Sangtu), falling to his knees in astonishment as he discovers a huge black jar filled with glowing, brilliant gold after digging under two giant intertwined pine trees on a snowy winter mountain, touching atmosphere,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씬 1: 찢어지게 가난한 짚신장수 칠성의 지극한 효심
1-1 조선시대 깊은 산골짜기 끄트머리, 눈보라와 매서운 산바람이 불고 있는 다 쓰러져가는 낡고 초라한 초가집의 쓸쓸한 외관, 수채화풍.
A desolate exterior of a crumbling, shabby thatched-roof house at the edge of a deep mountain valley in the Joseon Dynasty, with a harsh winter snowstorm and biting winds blowing,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1-2 초가집 방 안, 쪽진머리를 하고 앞을 보지 못하는 늙은 어머니가 앉아 있고, 상투를 틀고 낡은 한복을 입은 아들 칠성이 정성스럽게 소반에 조밥과 씀바귀 무침을 차려 드리는 따뜻한 모습, 수채화풍.
Inside a traditional thatched house, a blind elderly mother with a traditional bun (Jjokjin-meori) is sitting, while her son Chilseong, wearing a worn Hanbok and a topknot (Sangtu), carefully serves her a small wooden table with millet rice and wild herb salad, warm atmosphere,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1-3 늦은 밤, 어두운 방 안의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상투를 튼 칠성이 짚에 베인 거친 손으로 묵묵히 짚신을 삼고 있는 모습, 수채화풍.
Late at night under the dim light of a kerosene lamp in a dark room, Chilseong with a topknot silently weaving straw shoes with rough, scarred hands,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1-4 눈 내리는 추운 겨울 장터, 상투 머리의 칠성이 사람 키만큼 높게 쌓인 짚신 꾸러미를 지게에 지고 서 있으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철저히 외면받는 안타까운 모습, 수채화풍.
A snowy, freezing winter market in the Joseon Dynasty, Chilseong with a topknot standing with an A-frame carrier loaded with a tall pile of straw shoes, looking pitiful as passersby completely ignore him,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1-5 어스름이 깔린 어두운 밤, 짚신을 팔지 못한 칠성이 빈 지게를 지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쓸쓸히 산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 수채화풍.
Dark evening, Chilseong carrying an empty A-frame carrier on his back, walking lonely up a mountain path against the cold winter wind after failing to sell his shoes,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씬 2: 병든 어머니와 기적처럼 나타난 백발노인의 현몽
2-1 매서운 눈보라가 치는 한겨울 밤, 불기 없는 차가운 방 안에서 쪽진머리의 어머니가 이마에 물수건을 얹은 채 앓아누워 있고, 상투 튼 칠성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병구완을 하는 모습, 수채화풍.
On a harsh winter night with a blizzard, the elderly mother with a bun hair lying sick in a freezing, unheated room with a wet towel on her forehead, while Chilseong with a topknot holds her hand and cries, nursing her,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2-2 칠흑같이 어두운 텅 빈 산길 눈밭 한가운데서, 상투 튼 칠성이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피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처절한 모습, 수채화풍.
In the middle of a pitch-black, empty snowy mountain path, Chilseong with a topknot kneeling in the snow, crying bitterly and praying desperately to the heavens,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2-3 사흘 밤낮을 뜬눈으로 간호하던 칠성이 지쳐서 앓아누운 쪽진머리 어머니의 이부자리 곁에 엎드려 까무러치듯 잠든 모습, 수채화풍.
Chilseong, exhausted from nursing for three days and nights, collapsed and fallen asleep beside the bedding of his sick mother with bun hair,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2-4 칠성의 꿈속, 방 안 가득 오색 서광이 비치고 눈부시게 새하얀 머리와 턱수염을 가진 자애로운 미소의 백발노인(산신령)이 옥색 도포를 입고 나타난 신비로운 모습, 수채화풍.
In Chilseong's dream, a mysterious scene where a benevolent old mountain spirit with dazzling white hair and beard, wearing a jade-green traditional robe, appears amidst a five-colored radiant light filling the room,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2-5 꿈에서 깬 상투 머리의 칠성이 이마에 땀을 흘리며 방바닥에 엎드려 허공을 향해 감사 기도를 올리고 있고,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밝게 비쳐오는 풍경, 수채화풍.
Chilseong with a topknot waking up from the dream, sweating on his forehead, bowing on the floor to pray in gratitude toward the empty space, while bright morning sunlight shines through the window,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씬 3: 산속 깊은 곳, 노인이 점지해 준 황금 명당을 찾아서
3-1 아침 해가 떠오르는 눈 덮인 겨울 산, 상투를 튼 칠성이 낡은 지게와 괭이를 들고 눈보라를 헤치며 가파른 산비탈을 네발로 기어오르듯 필사적으로 올라가는 모습, 수채화풍.
Snowy winter mountain at sunrise, Chilseong with a topknot carrying an old A-frame carrier and a hoe, desperately climbing up a steep snowy slope as if crawling on all fours,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3-2 옥녀봉 중턱, 부부처럼 서로 굵은 가지를 교차하며 단단히 껴안고 있는 거대한 수백 년 묵은 소나무 두 그루 아래에 따뜻한 황금빛 아침 햇살이 곧게 비추는 신비로운 명당, 수채화풍.
Mid-slope of a mountain, a mysterious propitious site where two giant, centuries-old pine trees firmly embrace each other with intertwined branches, illuminated by a straight beam of warm golden morning sunlight,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3-3 상투 머리의 칠성이 눈이 쌓이지 않은 부드러운 양지바른 흙바닥을 괭이로 파내려가며 땀방울을 흘리는 역동적인 모습, 수채화풍.
Chilseong with a topknot dynamically swinging a hoe to dig into the soft, sunlit soil where no snow has accumulated, sweating profusely,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3-4 깊게 파인 땅속에서 커다란 검은 항아리의 뚜껑을 열자, 영롱한 붉은빛과 노란빛을 내뿜는 황금 덩어리와 은붙이들이 산더미처럼 드러나고 칠성이 놀라 뒤로 나자빠질 듯한 모습, 수채화풍.
Opening the lid of a large black jar deep in the ground, revealing a mountain of gold nuggets and silver pieces glowing with brilliant red and yellow light, and Chilseong falling backward in pure shock,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3-5 따뜻하게 불을 지핀 방 안, 쪽진머리의 어머니가 윤기가 흐르는 쌀밥과 맑은 고깃국을 드시며 안색을 회복하고 있고, 부엌 밖에서 상투 튼 칠성이 남몰래 감격의 눈물을 훔치는 모습, 수채화풍.
Inside a warmly heated room, the mother with bun hair recovering her health while eating glossy white rice and clear meat soup, while Chilseong with a topknot secretly wipes tears of emotion outside in the kitchen,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씬 4: 소문을 듣고 찾아온 교활한 사기꾼 지관의 등장
4-1 조선시대 번화한 장터,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상투를 튼 교활한 인상의 황 서방이 어리숙한 사람들에게 가짜 비단을 비싸게 팔며 거만하게 웃는 모습, 수채화풍.
A bustling Joseon Dynasty market, a cunning-looking man named Hwang Seobang wearing luxurious silk clothes and a topknot, laughing arrogantly while selling fake silk at high prices to naive people,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4-2 화려한 한복의 황 서방이 나무 뒤에 숨어서, 상투 머리의 칠성이 정육점에서 최고급 고기를 사고 쌀가마니를 지게에 싣는 모습을 시기 어린 날카로운 눈빛으로 감시하는 모습, 수채화풍.
Hwang Seobang in luxurious Hanbok hiding behind a tree, spying with sharp, jealous eyes as topknotted Chilseong buys premium meat from a butcher and loads bags of rice onto his carrier,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4-3 황 서방이 양손에 싸구려 탁주 병과 바싹 마른 명태를 들고 칠성의 초가집 사립문을 밀며 특유의 간사하고 음흉한 웃음을 짓고 들어오는 모습, 수채화풍.
Hwang Seobang holding bottles of cheap rice wine and dried pollock in both hands, pushing open the twig gate of Chilseong's thatched house with a sly and insidious smile,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4-4 방 안에서 황 서방이 순박한 칠성에게 억지로 탁주를 따라 권하며 속내를 캐묻고 있고, 칠성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술에 취해가는 모습, 수채화풍.
Inside the room, Hwang Seobang forcefully pouring rice wine for the naive Chilseong while trying to pry out his secrets, and Chilseong's face turning red as he gets drunk,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4-5 술에 취한 칠성 앞에서, 화려한 한복의 황 서방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거짓 눈물을 뚝뚝 흘리며 칠성의 두 손을 덥석 잡고 애원하는 교활한 연기를 펼치는 모습, 수채화풍.
In front of the drunken Chilseong, Hwang Seobang in luxurious Hanbok suddenly falling to his knees, dropping fake tears, and firmly grabbing Chilseong's hands in a cunning act of begging,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씬 5: 사기꾼의 속임수와 칠성의 위기, 그리고 뼈아픈 반전
5-1 먹구름이 낀 칠흑같이 어두운 밤, 등에 커다란 빈 마대 자루 두 개를 메고 손에 괭이를 움켜쥔 채 탐욕스럽게 웃으며 험한 산길을 기어오르는 상투 머리의 황 서방, 수채화풍.
Pitch-black night with dark clouds, topknotted Hwang Seobang carrying two large empty sacks on his back and gripping a hoe, crawling up a rugged mountain path with a greedy smile,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5-2 희미한 달빛이 비치는 옥녀봉 중턱, 거대한 두 그루의 소나무 아래에서 황 서방이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미친 듯이 괭이질을 하여 땅을 파헤치는 역동적인 모습, 수채화풍.
Mid-slope of the mountain under faint moonlight, Hwang Seobang digging the ground madly like a beast with his hoe under two giant pine trees, losing his mind,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5-3 땅속에서 드러난 육중한 검은 항아리의 뚜껑을 열고, 황 서방이 환희에 찬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두 팔을 항아리 속 깊숙이 쑥 집어넣는 모습, 수채화풍.
Hwang Seobang opening the lid of a heavy black jar unearthed from the ground, thrusting both arms deep inside with a face full of ecstatic and greedy joy,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5-4 항아리 속에서 튀어나온 수백 마리의 독사와 붉은 불개미 떼가 황 서방의 양팔과 얼굴을 사정없이 휘감아 물어뜯고, 황 서방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끔찍한 모습, 수채화풍.
Hundreds of venomous snakes and red fire ants bursting out of the jar, mercilessly coiling around and biting Hwang Seobang's arms and face, as he screams in agonizing pain, horrifying scene,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5-5 뱀독이 퍼져 발작하던 황 서방이 중심을 잃고 낭떠러지 같은 가파른 가시덤불 산비탈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지는 비참하고 역동적인 모습, 수채화풍.
Hwang Seobang convulsing from snake venom, losing his balance and tumbling down a steep, treacherous mountain slope covered in thorny bushes, a miserable and dynamic fall,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씬 6: 사기꾼의 비참한 최후와 칠성 일가의 평안한 여생
6-1 다음 날 아침, 산비탈 아래 계곡에서 옷이 찢겨지고 뱀독으로 퉁퉁 부어오른 참혹한 몰골로 쓰러져 헛소리를 하는 황 서방을 발견하고 경악하는 상투 머리 나무꾼들의 모습, 수채화풍.
The next morning, topknotted woodcutters looking horrified upon discovering Hwang Seobang collapsed in a valley under the slope, his clothes torn and face severely swollen from venom, muttering nonsense in a gruesome state,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6-2 죄책감과 두려움에 찬 표정의 칠성이 옥녀봉 소나무 아래 파헤쳐진 땅으로 달려와 차마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열린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 수채화풍.
Chilseong, with an expression of guilt and fear, running back to the dug-up ground under the pine trees, carefully peeking into the open jar while barely able to keep his eyes open,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6-3 항아리 안에 뱀이나 벌레는 없고, 영롱하게 빛나는 맑은 황금과 은붙이들이 그대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본 칠성이 땅에 엎드려 굵은 눈물을 흘리며 산신령께 감사 절을 올리는 모습, 수채화풍.
Seeing that there are no snakes or bugs inside the jar, but only pure, brilliantly glowing gold and silver pieces, Chilseong bows deeply on the ground, shedding heavy tears of gratitude to the mountain spirit,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6-4 작고 단정한 기와집 마당 한가운데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상투를 튼 칠성이 가난하고 굶주린 동네 사람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따뜻한 쌀밥을 나누어주는 훈훈한 풍경, 수채화풍.
In the courtyard of a small, neat tile-roofed house, Chilseong with a topknot hanging a large iron cauldron and smiling brightly while serving warm white rice to poor and hungry villagers, heartwarming scene,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
6-5 따뜻하게 햇살이 비치는 기와집 아랫목, 기적적으로 두 눈의 시력을 회복한 쪽진머리의 어머니와 상투 튼 칠성, 그리고 단정한 한복을 입은 아내와 아이들이 다 함께 모여 행복하게 활짝 웃고 있는 평안한 가족의 모습, 수채화풍.
In the warmly sunlit main room of a tile-roofed house, the mother with bun hair who miraculously regained her sight, Chilseong with a topknot, and his wife and children in neat Hanbok, all sitting together and smiling brightly, a peaceful and happy family, watercolor painting style, 16:9 ratio, no text, strictly Korean historical setting, no foreign landscapes, no foreig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