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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에게 청혼하는 장똘뱅이 - 무당의 신기와 장똘뱅이의 상술이 합치니

노다지 캐러가자 2026. 10. 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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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에게 청혼하는 장똘뱅이 - 무당의 신기와 장똘뱅이의 상술이 합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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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귀신 보는 무당만 보면 재수 없다고 소금을 뿌리던 시절, 오히려 무당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다짜고짜 청혼을 한 간 큰 장똘뱅이가 있었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세 치 혀와 등짐 하나뿐인 만년 빈털터리 장돌림 만석이와, 신기는 기가 막히게 용하지만 굿판만 벌였다 하면 본전도 못 찾는 어리숙한 처녀 무당 홍련의 기막힌 만남! 귀신의 눈으로 천기누설을 꿰뚫어 보는 무당의 신기와, 구름도 포장해서 팔아치우는 장똘뱅이의 기똥찬 상술이 합쳐지자 조선 팔도 장터가 발칵 뒤집히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끝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짜릿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배꼽 잡고 듣다 보면 어느새 부자 되는 비결까지 배우게 되는 유쾌한 야담,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 1: 귀신 들린 당산나무 밑의 기묘한 조우

충청도 어느 한적한 시골 오일장, 해가 서산마루에 걸리자 왁자지껄하던 장터도 어느덧 파장 분위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빈 지게에 두둑한 엽전 꾸러미를 차고 주막으로 국밥 한 그릇 말아 먹으러 가건만, 장터 끄트머리 먼지 나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한숨만 푹푹 내쉬는 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이 스물여덟에 장돌림 경력만 십 년째건만, 아직도 제 이름으로 된 초가삼간 하나 없이 떠돌아다니는 만년 장똘뱅이 박만석이었습니다.

만석은 제 앞에 놓인 보따리를 발끝으로 툭 차며 투덜거렸습니다. 보따리 안에는 유행 지난 꽃신 몇 켤레와 바늘쌈지, 그리고 색 바랜 실패가 전부였습니다.

'아이고, 이놈의 팔자야. 남들은 장터에 나오면 물건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데, 어째 내 물건들은 날개는커녕 발에 쇳덩이를 달았나, 꼼짝을 안 하네그려. 오늘도 개시도 못 하고 쫄쫄 굶게 생겼으니, 이러다 장가는 고사하고 객사하게 생겼다, 객사하게 생겼어!'

만석이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쥐며 주섬주섬 등짐을 챙겨 일어섰을 때였습니다. 저만치 장터 복판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소금을 뿌려대고 있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만석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가 보니, 웬 색동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은 젊은 처녀 하나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흩어진 쌀알과 엽전 몇 푼을 줍고 있었고, 그 앞에서는 험상궂게 생긴 포목점 주인이 빗자루를 휘두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에잉, 재수가 없으려니까 아침부터 어디서 굴러먹던 무당년이 가게 앞에 주저앉아서 방울을 흔들어대! 야 이년아, 네년이 오늘 오후에 내 가게에 불이 날 상이라고 방정을 떨더니만, 불은 무슨 얼어 죽을 불이냐! 멀쩡한 날에 사람 간 떨어지게 만들고 복채를 뜯어가? 당장 내가 준 엽전 다섯 푼 내놓지 못해!"

포목점 주인이 발길질을 해대자, 땅바닥에 앉아 있던 처녀 무당은 억울하다는 듯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항변했습니다.

"아, 아니옵니다 어르신! 제 눈에는 분명히 어르신 가게 천장에 시뻘건 화기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사옵니다! 제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신령님께서 그리 일러주신 걸 어찌합니까..."

"시끄럽다 이 요망한 계집아! 신령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못할까!"

포목점 주인이 바가지에 담긴 구정물을 확 끼얹자, 처녀 무당은 비명을 지르며 보따리를 안고 도망치듯 장터를 빠져나갔습니다. 구경꾼들은 혀를 끌끌 차며 흩어졌고, 만석은 그 뒷모습을 보며 묘한 동병상련을 느꼈습니다.

'쯧쯧쯧, 무당이나 나나 오늘 장사 공치기는 매한가지로구먼. 그래도 그렇지, 저리 아리따운 처자가 어쩌다 무당이 되어서 저런 수모를 겪는담.'

만석이 입맛을 다시며 장터를 떠나려는 순간, 방금 구정물을 뿌렸던 포목점 쪽에서 갑자기 "불이야! 불이 났다!" 하는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습니다. 만석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포목점 처마 밑에 걸어두었던 등불이 바람에 흔들려 비단 더미에 옮겨붙더니, 순식간에 시뻘건 불길이 천장으로 치솟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행히 주변 상인들이 달려들어 물을 끼얹어 큰불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포목점 주인의 값비싼 비단들은 잿더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만석의 두 눈이 엽전 구멍만 하게 커졌습니다.

'어라? 방금 그 처녀 무당이 분명히 오후에 포목점 천장에 불이 날 상이라고 했다지? 해가 넘어가기 직전에 저리 불이 난 걸 보니, 그 처자 신기가 보통이 아니구먼! 허어, 귀신같이 맞히고도 복채는커녕 구정물만 뒤집어썼으니, 저게 무슨 밑지는 장사람?'

만석은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하는 영감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생 장터에서 잔뼈가 굵은 만석의 코에, 아주 진하고 구수한 '돈 냄새'가 솔솔 풍겨왔던 것입니다. 만석은 불 구경은 뒷전으로 한 채, 방금 처녀 무당이 도망쳤던 마을 어귀 당산나무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 어귀의 늙은 당산나무 밑에서 아까 그 처녀 무당이 젖은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훌쩍거리고 있었습니다. 옆에는 색이 바랜 오방기와 놋방울이 든 바구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흙먼지와 눈물로 얼룩지긴 했어도,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하고 피부가 뽀얀 것이 그야말로 천하일색이었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맞혀도 난리, 못 맞혀도 난리... 이럴 거면 날더러 왜 무당을 하라고 하셨습니까, 할머니..."

처녀가 신세한탄을 하며 코를 훌쩍거리자, 만석은 헛기침을 한 번 크게 하고는 품속에서 비록 팔지는 못했지만 깨끗한 손수건 하나를 꺼내어 처녀 앞에 스윽 내밀었습니다.

"저기, 처자. 울다가 눈물 콧물이 입으로 다 들어가겠소이다. 이거 새 거니, 이걸로 얼굴이나 좀 닦으시오. 아까 그 포목점, 방금 전에 진짜로 홀라당 불타버렸소이다. 처자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더구먼, 왜 이리 서럽게 우는 것이오?"

※ 2: 천하일색 무당에게 바치는 뻔뻔한 청혼

느닷없이 불쑥 나타난 낯선 총각의 말에 처녀 무당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습니다. 토끼처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만석을 올려다보던 처녀는, 포목점에 진짜 불이 났다는 말에 눈을 깜빡거리더니 이내 더 서럽게 통곡을 터뜨렸습니다.

"으아앙! 그러면 뭐 합니까요! 불이 나기 전에 막아줬어야 고맙다고 떡이라도 한 시루 줄 텐데, 이미 쫓겨나서 불까지 났으니 이제는 제가 저주해서 불이 났다고 몽둥이 들고 쫓아올 판 아닙니까요! 나 홍련이는 왜 이리 지지리도 복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요!"

홍련이라 이름을 밝힌 처녀가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모습이 어찌나 처량하고도 귀여운지, 만석은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나왔습니다. 만석은 당산나무 뿌리에 털썩 걸터앉으며 능청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허허, 울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보시오, 홍련 낭자. 내가 이 바닥에서 십 년을 굴러먹은 장똘뱅이 박만석이라 하오. 아까부터 낭자 하는 꼴을 보아하니, 낭자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는 법을 전혀 모르는구먼 그래. 아니, 그렇게 앞날을 훤히 내다보는 천기누설의 눈을 가지고서 고작 동네 영감탱이한테 엽전 다섯 푼짜리 액땜이나 해주고 구정물을 뒤집어쓴단 말이오?"

홍련은 만석이 건넨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입을 삐죽거렸습니다.

"그럼 무당이 신령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하지, 거짓말을 합니까요? 눈에 불이 보이니 불이 난다 하고, 관재수가 보이니 조심하라 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좋은 말 해주면 당연하다며 돈을 안 주고, 나쁜 말 해주면 재수 없다고 소금을 뿌리니, 도대체 장사를 어찌하란 말씀입니까?"

홍련의 답답한 하소연에 만석은 무릎을 탁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바로 그거요! 손님의 심리를 전혀 모르니 매번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게지! 들어보시오. 장사란 말이지, 손님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달콤하게 포장해서 파는 기술이오. 다짜고짜 '당신 가게에 불이 날 거요' 하면 누가 좋아하겠소? 그럴 땐 말이지, '어르신, 오늘 오후에 남쪽에서 큰 화기(火氣)가 들어오는데, 이걸 잘 다스리면 재물운으로 바뀌고 못 다스리면 큰 화를 입을 수 있으니, 제게 비방 부적 한 장 사서 등불 밑에 붙여두시지요' 하고 구슬려야지! 그러면 부적 값으로 엽전 한 냥은 거뜬히 받고, 등불도 미리 점검하게 만드니 불도 안 나고, 어르신은 고맙다고 절까지 할 것 아니오!"

만석의 일장연설을 들은 홍련은 입을 떡 벌린 채 멍하니 만석을 바라보았습니다. 평생 신당에 앉아 방울만 흔들었지, 이렇게 속 시원하고도 기막힌 처세술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았기 때문입니다.

"어머나... 그, 그렇게 말하면 되는 것이었습니까? 세상에,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뿐인 줄 아시오? 낭자의 그 신통한 눈을 푼돈 몇 푼 버는 데 쓰는 건, 마치 용을 잡는 칼로 무나 썰고 있는 격이오! 만약 그 신기로 어느 고을에 비가 올지, 올해 어느 지방에 흉년이 들고 풍년이 들지, 어느 산골에 산삼이 자라고 있는지를 미리 알아내어 내가 가진 장사 수완과 합친다면 어찌 되겠소? 조선 팔도의 엽전이 전부 우리 주머니로 굴러들어 올 것 아니겠소!"

만석의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습니다. 만석은 한 걸음 성큼 다가서더니, 홍련의 하얗고 고운 두 손을 덥석 움켜쥐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내의 손길에 홍련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새빨개졌습니다.

"어, 어머! 총각, 지금 남녀가 유별한데 이게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요!"

"무례라니요, 나는 지금 우리 두 사람의 창창한 미래를 붙잡은 것이오! 홍련 낭자, 보아하니 낭자도 의지할 데 없는 홀몸이고, 나 박만석이도 가진 건 없지만 배짱과 세 치 혀 하나는 조선 제일인 총각이오. 우리 이참에 당산나무 신령님 앞에서 백년가약을 맺고 부부 상단을 차려보는 게 어떻겠소? 낭자는 안방에 앉아 신기를 발휘해 어디에 노다지가 묻혔는지 찍어만 주시오! 내가 두 발로 뛰고 입으로 구슬려서 낭자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비단옷에 꽃가마 태워줄 테니, 나한테 시집오시오!"

만난 지 반시진도 안 된 장똘뱅이의 다짜고짜 청혼에 홍련은 어이가 없어 기가 막혔습니다.

'아니, 세상에 어떤 사내가 무당 팔자가 사납다고 피해 가기는커녕, 돈을 같이 벌자며 청혼을 한단 말인가? 참으로 해괴망측하고도 뻔뻔한 사내로구나. 헌데... 어째 눈빛 하나는 거짓이 없고 듬직해 보이는 것이, 이 사람 손을 잡으면 정말 내 박복한 팔자가 바뀔 것만 같네...'

홍련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만석의 손을 살짝 빼내고는, 방울을 딸랑 한 번 흔들며 새침하게 대답했습니다.

"흥, 입만 살아서 번지르르한 장똘뱅이 총각 말을 제가 어찌 믿습니까요? 우리 몸주신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나를 진정으로 귀하게 여겨줄 서방님은 빈손으로 청혼하지 않고 내 배부터 채워줄 사람이라 하셨습니다. 저 지금 사흘째 굶어서 현기증이 나거든요?"

그 말에 만석은 파안대소하며 가슴을 쾅쾅 쳤습니다.

"크하하하! 그거야 식은 죽 먹기지! 내 비록 엽전은 한 푼 없지만, 내 이 꽃신 두 켤레를 주막 주모한테 넘기면 뜨끈한 장터 국밥 두 그릇에 막걸리 한 주전자는 거뜬히 바꿀 수 있소! 가시지요, 부인! 오늘부터 우리 부부 상단의 창립 기념 회식을 시작합시다!"

만석이 씩씩하게 앞장서자, 홍련은 살며시 웃음을 머금고 그 넓은 등 뒤를 총총걸음으로 따라나섰습니다.

※ 3: 귀신이 점지한 매물과 장똘뱅이의 포장술

그날 밤, 주막에서 국밥 한 그릇씩을 비운 두 사람은 당산나무에 막걸리 한 사발을 올리고 소박하지만 뜻깊은 혼례를 올렸습니다. 비록 초례청도 없고 하객도 없었지만, 달빛 아래 마주 본 두 사람의 눈빛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설렘과 야망이 가득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폐가나 다름없는 홍련의 오두막에서 눈을 뜬 만석은 본격적인 '노다지 캐기'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만석은 홍련을 아랫목에 모셔 앉히고는 공손하게 물었습니다.

"자, 부인. 어젯밤에 신령님께서 무슨 귀띔이라도 해 주시던가요? 어디에 가면 우리가 첫 밑천을 두둑하게 잡을 수 있을지 말씀만 하시구려."

홍련은 눈을 지그시 감고 방울을 딸랑딸랑 흔들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이상하네요, 서방님. 제 눈에 저기 산 너머 청주 고을이 보이는데, 지금 그 고을에는 석 달째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아 땅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 유시(오후 5~7시) 무렵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장대비가 사흘 밤낮으로 쏟아져서 메마른 개울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웬 배가 볼록 나온 부자 영감이 소금 가마니를 잔뜩 쌓아놓고 비를 피하려다 소금이 다 녹아내려 대성통곡을 하고 있네요."

홍련의 말을 들은 만석의 머릿속에서 주판알이 빛의 속도로 튕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청주 고을에 가뭄이 들었다가 사흘 뒤에 폭우가 쏟아진다? 게다가 소금 장수가 비 때문에 낭패를 본다? 오호라, 가뭄이 길어지면 사람들은 비가 안 올 줄 알고 우산이나 도롱이(비옷)는 거들떠보지도 않겠지. 반대로 소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테고! 이거야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로구나!'

만석은 홍련의 이마에 입을 쪽 맞추고는, 집 안에 있던 놋그릇과 자신의 물건들을 몽땅 들고 장터로 달려가 헐값에 처분했습니다. 그렇게 마련한 엽전 몇 냥으로 만석이 사들인 것은 다름 아닌, 가뭄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아 창고에서 썩어가던 '기름종이 우산'과 '짚으로 엮은 도롱이' 수백 벌이었습니다. 상인들은 만석이 미쳤다며 혀를 찼지만, 만석은 코웃음을 치며 달구지에 우산을 가득 싣고 홍련과 함께 청주 고을로 향했습니다.

청주 고을에 도착해 보니, 과연 홍련의 말대로 하늘은 타들어 갈 듯이 맑았고 백성들은 가뭄에 지쳐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만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홍련이 말한 '배가 볼록 나온 소금 장수'를 수소문하여 찾아갔습니다. 고을에서 제일가는 소금 도매상 황 부자였습니다. 황 부자는 야외 마당에 소금 수백 가마니를 천막도 없이 쌓아두고 배짱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만석은 황 부자 앞에 넙죽 절을 하며 능청을 떨었습니다.

"어르신, 소인은 팔도를 유랑하는 장사꾼이옵니다. 소인의 안사람이 날씨를 기가 막히게 맞히는 신기가 있는데, 내일 오후에 이 고을에 하늘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진다 하옵니다. 저 귀한 소금들이 비에 다 녹아내리기 전에, 소인이 가져온 이 기름종이와 거적을 씌우시지요. 거저 드리는 건 아니고, 소금 스무 가마니와 바꾸시면 어떻겠습니까?"

황 부자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쳐다보더니 배를 잡고 껄껄 웃었습니다.

"크하하하! 미친놈을 보았나! 지금 석 달째 비 한 방울 안 오는 마른하늘에 무슨 얼어 죽을 폭우란 말이냐!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드느냐, 썩 꺼지지 못할까!"

만석은 황 부자가 안 믿을 줄 알았다는 듯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습니다.

"좋습니다. 만약 내일 유시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소인이 가진 저 우산 수백 개와 달구지를 어르신께 공짜로 다 바치고 어르신 집 노비가 되겠습니다! 대신 내일 비가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면, 저 마당에 있는 소금 절반을 소인에게 넘기신다고 약조하시지요! 어차피 비가 안 올 텐데, 어르신께서는 손해 볼 장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황 부자는 공짜로 달구지와 노비를 얻을 생각에 입이 귀에 걸려 당장 내기 문서에 손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사흘째 되는 날 오후, 유시가 가까워지자 거짓말처럼 쨍쨍하던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천둥 번개와 함께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악! 비다! 진짜 비가 온다! 내 소금! 내 소금 다 녹는다!"

황 부자는 마당으로 뛰어나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이미 빗줄기는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만석이 일꾼들을 거느리고 나타나 기름종이와 거적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소금 가마니들을 덮어 구해냈습니다. 황 부자는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빗속에 주저앉아 덜덜 떨며 약속대로 소금 절반을 만석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장터 사람들이 비를 피하려 우왕좌왕할 때, 만석은 준비해 온 우산과 도롱이를 원가의 열 배가 넘는 값에 날개 돋친 듯 팔아치웠습니다. 단 사흘 만에 만석과 홍련의 앞에는 엽전 가마니와 소금 가마니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빗속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 4: 한양 거상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부부 상단

청주 고을에서 터뜨린 첫 번째 노다지를 발판 삼아, 만석과 홍련의 부부 상단은 그야말로 날개를 단 듯이 뻗어나갔습니다. 홍련이 안방에서 방울을 흔들며 "이번 달에는 동해 바닷가에 명태가 씨가 마를 것이고, 전라도에는 목화가 풍년이 들 것입니다" 하고 점지를 해주면, 만석은 누구보다 빠르게 말과 수레를 몰아 동해로 달려가 건어물을 싹쓸이하고 전라도의 목화밭을 미리 사들였습니다.

무당의 신기와 장똘뱅이의 상술이 만나니, 이는 마치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습니다. 불과 이 년 만에 만석은 거느린 보부상만 백여 명에 달하는 거상이 되었고, 마침내 조선 상권의 중심지인 한양 칠패 시장에까지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었습니다. 만석의 이름이 높아질수록 밤잠을 설치며 배 아파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한양과 충청도 일대의 보부상단을 총괄하는 대행수, 최 도방이었습니다. 최 도방은 상인들의 등골을 빼먹고 불량 물품을 비싸게 강매하여 부를 축적한 탐욕스러운 노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 최 도방은 심복들을 모아놓고 찻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노발대발했습니다.

"이놈의 박만석이!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 같은 장똘뱅이 놈이 무당 계집 하나를 끼고돌더니, 이제는 내 자리까지 위협하려 드는구나! 요즘 상단 놈들이 나 최 도방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만석이 그놈이 하자는 대로만 우르르 몰려다닌다지? 이대로 두었다가는 내년 대행수 선거에서 내 모가지를 내주게 생겼어!"

옆에 있던 애꾸눈 집사가 교활한 웃음을 흘리며 최 도방의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어르신, 그놈의 돈줄은 결국 그 계집의 요망한 신기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로부터 나라에서는 혹세무민하는 무당을 가장 엄하게 다스리는 법이지요. 만약 그 계집이 사악한 저주 굿을 벌여 양반댁 마님을 해쳤다는 소문이 돌면 어찌 되겠습니까? 박만석이 놈은 꼼짝없이 사기꾼에 역적으로 몰려 알거지가 될 것입니다."

최 도방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습니다.

"오호라, 무당의 신기를 역이용하여 한 방에 숨통을 끊어놓겠다? 과연 기막힌 계책이로구나!"

며칠 뒤, 만석의 기와집으로 비단옷을 차려입은 한 노부인이 찾아와 홍련에게 눈물로 하소연을 했습니다. 한양에서 이름난 김 판서 댁의 안방마님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부디 영험하신 홍련 아씨께서 살풀이굿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복채로 황금 백 냥을 내놓겠다는 말에 만석도 의심 없이 홍련과 함께 김 판서 댁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최 도방이 김 판서 댁의 첩실과 짜고 파놓은 무서운 함정이었습니다. 홍련이 마당에서 한창 방울을 흔들며 굿을 하는 사이, 최 도방의 하수인이 몰래 마님의 탕약에 잠이 드는 약초를 타서 마님이 마치 숨이 끊어진 것처럼 꾸민 것이었습니다!

"까아악! 마님께서 돌아가셨다! 저 요망한 무당년이 굿을 하더니 마님의 혼을 빼앗아 갔다!"

첩실이 통곡하며 소리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최 도방이 상단 규찰대와 포졸들을 이끌고 대문을 박차고 들이닥쳤습니다. 최 도방은 만석과 홍련을 손가락질하며 호통을 쳤습니다.

"저 사악한 년놈들을 당장 포박하라! 무당 계집을 앞세워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상도를 어지럽힌 죄, 결코 용서치 않겠다! 당장 저 계집의 신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이 자리에서 시험해 보겠다! 만약 마님을 당장 깨우지 못하거나 내가 숨겨둔 물건을 맞히지 못한다면, 너희 부부는 오늘 장살을 면치 못할 줄 알아라!"

순식간에 창칼을 든 포졸들에게 포위된 만석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만석은 다급하게 홍련을 돌아보며 속삭였습니다.

"부인! 어서 몸주신 할머니를 불러서 저 간악한 놈들의 계략을 꿰뚫어 보시오! 저 마님이 왜 갑자기 쓰러졌는지 신령님께 여쭈어보란 말이오!"

그런데 웬일인지, 언제나 당당하던 홍련이 사색이 되어 방울을 쥔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홍련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흔들렸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 5: 신기가 사라진 절체절명의 위기

포졸들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최 도방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뒤주 뒤에 몰래 숨겨둔 상자 하나를 가리켰습니다.

"자, 천하를 꿰뚫어 본다는 무당아! 저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신령님께 물어보아라! 맞히면 살려줄 것이요, 못 맞히면 네년의 신기는 전부 백성들을 속인 사기극으로 간주하고 너희 부부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겠다!"

절체절명의 순간, 만석은 애타게 홍련의 팔을 흔들었습니다.

"부인! 왜 그러시오! 어서 방울을 흔들어 보시오! 신령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

그때, 홍련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더니, 만석의 소매를 붙잡고 모기만 한 목소리로 충격적인 고백을 쏟아냈습니다.

"서, 서방님... 죄송해요,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사, 사실 저는... 귀신도 못 보고 신령님 목소리도 못 듣는 가짜 무당이에요! 저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른단 말입니다..."

"뭐, 뭐라고요? 가, 가짜 무당이라니요?!"

만석은 머리를 큰 망치로 얻어맞은 듯 멍해졌습니다. 하늘이 노래지고 땅이 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니, 지난 이 년 동안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날씨와 시세를 족집게처럼 맞혔던 내 아내가 신기가 전혀 없는 가짜 무당이었다니!

홍련은 흐느끼며 빠르게 진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제 할머니가 진짜 큰무당이셨는데, 저는 어릴 적부터 신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대신 할머니 어깨너머로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를 읽는 법, 그리고 할머니가 물려주신 고서(古書)를 통해 구름의 모양과 바람의 방향, 개미들의 이동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는 천문 지리학을 달달 외웠을 뿐이에요! 처음 서방님을 만났을 때 포목점에 불이 난다고 한 것도, 가게 처마 밑 등불 줄이 닳아 끊어지기 직전인 걸 보고 말한 것이고, 청주에 비가 온다고 한 것도 제비가 낮게 날고 돌담에 습기가 차는 걸 보고 계산한 것이었단 말입니다! 그동안에는 장터에 떠도는 소문과 상인들의 장부를 몰래 분석해서 시세를 맞혔지만, 저렇게 다짜고짜 닫힌 상자 안을 맞히라니 저는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서방님, 절 버리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홍련이 고개를 푹 숙이고 오열하자, 만석은 순간 숨이 턱 막혔습니다. 하지만 그 충격도 잠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타고난 장사꾼 만석의 머릿속에서 엄청난 반전의 불꽃이 튀었습니다. 만석은 홍련을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입꼬리를 씩 올리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세상에! 귀신의 힘을 빌린 게 아니라, 오로지 본인의 눈썰미와 지혜, 그리고 피나는 노력으로 조선 팔도의 하늘과 땅을 읽어냈단 말인가? 그렇다면 신령님이 떠날 걱정도 없고, 복채를 바칠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인간 천문대이자 최고의 전략가가 내 아내였단 말이지! 허허, 이거야말로 진짜배기 노다지가 아닌가!'

만석은 떨고 있는 홍련의 손을 그 어느 때보다 힘주어 꽉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홍련의 귓가에 따뜻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울지 마시오, 부인! 가짜면 어떻고 진짜면 어떻소! 내 눈에는 부인이 세상 어떤 신령님보다 백배 천배 더 귀하고 대단한 사람이오! 자, 부인의 그 기막힌 관찰력으로 저 최 도방 놈의 행색과 저 상자를 똑똑히 보시오. 귀신은 못 봐도 사람의 흔적은 볼 수 있지 않소? 판은 내가 깔아줄 테니, 부인은 평소처럼 침착하게 눈에 보이는 단서만 찾으시오!'

남편의 흔들림 없는 믿음에 홍련은 번쩍 정신이 들었습니다. 눈물을 닦아낸 홍련의 눈빛이 무당의 신기가 아닌, 예리한 매의 눈빛으로 날카롭게 변했습니다. 홍련은 최 도방과 애꾸눈 집사의 손끝, 옷자락, 그리고 상자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만석은 시간을 벌기 위해 앞으로 나서며 배를 잡고 껄껄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크하하하! 최 도방 어르신! 참으로 가소롭고도 어리석은 시험을 내시는군요! 지금 제 아내가 왜 떨고 있는 줄 아십니까? 무서워서 떠는 게 아니라, 어르신의 그 얄팍한 술수가 너무나도 더럽고 추악해서 신령님께서 역정을 내시느라 몸을 떠는 것입니다!"

※ 6: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의 심리!

만석의 당당한 호통에 최 도방과 포졸들은 순간 기세가 눌려 주춤했습니다. 그 틈을 타 홍련은 날카로운 눈썰미로 현장의 단서들을 하나씩 조합해 나갔습니다.

'가만있자, 마님이 쓰러진 방에서 달콤하고 알싸한 마취초 냄새가 희미하게 풍기고 있어. 저 애꾸눈 집사의 손톱 밑에는 마취초를 빻을 때 묻는 푸른 물이 들어있고! 그리고 저 뒤주 옆의 상자... 상자 밑바닥 틈새로 축축한 물기가 배어 나오고 비릿한 갯벌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저 안에는 방금 개울이나 연못에서 건져 올린 살아있는 생물이 들어있는 게 틀림없어! 게다가 최 도방의 비단 바지 아랫단에 연못의 개구리밥이 붙어있구나!'

모든 추리를 마친 홍련이 만석의 등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 번 쳤습니다. 작전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부부만의 암호였습니다.

만석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홍련에게서 놋방울과 부채를 건네받았습니다. 오늘은 무당인 홍련 대신, 세상에서 가장 입담 좋은 장똘뱅이 만석이 직접 '심리전 굿판'을 벌일 차례였습니다. 홍련이 만석의 귀에 스치듯 단서를 속삭이자, 만석은 눈을 부릅뜨고 부채를 쫙 펴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자, 모두 길을 비켜라! 지금부터 내 아내의 몸주신이신 태백산 호랑이 신령님께서 내 입을 빌려 이 집안의 썩어빠진 죄악을 낱낱이 고하실 것이다! 에라, 만수받이!"

만석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최 도방의 코앞으로 다가가 부채로 최 도방의 턱밑을 툭 쳤습니다.

"네 이놈 최 도방아! 네가 저 상자 속에 무엇을 숨겼는지 신령님이 모를 줄 알았더냐! 네놈이 아까 뒷마당 연못에서 개구리밥을 바지에 묻혀가며 몰래 건져 올린 것! 껍질은 딱딱하고 목은 움츠러들었으며, 네놈의 시커먼 속내처럼 진흙탕을 기어 다니는 연못 속의 '자라' 한 마리가 저 상자 안에서 엉금엉금 기고 있구나! 내 말이 맞느냐, 틀리냐!"

"허, 헉! 그, 그걸 어찌!"

최 도방이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상자 문을 열어보니 과연 그 안에는 커다란 자라 한 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구경하던 상단 사람들과 포졸들 사이에서 "와아! 진짜 신령님이 내렸다!" 하는 경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만석의 진짜 공격은 지금부터였습니다.

만석은 빙글빙글 돌며 이번에는 애꾸눈 집사와 김 판서의 첩실을 향해 놋방울을 거세게 흔들었습니다.

"어허, 가엾고도 가엾구나! 안방에 누워계신 마님은 죽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 탕약에 남방에서 들여온 '천남성 마취초'를 타서 깊은 잠에 빠진 것뿐이로다! 범인이 누구냐고? 지금 손톱 밑에 시퍼런 약초 물이 든 자가 범인이요, 그 약초 값을 대준 자가 바로 최 도방 네놈이니라! 게다가 최 도방, 네놈이 지난 삼 년간 상단 공금 오만 냥을 빼돌려 뒷산 바위 밑에 숨겨둔 비밀 장부까지 신령님의 눈에 훤히 보이는구나! 벼락을 맞아 죽기 싫거든 당장 그 손톱을 내밀고 죄를 자백렷다!"

애꾸눈 집사는 저도 모르게 푸른 물이 든 손을 등 뒤로 감추었고, 마취초와 비밀 장부 이야기까지 나오자 최 도방은 진짜 귀신이 자기 뒤를 밟은 줄 알고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사실 비밀 장부 이야기는 만석이 상단 내부의 소문을 바탕으로 떠본 것이었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 최 도방이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것이었습니다.

그때, 홍련이 침을 꺼내어 안방에 누워있던 마님의 인중과 손끝을 따주자, 마취 기운이 풀린 마님이 "으음..." 소리를 내며 눈을 번쩍 떴습니다!

"아, 악! 살려주십시오! 신령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최 도방이 시켜서 마님 약에 마취초를 탔습니다요!"

죽은 줄 알았던 마님까지 깨어나자, 겁에 질린 애꾸눈 집사와 첩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모든 죄를 술술 불어버렸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에 터져 나온 자백에 포졸들은 당장 오랏줄을 풀어 최 도방과 그 일당들을 꽁꽁 묶어버렸습니다.

"아,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저놈들이 무슨 귀신이라고..."

최 도방이 피를 토하듯 절규하며 끌려 나갔고, 마당에 모인 백여 명의 상단 행수들과 보부상들은 만석과 홍련 앞에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질렀습니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본 장똘뱅이와 가짜 무당의 완벽한 합작 승리였습니다.

※ 7: 대행수 부부의 탄생과 끝나지 않는 노다지

최 도방이 모든 죄상이 드러나 귀양을 떠나게 되자, 한양과 충청도 팔도 보부상단은 새로운 지도자를 뽑기 위해 대회를 열었습니다. 결과는 보나 마나 만장일치였습니다. 신통방통한 지혜로 상단의 부패를 척결하고, 가는 곳마다 노다지를 터뜨려 상인들을 배불리 먹여 살린 박만석이 조선 팔도 보부상단의 최고 우두머리인 '대행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대행수 취임식이 열리던 날, 화려한 비단 도포에 옥관자를 붙인 만석이 단상 위에 올라서자 수천 명의 보부상들이 패랭이를 하늘로 던지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박만석 대행수님 만세! 안방마님 만세!"

만석은 감격에 겨워 군중들을 내려다보다가, 단상 옆자리에 아름다운 화관을 쓰고 앉아 있는 아내 홍련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만석은 빙그레 웃으며 홍련의 손을 잡고 단상 한가운데로 나아갔습니다.

"여러분! 오늘날 이 못난 장똘뱅이 박만석이가 대행수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귀신의 신기 때문도 아니요, 요행을 바라는 점괘 때문도 아닙니다! 하늘의 구름을 읽고, 땅의 이치를 살피며,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릴 줄 아는 제 아내 홍련의 지혜와, 여러분의 땀방울이 합쳐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 상단은 헛된 요술이나 속임수가 아니라, 가장 정확한 정보와 가장 정직한 신용으로 조선 팔도의 노다지를 캐낼 것입니다!"

만석의 우렁찬 연설에 상인들은 다시 한번 떠나갈 듯한 박수와 함성을 보냈습니다.

잔치가 끝난 그날 밤, 대행수 본가의 너른 안방에서 만석과 홍련은 오랜만에 단둘이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방 한구석에는 홍련이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놋방울과 오방기가 든 바구니가 놓여 있었습니다. 홍련은 술잔을 내려놓고 만석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서방님, 이제 제가 진짜 무당이 아니라는 걸 다 아셨는데... 정말 실망하지 않으셨어요? 행여나 상단 사람들이 제가 가짜라는 걸 알면 어쩌지요?"

만석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홍련의 바구니에서 놋방울을 꺼내어 딸랑딸랑 흔들어 보였습니다.

"허허, 부인도 참! 지금 우리 상단 사람들에게 부인은 신령님보다 더 위대한 지략가이자 안방마님이오. 내가 오늘 낮에 놋방울은 땅에 묻어버리고, 대신 부인을 위해 한양에서 제일가는 천문 서적들과 팔도 지도, 그리고 주판을 새로 사 왔소이다! 무당이면 어떻고 학자면 어떻소? 내 눈에는 그저 나를 대행수로 만들어준 천하일색 복덩이 마누라인걸!"

만석이 홍련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자, 홍련의 눈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나저나 서방님, 제가 오늘 저녁에 마당에 나가 별자리와 바람 냄새를 좀 맡아보았는데요..."

홍련이 눈을 반짝이며 운을 떼자, 만석은 귀가 솔깃해져서 궁둥이를 바짝 당겨 앉았습니다.

"오호! 우리 홍련 대군사님께서 또 무슨 기막힌 조짐을 읽으셨소? 어서 말씀해 보시구려!"

"올겨울에는 북쪽 바람이 유난히 매서워서 한양에 유례없는 한파가 닥칠 징조가 보입니다. 지금부터 양털과 솜, 그리고 화로에 쓸 참숯을 미리 사두시면... 올겨울 노다지는 따 놓은 당상이지요!"

홍련의 말에 만석은 무릎을 탁 치며 방 안이 떠나가라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크하하하! 그렇지! 내 마누라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곧 천기누설이요, 곧 황금이로구나! 여봐라!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팔도의 솜과 숯을 싹쓸이할 채비를 하여라! 우리 대행수 부부가 다시 한번 노다지를 캐러 가신다!"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기와집 안방에서는, 귀신보다 더 귀신같은 안목의 아내와 구름도 팔아치울 기세의 남편이 나누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밤새도록 그치지 않고 울려 퍼졌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귀신의 힘을 빌린 줄 알았던 처녀 무당의 신기가 사실은 피나는 노력과 예리한 관찰력에서 나온 지혜였다는 반전, 정말 통쾌하지 않으셨나요? 여기에 아내의 약점마저 최고의 강점으로 바꾼 장똘뱅이 만석의 믿음과 상술이 더해져 결국 조선 최고의 대행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진짜 노다지는 요행이 아니라 사람의 지혜와 신뢰 속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유쾌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꼭 부탁드립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도 더욱 흥미진진한 '노다지 캐러가세'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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