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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멍 난 항아리와 쏟아지는 엽전 『동패낙송』

노다지 캐러가자 2026. 5. 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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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항아리와 쏟아지는 엽전 『동패낙송』

아픈 노모를 모시며 연명하던 효자 총각이 산신령이 시험 삼아 내린 구멍 난 낡은 항아리를 정성껏 닦자, 매일 아침 엽전이 쏟아져 나와 마을 제일가는 만석꾼이 되었다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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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길가에 버려진 이 빠진 사기그릇이나 금이 간 항아리를 보신 적 있으십니까? 십중팔구 발길로 툭 차버리거나 거들떠보지도 않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그 볼품없이 구멍 난 낡은 항아리가 매일 아침 황금빛 엽전을 쏟아내는 화수분이라면 어떠시겠습니까? 오늘은 지극한 효심과 맑은 심성으로 하늘을 감동시켜, 다 깨진 항아리로 마을 제일의 만석꾼이 된 어느 효자 총각의 기막힌 횡재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귀를 쫑긋 세우시고, 쏟아지는 엽전 소리에 함께 취해보시지요.

※ 1: 노모의 기침 소리와 지극한 효자 총각

살을 에이는 듯한 섣달그믐의 삭풍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초가삼간의 낡은 문풍지를 사정없이 때리며 지나간다. 구멍 난 창호지 틈새로 황소바람이 들이치고, 방 안의 온기라고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아랫목의 희미한 온돌 기운이 전부인 처절한 가난의 밤. 매캐한 군불 연기가 피어오르는 부뚜막 앞에서는 낡고 해진 무명 바지저고리를 입은 총각이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정성스레 약탕기를 달이고 있다. 방 안에서는 쿨럭쿨럭,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노모의 기침 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적막한 밤공기를 가른다. 기침 끝에 섞여 나오는 깊은 한숨 소리는 밖에서 약을 달이는 아들의 심장을 억장이 무너지듯 후벼 판다.

"아이고, 콜록콜록. 이 몹쓸 병이 사람을 잡아먹지도 못하고 그저 질기게 목숨만 붙어 있어서 우리 불쌍한 아들 진액을 다 말리는구나. 차라리 내가 오늘 밤에라도 조용히 눈을 감아야 저 어린것이 이 지독한 고생길에서 벗어날 터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찌하여 내 목숨은 이리도 모질게 붙여두셨단 말인가."

바싹 마른 장작비탈처럼 야윈 노모의 탄식에, 문밖에서 조심스레 약탕기를 부채질하던 총각의 손길이 잠시 허공에 멎는다. 얼음물에 부르트고 산나무 가시에 찔려 성한 곳 하나 없는 총각의 거친 손등 위로, 참았던 굵은 눈물방울이 툭, 툭 떨어져 내린다. 아들은 애써 새어 나오려는 울음을 삼키며 입술을 꽉 깨문다.

'어머니, 제발 그런 가당치도 않은 섭섭한 말씀일랑 거두어 주셔요. 제 뼈를 깎고 살을 발라내어 어머니 병환만 낫게 해드릴 수 있다면 이 자식은 천 번 만 번이라도 웃으며 그리할 것입니다. 제가 살아가는 단 하나의 이유가 바로 어머니이신데, 어찌 그리 모진 말씀을 하십니까.'

총각은 옷소매로 벅벅 눈물을 훔쳐내고는, 정성껏 달인 검은 탕약을 사발에 조심스레 따라 받쳐 들고 방으로 들어선다.

"어머니, 고뿔 약 다 달였습니다. 약기운이 식기 전에 어서 한 모금 드시고 차가운 속 좀 데우셔요."

"아이고, 이 녀석아. 이 귀하고 비싼 약재를 대체 또 어디서 구했단 말이냐. 네가 이 엄동설한에 눈 덮인 산을 몇 개를 넘고 넘어 땔나무를 팔아 푼푼이 모은 피 같은 돈일 텐데... 내 늙은 목구멍으로 이 쓴 약이 어찌 넘어가겠느냐. 나는 안 먹을 테니 읍내 장터에 도로 내다 팔아 네 주린 배나 채우거라."

"무슨 섭섭한 말씀을 그리하셔요. 어제 장터에 갔더니 마침 큰 대감마님 댁에서 잔치가 있어 제 땔감이 아주 비싼 값에 잘 팔렸습니다. 그 돈으로 의원 어르신께 사정사정하여 제일 용한 약재로만 지어온 것이니 걱정 마시고 어서 드셔요. 어머니께서 기운을 차리셔야 저도 신이 나서 나무를 하러 가지 않겠습니까."

총각은 행여나 약이 식을세라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어머니의 메마르고 갈라진 입술 틈으로 조심스레 약을 흘려 넣어준다. 쓰디쓴 탕약을 힘겹게 삼키며 연신 미안함에 눈물을 짓는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보며, 총각은 내일은 더 깊고 험한 첩첩산중으로 들어가 벼랑 끝에 핀 상황버섯이라도 기필코 따와야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굳게 다짐한다. 비록 가난하여 하루 한 끼 보리죽으로 연명할지언정, 어머니를 향한 총각의 지극한 효심은 온 고을 사람들이 다 알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깊고 맑았다. 그러나 병마는 무정하게도 어머니의 기력을 하루가 다르게 매섭게 갉아먹고 있었고, 땔감을 팔아 버는 총각의 알량한 품삯만으로는 값비싼 탕약 값을 대기에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다음 날 새벽, 여명이 밝아오기도 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총각은 짚신을 단단히 동여매고 낡은 지게를 짊어진 채 얼어붙은 험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 2: 쓰러진 노인을 구하고 자신의 알량한 주먹밥을 내어주다

어느덧 해는 중천을 넘어 서산 마루턱으로 뉘엿뉘엿 기울어가고, 매서운 산바람은 총각의 얇은 적삼을 뚫고 뼈마디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온종일 눈 덮인 가파른 산등성이를 수없이 오르내리며 깎아지른 절벽과 험한 골짜기를 이 잡듯 뒤졌지만, 어머니의 병환에 쓸만한 약초는커녕 당장 내다 팔 땔나무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 텅 빈 지게만큼이나 총각의 어깨는 천근만근 무겁게 축 늘어져 있었다. 뱃속에서는 어제 저녁부터 굶은 탓에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천둥처럼 요란하게 울려대고, 얼어붙은 짚신을 신은 두 다리는 납덩이를 매단 듯 한 걸음 내딛기조차 버거웠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먼저 산짐승 밥이 되거나 얼어 죽겠구나. 잠시 바람을 피할 곳에서 다리도 쉬고 요기나 좀 해야겠다.'

총각은 커다란 소나무 밑, 바위턱에 기대어 앉아 언 손을 호호 불며 품속 깊은 곳에서 수건에 싼 주먹밥 한 덩이를 꺼내 들었다. 어젯밤 어머니 몰래 남겨두었던, 보리겨가 절반 이상 섞인 거칠고 시커먼 주먹밥이었다. 차가운 산바람에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었지만, 지금 총각의 눈에는 세상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귀하고 달콤한 만찬으로 보였다. 침을 꼴깍 삼키며 막 언 주먹밥의 모서리를 한 입 베어 물려던 찰나였다.

"아이고... 으으... 뉘 없소... 사람 좀 살려주시오..."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사귀 소리와 섞여, 아주 가늘고 희미한 신음이 바람을 타고 총각의 귓가를 스쳤다. 처음엔 산짐승 소리인가 싶었지만 분명 사람의 애끓는 목소리였다. 화들짝 놀란 총각이 먹으려던 주먹밥을 허리춤에 쑤셔 넣고 벌떡 일어나 소리 나는 쪽을 향해 정신없이 비탈길을 달려 내려갔다. 미끄러지고 구르며 다다른 후미진 낭떠러지 아래에는, 웬 남루한 차림의 노인이 썩은 낙엽 무더기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산발한 백발에 얼굴에는 땟국물이 줄줄 흐르고, 다 해진 도포 자락은 삭풍에 갈가리 찢겨 나부끼고 있었다. 노인은 추위와 지독한 굶주림에 지쳐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숨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빴다.

"어르신! 어르신,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정신 좀 차려보십시오!"

총각은 지게를 팽개치고 단숨에 노인에게 다가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노인의 상체를 부둥켜안았다. 노인은 핏기 없이 파랗게 질린 입술을 간신히 달싹거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배가... 배가 너무 고파서 이제 한 발짝도 띌 기력이 없구먼. 눈보라에 길을 잃어 꼬박 나흘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굶었어. 이제 내 명줄이 여기서 끝나는가 보이..."

총각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방금 전 자신이 먹으려던 얼어붙은 보리 주먹밥을 품에서 황급히 꺼냈다.

"어르신, 당장 이거라도 좀 씹어 넘기십시오. 보잘것없는 거친 보리밥이라 목이 메이시겠지만, 당장 뱃속에 곡기가 들어가야 허기를 면하고 목숨을 건지실 수 있습니다. 어서 드시지요!"

노인은 총각의 손에 들린 주먹밥을 보더니 덜덜 떨리는 갈퀴 같은 손으로 냉큼 낚아채어, 양반의 체통이고 뭐고 다 잊은 채 짐승처럼 허겁지겁 입안으로 우겨 넣기 시작했다. 목이 막혀 캑캑거리는 노인을 보자, 총각은 필사적으로 산비탈을 내달려 꽁꽁 얼어붙은 계곡물을 돌멩이로 깨부수고 차가운 물을 두 손에 가득 담아 날라 노인의 입술에 축여주었다.

'내 뱃가죽이야 한 끼 두 끼 더 곯아서 등에 들러붙으면 그만이지만, 이 늙고 가엾은 어르신은 당장 이 곡기를 넘기지 못하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실 게 뻔하지 않은가. 병석에 누워계신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나서 도저히 내 배를 채우겠다고 모른 척 지나칠 수가 없구나.'

주먹밥 한 덩이를 게 눈 감추듯 모조리 삼켜버린 노인은 그제야 살 것 같다는 듯 깊고 긴 한숨을 내쉬며, 총각을 찬찬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다 죽어가던 초라한 걸인의 눈빛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노인의 두 눈은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형형하고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젊은이 덕분에 죽다 살아났네그려. 헌데 자네 행색을 보아하니 자네도 사흘 낮밤은 굶은 듯 뺨이 푹 패였는데, 그 하나 남은 귀한 생명줄 같은 식량을 이 이름 모를 늙은이에게 선뜻 내어주다니. 참으로 맑고 기특한 심성을 가졌군그래."

"아닙니다, 어르신. 사람 된 도리로써 마땅히 곤경에 처한 이를 도와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거친 음식이나마 드시고 기운을 차리셨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 3: 노인이 남기고 간 보잘것없는 구멍 난 항아리와 이웃들의 조롱

노인은 총각의 부축을 받아 옆에 놓인 마른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짚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별안간 허리춤을 뒤적여 시커먼 보따리 속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어 총각의 눈앞에 불쑥 내밀었다.

"내 비록 가진 것 없는 떠돌이 늙은이지만, 하나뿐인 내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에게 어찌 입 닦고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가진 재물이라곤 이 낡아빠진 흙항아리 하나뿐이네만, 비록 볼품은 없어도 자네가 가져가서 요긴하게 쓰게나. 거절하지 말고 내 성의니 어서 받게."

총각이 노인의 쭈글쭈글한 손에서 엉겁결에 받아 든 것은 어른 주먹 두 개를 엉성하게 합쳐놓은 것만한 크기의 시커먼 항아리였다. 그런데 가만히 항아리의 몰골을 살펴보니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겉면에는 진흙과 정체 모를 짐승의 오물이 덕지덕지 묻어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고, 군데군데 이가 빠져 날카롭게 깨져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항아리 밑바닥 한가운데에 어른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뻥 뚫려 있어 맹물 한 방울조차 제대로 담을 수 없는 완벽한 쓰레기 고철 덩어리였다.

'아이고, 이 냄새나는 똥 항아리를 대체 어디에 쓰라고 주시는 말씀이신지. 부뚜막 쥐구멍 막는 데나 쓰려나. 아니면 땔감 묶을 때 괴어놓는 돌멩이 대신 쓰라는 것인가.'

총각은 내심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필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인의 유일한 전 재산일 터인데 그 귀한 성의를 차마 무시하고 버릴 수가 없어 연신 굽신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고, 고맙습니다, 어르신. 볼품없다니요, 당치 않습니다. 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 소중히 간직하며 잘 쓰겠습니다."

"허허허, 그래. 아무쪼록 '정성껏' 잘 닦아서 쓰게나. 잊지 말게, 겉모습에 속지 말고 아주 정성껏 닦아야 하네. 정성껏 말이야."

노인은 의미심장하고 알 수 없는 미소를 빙그레 남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휑하니 찬바람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눈 덮인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총각은 땔감 하나 구하지 못한 텅 빈 빈 지게에 그 흉측하고 냄새나는 구멍 난 항아리만을 덩그러니 얹은 채,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마을로 내려왔다. 동네 어귀 큰 당산나무 밑 평상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노닥거리던 마을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총각의 지게 꼬라지를 보고는 손가락질을 하며 배를 잡고 박장대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니, 저기 보게! 돌석이 아비가 아닌가? 이 엄동설한에 온종일 산을 헤매더니 나무는 한 단도 안 해오고 웬 더러운 쓰레기 똥 단지를 지고 오나? 뒷간 거름통으로 쓰기에도 냄새가 고약하고, 밑구멍이 저리 휑하니 뚫려 빠졌는데 개밥이나 한 줌 담겠는가? 껄껄껄!"

"쯧쯧쯧, 불쌍한 것. 그토록 가난에 찌들어 병든 홀어머니 뒷바라지하느라 고생고생하더니만, 기어이 굶주림에 미쳐버려 단단히 실성한 게로군.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깨진 똥 항아리를 무슨 황금 보물단지 모시듯 지게에 고이 모시고 오다니, 참으로 가관이로세!"

총각은 사람들의 비수 같은 조롱에 얼굴이 불덩이처럼 화끈거리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묵묵히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비록 세상천지 쓸모없는 쓰레기 물건이라 할지라도, 다 죽어가던 생명의 은인에게 자신의 알량한 밥 한 끼를 내어주고 받은 노인의 귀한 마음씨가 담긴 선물이 아닌가. 등 뒤로 쏟아지는 사람들의 조롱 섞인 멸시가 귓가를 어지럽게 맴돌았지만, 총각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 더러운 항아리를 부뚜막 한켠에 소중히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어머니, 소자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날이 궂어 땔나무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냐, 우리 아들 무사히 왔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헌데, 오늘은 어찌 지게가 텅 비었는데, 부뚜막에 얹어놓은 저 시커멓고 냄새나는 물건은 대체 무엇이냐?"

"아... 저것은 산 깊은 곳에서 눈보라에 길을 잃고 굶어 쓰러진 노인 어르신을 도와드렸더니, 제게 고맙다며 전 재산이라며 주신 귀한 선물입니다. 내일 날이 밝으면 우물물에 깨끗이 박박 씻어서, 아궁이 불 땔 때 쓰는 부지깽이 꽂이나 된장 뚝배기 받침으로라도 요긴하게 써볼까 합니다."

※ 4: 밤새워 더러운 항아리를 정성껏 닦는 총각의 우직한 심성

그날 밤, 어머니가 힘겨운 기침을 멈추고 얕은 잠에 빠져든 것을 확인한 총각은 가만히 방문을 열고 차가운 부엌으로 나왔다. 달빛 한 줌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캄캄하고 썰렁한 부엌에서, 그는 웅크려 앉아 부뚜막 위에 놓인 구멍 난 항아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코를 찌르는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지만, 낮에 만난 그 백발 노인의 형형하던 눈빛과 마지막 당부의 말이 총각의 귓가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이름 모를 어르신께서 분명 내게 신신당부하셨지. 아무리 볼품없어 보여도 겉모습에 속지 말고 아주 정성껏 닦아서 쓰라고 말이야. 비록 이가 빠지고 밑바닥이 휑하게 뚫려버린 쓰레기 항아리라 할지라도, 내게 주신 그 따뜻한 마음씨와 정성이 담긴 물건이니 이대로 방치할 순 없지. 밤새워 박박 문질러서라도 깨끗하게 본래의 모습이나마 찾아 놓아야 사람 된 도리일 것이다.'

총각은 살얼음이 낀 마당의 차가운 우물물을 한가득 길어다 대야에 붓고, 거친 짚세미에 아궁이의 하얀 재를 듬뿍 묻혀 항아리를 힘껏 닦기 시작했다. 수십 년은 묵은 듯한 짐승의 배설물과 찌든 진흙 때는 좀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짚세미로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얼음장 같은 우물물에 담근 두 손의 손가락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꽁꽁 얼어붙어 감각이 사라졌고, 거친 짚에 쓸려 손등은 붉게 피가 맺혔다. 구부린 허리가 끊어질 듯 욱신거려왔지만, 총각의 우직한 손길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사각사각, 스윽스윽. 득득득.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쥐죽은 듯 조용한 밤공기를 가르는 거친 항아리 닦는 소리만이 캄캄한 부엌을 가득 채웠다. 한 식경, 두 식경...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한참을 박박 문질러 씻어내자, 마침내 시커멓게 굳어있던 겉표면의 오물이 한 꺼풀 벗겨지며 서서히 제 본연의 빛깔을 기적처럼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니, 이... 이것은?!"

어둠 속에서 우물물에 씻겨진 항아리를 비추던 총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마을에서 흔히 굽는 투박하고 붉은 평범한 옹기가 아니었다. 은은하고 맑은 비색, 즉 깊은 바다를 머금은 듯한 푸른빛이 영롱하게 감도는, 궁궐에서나 쓸 법한 눈부시게 진귀한 청자의 파편이었다. 비록 바닥은 엄지손가락만 하게 무참히 뚫려 있었고 테두리는 이가 빠져 있었지만, 그 매끄러운 표면에 정교하게 새겨진 상서로운 구름과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학 무늬가 희미한 달빛을 받아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신비롭게 반짝이고 있었다.

'세상에나, 아니 어찌 이리 흉측한 오물 속에 이토록 영롱하고 고운 빛깔을 품은 귀한 보물이 숨겨져 있었단 말인가? 비록 깨지고 구멍이 나 물 한 방울 담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이 아름다운 자태를 곁에 두고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속 시름이 씻겨 내려가고 맑아지는 듯하구나.'

동이 서서히 터오며 새벽의 푸른 여명이 부엌을 밝힐 무렵, 항아리는 처음 가져왔을 때의 그 흉측하고 냄새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거울처럼 매끄럽고 눈부시게 윤이 나는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총각은 꼬박 밤을 새우며 뼈빠지게 노동을 했음에도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정성스레 깨끗한 무명수건으로 항아리의 남은 물기를 조심조심 닦아낸 그는, 이토록 고운 항아리를 차마 먼지 날리는 부뚜막에 둘 수 없어 방 안으로 조심스레 들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주무시는 머리맡 쪽, 낡은 책자 몇 권이 얹혀 있는 작은 시렁 위에 가장 좋은 자리를 잡아 소중하게 올려두었다.

"비록 바닥이 뚫려 무언가를 담아 마실 순 없어도, 이 영롱하고 푸른 빛깔이 매일 병석에 누워계신 우리 어머니의 눈을 즐겁게 해드리고 시름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렸으면 참으로 좋겠구나."

총각은 시렁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청자 항아리를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다시 아침밥을 안치고 나무를 하러 갈 채비를 위해 밖으로 나서면서도, 그는 어젯밤 노인이 남긴 그 매서운 눈빛과, '정성껏' 닦으라던 알 수 없는 웃음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 꿈에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깨끗해진 항아리가 주는 작은 위안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 5: 구멍 난 항아리에서 찰그랑 쏟아지는 엽전 무더기

"찰그랑, 채르릉... 툭, 투두둑..."

여명의 푸르스름한 기운이 가시고, 아침 햇살의 첫 자락이 찢어진 창호지 틈을 비집고 방 안을 환하게 비출 무렵이었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멀건 보리죽을 쑤기 위해 부엌에서 나무라깨를 뒤적이던 총각의 귓가에, 난생처음 들어보는 몹시도 기이하고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무거운 쇠붙이 수십 개가 한꺼번에 바닥으로 쏟아지며 부딪히는 듯한, 둔탁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경쾌하고 맑은소리였다. 처음엔 밤새 굶주린 들고양이나 커다란 쥐새끼가 방 안으로 기어들어 가 낡은 식기라도 건드렸나 싶었지만, 소리는 단발마로 끝나지 않고 방 안에서 끊임없이, 그리고 갈수록 요란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찰그랑! 촤르르륵! 쨍그랑!"

필시 방 안에 무슨 변고가 생겼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총각은 쥐고 있던 부지깽이를 내팽개치고 황급히 뛰어가 거칠게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천지개벽의 광경에, 총각은 그만 헉, 하는 거친 숨을 들이켜며 넋을 잃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 아니... 이, 이게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어젯밤 살이 에이는 추위 속에서 밤을 지새우며 꽁꽁 언 손으로 정성껏 닦아, 방 안 시렁 위에 고이 올려두었던 그 구멍 난 청자 항아리. 어른 엄지손가락만 하게 무참히 뚫려 있던 그 바닥의 구멍 사이로, 눈이 부시도록 누런 황금 빛깔을 뿜어내는 엽전들이 마치 장마철 폭포수처럼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허공을 가르며 한 닢, 두 닢 떨어지던 엽전은 어느새 수십, 수백, 수천 닢이 되어 좁은 방바닥에 수북하고 거대한 산을 이루며 사방으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요란한 쇳소리에 놀라 깊은 잠에서 깬 어머니도 부스스 눈을 비비며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다, 방 안을 가득 채운 누런 쇳덩이들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이불자락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얘야, 돌석아! 내 늙은 눈이 드디어 침침하여 헛것이 보이는 게냐? 저, 저게 다, 저 누런 것들이 다 돈이 아니더냐! 우리 방 안에 어찌 저런 어마어마한 돈 무더기가 쏟아진단 말이냐!"

"어, 어머니! 꿈이 아닙니다. 헛것이 아니어요! 진짜 엽전입니다, 진짜 돈입니다!"

총각은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는 두 손을 뻗어 바닥에 이리저리 뒹구는 엽전 한 움큼을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묵직하고 차가운 쇠의 감촉, 그리고 정교하게 새겨진 글귀들. 그것은 저잣거리에서 쌀을 사고 약을 구하던 틀림없는 진짜 상평통보였다. 시렁 위의 항아리는 한참 동안이나 신들린 듯 엽전을 토해내더니, 방바닥 절반이 누런 엽전으로 까마득하게 덮이고 아침 해가 완전히 중천을 향해 떠오르자 그제야 거짓말처럼 뚝, 하고 소리를 멈추며 조용해졌다.

'아아... 겉모습에 속지 말고 아주 정성껏 닦아 쓰라며 신신당부하시던 그 깊은 산속 걸인 노인의 말씀이, 바로 이 기적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구나! 산신령님께서, 아니 하늘이 다 죽어가는 우리 모자를 가엾게 여겨 마침내 굽어살피신 것이야!'

총각은 엽전을 꽉 쥐고 엎드려, 열린 방문 너머 멀리 보이는 깊은 산봉우리를 향해 미친 듯이 수없이 절을 올렸다. 이마가 바닥에 부딪혀 멍이 들 지경이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총각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봇물 터지듯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지독한 가난과 굶주림에 사무치던 날들, 돈 몇 푼이 없어 앓아누운 어머니의 탕약조차 제때 구하지 못해 피눈물을 삼키며 산속을 헤매던 숱한 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앞에 쌓인 이 기적 같은 엽전 무더기는 그동안 뼈에 사무치도록 서러웠던 모자의 한을 단숨에 씻어내 주는 다사로운 구원의 빛이자 하늘의 축복이었다.

"어머니, 이제 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살았습니다! 이제 어머니께 읍내에서 매일같이 제일 좋은 웅담과 십 년 묵은 산삼을 달여드릴 수 있습니다. 꽁보리밥 대신 하얀 쌀밥에 고깃국도 매일 마음껏 드시게 해드릴 수 있어요! 비가 새지 않는 따뜻한 기와집에서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그저 목놓아 통곡하며, 피가 맺히고 부르튼 아들의 거친 손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뜨거운 눈물만 흘렸다. 모자의 울음소리가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엽전 더미 위로 한참 동안이나 따뜻하게 메아리쳤다.

※ 6: 어머니의 병환을 고치고 은밀하게 쌓여가는 곳간의 재물

기적의 청자 항아리는 매일 아침 해가 뜰 무렵, 붉은 여명이 대지를 적실 때면 어김없이 맑은 쇳소리를 내며 엽전을 한가득 쏟아냈다. 방 안을 가득 채웠던 첫날과 달리, 다음 날부터는 정확히 장정 한 사람이 짊어질 수 있는 한 가마니 분량의 엽전만을 내어놓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행여나 더 나오지 않을까 욕심을 내어 항아리를 거꾸로 들고 마구 흔들어 보아도 먼지 하나 떨어지지 않다가, 이튿날 날이 밝아 하루가 시작될 때만 어김없이 그 정해진 양을 토해냈다. 마치 인간의 분수에 넘치는 끝없는 탐욕을 경계하고, 하루하루 성실히 재물을 다스리라는 산신령의 엄중한 가르침 같았다.

총각은 본디 심성이 바르고 영리하며 신중한 사내였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고 하여 갑자기 비단옷을 입고 큰돈을 펑펑 쓴다면, 좁은 마을에서 사람들의 지독한 의심과 시기를 살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자칫하면 관아에 도둑으로 몰려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쏟아지는 엽전을 자루에 담아, 안방 바닥 밑을 깊게 파서 몰래 만든 거대한 흙 구덩이 속에 은밀히 숨겨두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이웃들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만 티 나지 않게 돈을 꺼내 쓰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정성을 들여 한 일은 이웃 고을을 넘어 한양에서도 이름이 높다는 제일가는 명의를 가마로 모셔 와 어머니의 깊은 병환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의원 어르신,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제발 우리 어머니의 기력만 되찾게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의 간절한 부탁에 의원은 희귀한 웅담과 수십 년 묵은 천종산삼, 최고급 녹용을 아낌없이 처방했다. 매일같이 진귀한 약재가 진하게 달여졌고, 기름지고 고른 영양을 섭취한 어머니의 야윈 얼굴에는 불과 석 달 만에 복숭아꽃처럼 붉은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뼈만 남았던 몸에 살이 붙고, 마침내 어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스스로 마당을 거닐며 이웃집으로 마실을 나갈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 완벽하게 회복했다.

"세상에, 저 집 아들이 제 살을 깎아 먹이며 지극정성으로 약을 대더니, 하늘이 그 지독한 효심에 감동하여 다 죽어가던 노모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구나. 참으로 하늘이 내린 효자야."

마을 사람들은 총각의 갸륵한 효심을 입이 마르게 칭찬할 뿐, 어머니의 약값으로 들어간 그 어마어마한 돈의 출처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의 병이 나은 뒤에도 총각은 낡은 지게를 지고 산에 오르는 땔감 장사를 멈추지 않았다. 겉으로는 여전히 뼈 빠지게 일하는 부지런하고 가난한 나무꾼 행세를 철저히 하면서, 뒤로는 밤이 되면 조용히 읍내 장터의 객주를 찾아가 아주 조금씩 논밭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흉년이 들어 피눈물을 머금고 헐값에 나온 이웃들의 문전옥답을 사들일 때는, 시세보다 훨씬 후한 값을 쳐주어 그들이 빚잔치를 면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땅을 다시 그 이웃들에게 내어주며, 관아에서 정한 절반의 소작료도 아닌, 그저 가을에 거둔 곡식의 1할만을 아주 싼 소작료로 받고 농사를 부치게 해주었다.

'내 바닥 밑에 쌓인 이 엄청난 재물은 본디 내 것이 아니다. 산신령님께서 가난하고 굶주린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쓰라고, 부족한 내게 잠시 창고지기 역할을 맡겨두신 것이다. 내 배만 불린다면 저 항아리는 당장 내일이라도 멈춰버릴 것이다.'

그의 비밀스러운 곳간에는 해마다 쌀이 산더미처럼 쌓여갔고, 십 년이 채 되기도 전에 총각의 땅을 밟지 않고는 마을을 지나갈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막대한 재산이 불어났다. 그러나 총각과 어머니는 여전히 질긴 무명옷을 기워 입고 소박한 나물 반찬이 놓인 밥상을 대하며, 옛날의 가난을 잊지 않고 검소하게 생활했다. 신기하게도, 낡은 시렁 위의 청자 항아리는 그가 남을 위해 재물을 아낌없이 베풀고 이웃의 눈물을 닦아줄수록, 다음 날 아침이면 더욱 맑고 경쾌한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전보다 더 윤기 나는 엽전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 7: 마을 제일의 덕망 있는 만석꾼이 된 총각

어느덧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십 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 동네 어귀 당산나무 밑에서 쓰레기 항아리를 지고 간다며 손가락질과 조롱을 받던 가난한 나무꾼 총각은, 이제 고을 전체 아니 조선 팔도가 다 우러러보고 존경하는 제일가는 만석꾼 대감이 되어 있었다.

마을 양지바른 명당에 웅장하고 기품 있게 지어진 아흔아홉 칸짜리 으리으리한 대와집 문턱은, 하루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마를 날이 없었다. 그는 그저 돈만 많은 졸부가 아니었다. 가난하여 책 한 권 사지 못하는 가난한 선비들에게는 남몰래 과거 길 노잣돈과 지필묵을 넉넉히 내어주었고, 가난 탓에 혼기를 놓친 처녀 총각들에게는 쌀가마니를 보내 혼수를 넉넉히 마련해 주었다. 특히 혹독한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굶어 죽어갈 때면, 지체 없이 거대한 곳간의 문을 활짝 열어 고을 백성들을 무상으로 구휼했다. 사람들은 그가 지나갈 때면 길가에 엎드려 절을 하며 그를 가리켜 '살아 숨 쉬는 생불(生佛)', '하늘이 내린 의인'이라 부르며 진심으로 칭송하고 존경했다.

연분홍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어느 화창한 봄날. 따사로운 봄 햇살이 가득 비치는 대저택 안채의 넓은 대청마루였다. 윤기가 흐르는 화사한 비단옷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가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평온한 얼굴을 한 채 향긋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훌륭한 인품을 갖춘 늠름하고 자애로운 장부로 성장한 아들, 만석꾼 대감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의 말동무가 되어드리고 있었다. 안방 문을 열어둔 탓에, 방 안 한가운데 놓인 화려한 자개상 위에는 십 년 전 그 옛날 깊은 산속 걸인 노인이 건네주었던 구멍 난 청자 항아리가 여전히 은은하고 고운 자태로 햇살을 머금고 빛나고 있었다.

"얘야, 내 사랑하는 아들아.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 늙은 어미가 살아생전 이토록 눈부신 호강을 누리며 장수하게 될 줄, 그 옛날 섣달그믐 밤에는 어찌 꿈에라도 알았겠느냐. 이 모든 것이 다 굶주림 속에서도 어미를 향한 너의 지극한 효심과, 헐벗은 이웃을 외면하지 않은 너의 그 고운 심성 덕분이다. 나는 이제 오늘 당장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구나."

"어머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다 저기 놓인 신령스러운 낡은 항아리 덕분이지요. 아니,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날 눈보라 치는 산속에서 다 죽어가던 어르신을 외면하지 않고 제 밥을 내어주라 가르치신, 평소 어머니의 어질고 바른 가르침 덕분입니다. 어찌 제 공이라 하겠습니까."

모자가 다정하게 웃음을 나누며 차를 한 모금 넘기던 바로 그때였다. 십 년 동안 매일 아침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 가마니의 엽전을 쏟아내며 고을을 살찌웠던 그 옥빛 청자 항아리에서, 갑자기 '쩍!' 하는 날카롭고 맑은 파열음이 들려왔다. 놀란 모자가 일제히 방 안을 바라보는 사이, 항아리의 표면에 거미줄처럼 미세한 금이 쫙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파사삭'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눈부신 황금빛 모래알처럼 바스라져 허공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춘풍을 타고 밖으로 날아가 한 줌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아... 천지신명께서 내리신 항아리의 소임이, 하늘의 뜻이 이제 다한 모양이구나."

어머니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만석꾼이 된 아들은 아쉬워하거나 당황하기는커녕 자리에서 일어나 의관을 정제했다. 그리고는 빙그레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마당으로 내려가 무릎을 꿇고 푸른 하늘을 향해 깊이 세 번 절을 올렸다. 마법의 항아리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아무런 미련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가 지난 십 년간 조건 없이 베푼 은혜는 고을 사람들의 굳건한 신뢰와 감사로 변해 있었고, 그것은 이미 그 어떤 요술 항아리보다 더 강력한 화수분이 되어 끝없이 불어나고 있었다. 진정한 횡재란 요행으로 얻는 일확천금이 아니라, 선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넓게 품을 때 비로소 내게 돌아오는 덕(德)과 덕의 아름다운 순환이라는 것을. 밑바닥이 뚫린 구멍 난 항아리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부수어 모래가 되면서, 마지막으로 세상에 그 위대한 진리를 조용히 웅변하고 있었다. 만석꾼 대감의 집에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따뜻한 밥 짓는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들려드린 구멍 난 항아리 이야기, 어떠셨습니까? 산신령이 주신 항아리는 어쩌면, 시련 속에서도 잃지 않은 효심과 남을 돕는 따뜻한 마음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요? 진정한 화수분은 욕심을 비우고 정성을 다하는 우리들의 선한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오늘 이야기처럼 예기치 않은 큰 행운과 기적이 매일 아침 쏟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재미있게 들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요, 다음 이 시간에도 노다지 캐는 기막힌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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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ighly detailed, photorealistic Joseon dynasty scene. A beautifully polished celadon jar with a hole at the bottom is glowing magically. A dazzling waterfall of shiny golden Korean traditional brass coins (Sangpyeong Tongbo) is endlessly pouring out of the hole at the bottom, piling up into a huge mountain of gold. Cinematic lighting, dramatic contrast, rich colors, symbolizing massive wealth and a magical jackpot. 16:9 aspect ratio, highly realistic, masterpiece, no text.

[씬1 대표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hyper-realistic Joseon dynasty scene at night, showing a poorly dressed young man blowing on a medicinal clay pot with a fan outside a severely dilapidated thatched-roof cottage in deep winter, freezing wind, smoke rising, cinematic lighting, 16:9, no text.
  2. Inside a freezing, very small traditional Korean ondol room, a severely emaciated and sick old woman lying on the floor covered in thin, patched blankets, coughing in distress, dimly lit by a single flickering oil lamp, 16:9, photorealistic, no text.
  3. A loving and desperate son in rough, worn-out cotton clothes carefully feeding a bowl of dark, steaming herbal medicine to his sick mother, tender and emotional expression, highly detailed faces, tears welling up, Joseon period, 16:9, no text.
  4. Close-up of the young man's heavily blistered, scarred, and freezing hands holding the hot medicinal bowl, contrasting the harsh cold reality with his warm devotion, 16:9, photorealistic, no text.
  5. A young peasant carrying an empty wooden A-frame carrier (jige) on his back, walking up a steep, treacherous, snow-covered mountain path in the pitch-black pre-dawn hours, cold breath visible in the air, 16:9, photorealistic, no text.

[씬2 대표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young Joseon peasant sitting against a rock under a large pine tree in a snowy mountain, looking exhausted and holding a frozen, rough barley rice ball, ready to eat it, 16:9, photorealistic, no text.
  2. A very old, dirty beggar with unkempt white hair lying collapsed on a pile of rotten leaves at the bottom of a harsh, snowy mountain cliff, looking completely starved and freezing to death, 16:9, photorealistic, no text.
  3. The young man frantically rushing to help the collapsed old beggar, supporting the old man's upper body in his arms with a deeply worried expression, realistic historic winter clothing, 16:9, no text.
  4. The desperate old beggar eagerly and messily stuffing the rough rice ball into his mouth, handed to him by the young man, close-up capturing the intense emotion and hunger, 16:9, photorealistic, no text.
  5. The young man running towards a frozen mountain stream, using a stone to break the ice to scoop freezing water with his bare hands to save the choking old man, 16:9, photorealistic, no text.

[씬3 대표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The old, mysterious beggar handing over a very small, extremely filthy, and broken clay jar with a visible hole in the bottom to the surprised young man, mystical and slightly tense atmosphere, 16:9, photorealistic, no text.
  2. Close-up of the ancient, disgusting, mud and feces-covered clay jar with a large hole at its base, resting on the dirty hands of the old beggar, 16:9, no text.
  3. The young man carrying the dirty, useless broken jar prominently on his empty wooden A-frame carrier, walking into a rustic traditional Joseon village, looking embarrassed but resolute, 16:9, photorealistic, no text.
  4. Mean village people in traditional Joseon winter clothing smoking pipes, laughing uproariously and pointing mockingly at the young man and his trash jar under a large village tree, 16:9, no text.
  5. The young man carefully placing the extremely dirty and broken jar on the mud-brick stove inside his freezing, humble kitchen, treating the trash with bizarre respect, 16:9, photorealistic, no text.

[씬4 대표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The young man vigorously washing the filthy clay jar with a rough straw scrubber and wood ashes beside a freezing stone well in the middle of the night, moonlight casting dramatic shadows, 16:9, photorealistic, no text.
  2. Extreme close-up of the young man's freezing, bleeding, and blistered hands tirelessly scrubbing the thick grime off the jar, revealing a striking, beautiful celadon blue surface underneath, 16:9, photorealistic, no text.
  3. The newly cleaned, sparkling jar now shining with a deep, mystical celadon blue hue and exquisite carved crane and cloud motifs, though still clearly having a hole at the bottom, glowing softly in the dark room, 16:9, no text.
  4. The young man looking at the shining, completely transformed clean celadon jar in his hands with a deeply satisfied, amazed, and tearful expression, dimly lit traditional kitchen, 16:9, no text.
  5. The young man gently and reverently placing the beautifully polished, broken celadon jar on a small, clean wooden shelf inside the room directly above where his sick mother peacefully sleeps, early dawn light, 16:9, photorealistic, no text.

[씬5 대표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hyper-realistic magical scene inside a poor Joseon room, shiny brass coins (Sangpyeong Tongbo) pouring out like a dramatic waterfall endlessly from the hole of the beautifully polished celadon jar placed on a small shelf, brilliant morning sunlight hitting the coins, 16:9, photorealistic, no text.
  2. A massive, astonishing pile of traditional Korean brass coins accumulating on the paper-covered ondol floor of a very small, run-down thatched house, creating a stark contrast between extreme wealth and poverty, 16:9, no text.
  3. The young man sitting on the floor in absolute shock, mouth open in awe, holding a shiny brass coin in his heavily calloused and trembling hands, tear running down his cheek, 16:9, photorealistic, no text.
  4. The frail, sick mother sitting up in her patched bedsheets, eyes wide open, looking absolutely stunned and overwhelmed by the giant pile of gold-colored coins filling her small room, 16:9, no text.
  5. The young man bowing deeply, touching his forehead to the floor towards the open door facing the distant snowy mountains, crying intense tears of joy and endless gratitude, a massive pile of coins beside him, 16:9, photorealistic, no text.

[씬6 대표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The young man cautiously and secretly hiding heavy burlap sacks filled with brass coins into a deep, dark hole dug under the wooden floorboards of his house at night, tense and alert expression, 16:9, photorealistic, no text.
  2. A renowned, elderly traditional Joseon doctor in fine clothing checking the pulse of the now much healthier looking mother, the son watching anxiously but gratefully in the background, 16:9, photorealistic, no text.
  3. The young man, still dressed in very modest and worn clothing, making a fair and generous land deal with a desperate, crying farmer in the back room of a local market tavern, handing over stacks of coins, 16:9, photorealistic, no text.
  4. A bountiful autumn harvest scene in a Joseon village, poor farmers smiling brightly and working energetically in the golden rice fields owned by the generous young man, warm and hopeful atmosphere, 16:9, no text.
  5. Large, newly built wooden storehouses (gotgan) filled absolutely to the brim with giant woven sacks of rice, showing the massive, quietly accumulated wealth, 16:9, photorealistic, no text.

[씬7 대표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grand, majestic traditional Joseon mansion (Hanok) with 99 rooms, beautifully manicured gardens, bustling with scholars and villagers, wide aerial or high-angle shot showing immense wealth and respected status, spring daytime, 16:9, photorealistic, no text.
  2. The grown-up, highly dignified son dressed in fine silk nobleman clothes (Yangban attire) smiling warmly and gracefully while handing out large sacks of rice and money to grateful, bowing poor villagers at the massive front gate of his mansion, 16:9, photorealistic, no text.
  3. The peaceful mother, now looking very healthy and dressed in elegant, luxurious traditional silk clothes, sitting on a sunlit wooden porch (Daecheong Maru) drinking tea, beautiful pink azaleas blooming in the garden, warm spring sunlight, 16:9, photorealistic, no text.
  4. Close-up of the magical celadon jar on a fancy mother-of-pearl table suddenly cracking with a sharp light and dissolving beautifully into glowing, magical golden dust, floating away into the air, mystical and peaceful ending, 16:9, no text.
  5. The wealthy, generous nobleman kneeling in his large courtyard, looking up at the clear spring sky with a deeply peaceful, grateful, and enlightened smile as the golden dust fades away on the wind, symbolizing true spiritual wealth and virtue, 16:9, photorealistic, no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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