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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뱅이를 대객주로 만든 무녀

노다지 캐러가자 2026. 10. 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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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뱅이를 대객주로 만든 무녀

귀신 들린 무당에게 장가든 줄 알았더니, 팔도를 삼킨 여자 제갈공명이었다! — 가난한 장돌뱅이를 조선 최고의 대객주로 만든 무녀 아내의 소름 돋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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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장터 바닥을 떠돌며 등짐을 지고 다니던 가난한 장돌뱅이 달수가 어느 날 앞날을 귀신같이 맞히는 젊은 무녀의 신기에 홀딱 반해 다짜고짜 청혼을 합니다! 무당 서방이 되었다고 동네방네 손가락질을 받던 사내는, 놀랍게도 아내의 백발백중 예언과 자신의 배짱 두둑한 상술을 결합해 단숨에 한양을 호령하는 거상, 대객주로 우뚝 서게 되는데요. 하지만 전 재산을 건 일생일대의 인삼 거래를 앞둔 밤, 아내가 갑자기 신기를 잃었다며 쓰러지고 달수는 풍랑을 만나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고 맙니다. 절망에 빠져 통곡하던 달수 앞에 마침내 밝혀지는 무녀 아내의 충격적인 정체와 통쾌한 역전극!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기막힌 노다지 이야기

※ 1: 소나기 쏟아진 장터와 엽전 한 닢에 운명을 건 장돌뱅이

조선 후기, 삼남 지방의 크고 작은 장터를 떠돌아다니며 바늘이며 실, 실패와 거울 따위의 자질구레한 방물들을 팔아 입에 풀칠을 하던 스물일곱 살 총각 장돌뱅이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강달수라 불렸는데, 비록 물려받은 땅 한 평 없고 등 뒤에 짊어진 지게 하나가 전 재산이었으나, 눈빛이 매처럼 총기 있고 입담이 어찌나 구수한지 한번 장터에 자리를 깔았다 하면 지나가던 아낙네들의 발걸음을 딱 묶어두는 재주가 있는 사내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말주변이 좋아도 밑천이 워낙 보잘것없다 보니, 달수의 주머니는 늘 바람만 숭숭 통했습니다. 그날도 충청도 강경 장터 한구석에서 목이 쉬어라 외치며 하루 종일 물건을 팔았건만, 손에 쥔 돈은 국밥 한 사발에 막걸리 한 잔 사 먹으면 끝날 엽전 몇 닢뿐이었습니다.

"에잉, 내 팔자야. 언제쯤이면 이 지긋지긋한 등짐을 벗어던지고, 큰 배에다 비단이며 인삼을 산더미처럼 실어 나르는 큰 객주 어른이 되어 본담!"

달수가 한숨을 쉬며 보자기를 주섬주섬 싸고 있는데, 문득 장터 바깥쪽 성황당 고목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수군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기심이 동한 달수가 등짐을 지고 슬쩍 다가가 고개를 내밀어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멍석 한 장을 깔아놓고 앉아 있는 스물두어 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무녀 한 명이 있었습니다. 보통 무당이라 하면 울긋불긋한 색동옷에 얼굴에는 하얀 분을 귀신처럼 덕지덕지 바르기 마련인데, 이 젊은 무녀는 수수한 옥색 모시 치마저고리에 머리를 단정하게 쪽 찌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얼굴이 어찌나 백옥같이 희고 이목구비가 그림처럼 수려한지, 무당이 아니라 양반집 규수가 잘못 나와 앉은 것만 같았습니다. 특히나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깊고 서늘한 눈빛은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묘한 기품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그녀는 이 고을에서 신기가 하늘을 찌르기로 소문난 '월향'이라는 처녀 무녀였습니다. 그때, 멍석 앞에 앉아 있던 뚱뚱한 소금 장수 영감이 코웃음을 치며 월향에게 물었습니다.

"어이, 젊은 보살! 내가 이번에 서해안 염전에서 소금 백 가마니를 사서 배에 싣고 올라왔는데, 이걸 오늘 장터에다 그냥 풀어야 할지, 아니면 사흘 뒤에 열리는 공주 장터까지 끌고 올라가야 돈을 더 벌지 한번 맞춰 보구려!"

월향은 앞에 놓인 쌀알 몇 개를 손끝으로 굴려보지도 않고, 구름 한 점 없이 쨍쨍한 대낮의 파란 하늘을 한 번 스윽 올려다보더니 차분하고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영감님, 공주 장터까지 갈 것도 없사옵니다. 지금 당장 반값에라도 소금을 다 팔아치우시거나, 기름 먹인 천막을 사서 소금 가마니를 세 겹으로 단단히 덮어두시옵소서. 오늘 해가 지기 전에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져 강물이 범람할 것이오니, 그대로 두었다가는 소금 백 가마니가 다 녹아 강물로 흘러갈 것이옵니다."

월향의 말에 소금 장수 영감은 물론이고 주변에 둘러서 있던 구경꾼들이 모두 배를 잡고 박장대소를 터뜨렸습니다.

"푸하하하! 아니, 지금 하늘에 구름 한 조각 없고 사흘째 가뭄이라 땅이 다 갈라지고 있는데, 무슨 해 지기 전에 폭우가 쏟아져 강물이 넘친단 말이오! 영험하다더니만 아주 선무당이 사람 잡는 소리를 하는구먼! 에잉, 복채 아깝다!"

소금 장수는 혀를 끌끌 차며 소금 가마니를 덮어둘 생각도 하지 않고 술집으로 가버렸습니다. 구경꾼들도 모두 엉터리 무당이라며 뿔뿔이 흩어졌지요.

하지만 달수의 눈에는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비웃고 떠나는 와중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흔들림 없는 자세로 앉아 있는 무녀 월향의 그 당당하고도 신비로운 눈빛 말입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멍석 앞으로 다가간 달수는, 주머니에서 자기 저녁 국밥 값이었던 마지막 엽전 다섯 닢을 꺼내어 소반 위에 딸그락 올려놓았습니다.

"보살 아씨, 저 사람들 말은 귀담아듣지 마시구려. 나는 아씨의 그 맑은 눈빛을 보니 거짓말을 할 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오. 아까 한 말씀이 정말이라면, 내 지금 이 돈으로 국밥 사 먹는 대신 장터에 가서 누구도 안 사는 우산하고 짚신이나 몽땅 외상으로 쓸어 담아 볼까 하는데, 어떻겠소?"

월향은 자기 말을 믿어주는 유일한 사내인 달수의 늠름한 체격과 총기 어린 눈빛을 가만히 올려다보더니, 얼음장 같던 입가에 살포시 매화꽃 같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손님께서는 비록 행색은 장돌뱅이이나, 사람을 보는 눈과 배포만큼은 천하의 대객주 못지않으시군요. 제 말을 믿으신다면 우산보다 지금 헐값에 나와 있는 '소금'을 외상으로 사서 높은 곳간에 넣어 두시옵소서. 내일 아침이면 소금값이 금값이 되어 있을 것이옵니다."

달수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아까 그 소금 장수가 술집에서 술 마시는 곳으로 달려가, 내일 아침에 돈을 치르기로 약조하고 소금 서른 가마니를 헐값에 넘겨받아 언덕 위 빈 행랑채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한 식경 뒤, 정말로 귀신이 곡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낮처럼 맑던 하늘에 갑자기 서쪽에서부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와 함께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듯한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순식간에 강경 포구와 장터 바닥이 물바다로 변했고, 천막도 안 치고 마당에 쌓아두었던 소금 장수들의 소금 수천 가마니가 빗물에 허옇게 다 녹아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튿날 아침, 장터에 남은 소금이라곤 달수가 언덕 위 행랑채에 숨겨둔 서른 가마니뿐이었으니, 달수는 하룻밤 사이에 소금을 다섯 배 값에 팔아치워 생전 처음 묵직한 전대 한 가득 엽전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 2: 무당 서방이 된 사내, 신방 첫날밤에 맺은 기막힌 동업

하룻밤 사이에 소금 서른 가마니로 큰돈을 만지게 된 달수는, 그 돈으로 주막에 가서 기생들과 술을 마시기는커녕 장터에서 가장 고운 비단 한 필과 큼지막한 은가락지 한 쌍을 샀습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황당 고개 너머에 있는 무녀 월향의 작고 초라한 초가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마당을 쓸고 있던 월향은, 어제 본 그 장돌뱅이 총각이 번듯한 새 옷을 차려입고 비단과 가락지를 들고 찾아오자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손님께서 이곳까지는 어쩐 일이시옵니까? 소금으로 큰돈을 버셨으니 사례라도 하러 오셨나이까?"

달수는 마당 한가운데에 등짐 대신 비단 필을 내려놓고는, 월향의 앞에 넙죽 무릎을 꿇고 앉아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보살 아씨! 아니, 월향 낭자! 내가 오늘 이곳에 찾아온 것은 복채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내 평생의 목숨과 운명을 낭자에게 통째로 바치러 온 것이오! 어제 장터에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낭자를 비웃을 때, 나는 보았소. 낭자의 그 깊고 지혜로운 눈빛 속에 천하의 움직임을 읽는 신기가 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오! 나 강달수, 비록 지금은 가진 것 없는 떠돌이 장돌뱅이이나, 낭자만 내 아내가 되어 준다면 내 평생 낭자를 왕비처럼 모시고 조선 팔도를 호령하는 제일가는 거상이 되어 보이겠소! 나와 혼인해 주시오!"

다짜고짜 청혼을 해오는 달수의 기세에 월향은 당황하여 한 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녀의 하얀 얼굴에 씁쓸하고도 서글픈 그림자가 스쳤습니다.

"손님, 농담이 지나치시옵니다. 저는 신을 모시는 천한 무당의 몸이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귀신 들린 년이라 손가락질하며 상종조차 꺼리는 무녀와 혼인하셨다가는, 손님까지 평생 '무당 서방'이라는 더러운 이름을 쓰고 출세 길이 막히게 될 것이옵니다."

"무당 서방이라 불리면 어떻고 귀신 서방이라 불리면 어떻단 말이오! 남들의 손가락질 따위가 내 배를 채워주오,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오? 내 눈에는 고관대작의 양반집 규수들보다 낭자가 백배 천배 더 귀하고 훌륭한 여인으로 보이오! 낭자가 승낙할 때까지 나는 이 마당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달수의 불같고도 진심 어린 고백에, 평생 사람들의 멸시와 두려움 섞인 눈초리만 받으며 외롭게 살아왔던 월향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이 스르르 열렸습니다. 월향은 눈에 고인 이슬 같은 눈물을 살포시 닦아내며, 달수가 내민 은가락지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보름 뒤, 달수는 정말로 동네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비웃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월향과 조촐한 혼례를 올렸습니다. 장터의 다른 상인들은 "저 달수 놈이 돈 몇 푼 벌더니만 미쳐도 단단히 미쳐서 귀신 들린 무당에게 장가를 갔다!"라며 혀를 끌끌 찼지요.

그러나 첫날밤, 붉은 초가 타오르는 신방 안에서 족두리를 벗겨준 달수가 신부 월향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건넨 말은, 평범한 신랑들의 달콤한 사랑 고백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부인, 오늘부터 당신은 남의 집 액운이나 쫓아주고 푼돈 몇 닢 받는 무녀가 아니오. 바로 나 강달수가 세울 천하제일 상단의 안주인이자 군사(책사)요!"

"상단의 군사라니요, 서방님?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생각해 보시오, 부인! 장사란 것이 결국 무엇이겠소? 내일 비가 올지 가뭄이 들지, 어느 고을에 무엇이 귀해지고 무엇이 흔해질지 남들보다 딱 반보만 먼저 내다보면 천금을 쓸어 담는 것이 바로 장사판이오! 당신에게는 하늘의 기운과 앞날을 귀신같이 꿰뚫어 보는 신통한 능력이 있고, 나에게는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장사꾼의 배짱과 발이 있지 않소! 이제부터 당신은 신당에서 굿을 하는 대신, 내가 어디 가서 무슨 물건을 사야 할지 그 길흉화복만 점쳐 주시오! 그러면 내가 두 발로 팔도를 뛰어다니며 그 예언을 황금으로 바꾸어 놓겠소!"

남편의 기상천외하고도 통 큰 제안에, 월향은 놀라움으로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서방님의 그 큰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소첩이 가진 모든 능력과 지혜를 다 바쳐 서방님을 팔도 최고의 대객주로 만들어 드리겠사옵니다. 대신 서방님께서도 소첩과 한 가지 약조를 해 주셔야 하옵니다."

"약조라니, 무엇이든 말해 보시오!"

"제가 사라고 하는 물건이 아무리 세상 사람들 눈에 쓸모없는 쓰레기처럼 보일지라도, 이유를 묻지 마시고 저를 끝까지 믿고 따라주셔야 하옵니다."

"하하하! 내 목숨도 맡긴 아내인데 그깟 물건 하나 못 믿겠소! 좋소, 오늘 밤 우리 부부의 기막힌 동업이 시작되었구려!"

신방의 촛불 아래에서 두 사람이 마주 잡은 손길 위로, 장차 조선의 상권을 뒤흔들 거대한 태풍이 소리 없이 잉태되고 있었습니다.

※ 3: 썩은 미역과 묵은 고추로 일군 만석의 기적, 대객주의 탄생

혼인한 이튿날 아침부터 달수와 월향 부부의 기상천외한 장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달수가 소금 장사로 번 돈을 밑천 삼아 이제 비단이나 쌀 장사를 해볼까 하고 묻자, 방 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점을 치던 월향이 첫 번째 지령을 내렸습니다.

"서방님, 비단이나 쌀은 거들떠보지도 마시고, 지금 당장 동해안 포구로 달려가시어 어부들이 못 팔고 창고에 쌓아둔 '작년 산 묵은 미역'과 '다시마'를 헐값에 있는 대로 다 사들이시옵소서."

"묵은 미역과 다시마 말이오? 허허, 날도 더워지는데 누가 묵은 해초를 사 먹는단 말이오? 허나 부인과의 약조가 있으니 묻지 않고 그대로 해 오리다!"

달수는 곧장 동해안으로 달려가, 창고 자리만 차지해 어부들이 처치 곤란해하던 묵은 미역과 다시마 수천 단을 거저나 다름없는 똥값에 몽땅 사들여 마차에 싣고 왔습니다. 장터 상인들은 또 달수가 무당 마누라 말만 듣고 쓸모없는 쓰레기를 사 모았다며 손가락질을 해댔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해 여름 내내 남쪽 바다에 기괴한 적조 현상과 태풍이 몰아닥쳐 미역과 다시마가 단 한 오라기도 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때마침 한양과 팔도에 해산하는 산모들과 열병을 앓는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피를 맑게 해준다는 미역과 다시마를 찾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팔도에 미역 씨가 마르자, 달수가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아두었던 미역은 부르는 게 값이 되어 원래 산 값의 무려 열 배가 넘는 폭리를 남기며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습니다!

"세상에나! 저 강달수 마누라가 진짜 귀신은 귀신이로구나! 바다에 태풍이 와서 미역 씨가 마를 줄을 어떻게 한 달 전에 미리 알았단 말이냐!"

상인들의 비웃음은 순식간에 경외감과 두려움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부부의 행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가을에는 고추 농사가 대풍년이 들어 장터마다 붉은 고추가 썩어 넘쳐나자, 월향은 달수에게 "이번에는 전 재산을 털어 저 헐값에 버려지는 말린 고추와 마늘을 한 톨도 남김없이 사들여 통풍이 잘되는 곳간에 보관하십시오"라고 일렀습니다. 달수가 또 고추 수만 근을 사들이자, 바로 그해 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쳐 이듬해 봄 고추 모종이 다 얼어 죽는 바람에 고추값이 스무 배로 폭등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백발백중, 단 한 번의 실패도 없는 월향의 신통방통한 예언과, 한 번 기회가 오면 전 재산을 걸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달수의 배짱 두둑한 상술이 합쳐지자 재물이 불어나는 속도는 눈덩이가 굴러가는 것 같았습니다.

장돌뱅이로 시작했던 강달수는 혼인한 지 불과 오 년 만에, 한양 마포 나루터에 거대한 객주집과 창고 스무 채를 거느리고 큰 상선 열 척을 움직이는 조선 팔도 유수의 '대객주(大客主)'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어느 봄날, 마포 나루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으리으리한 기와집 대청마루에서, 비단 도포를 멋지게 차려입은 강달수 객주가 아내 월향의 고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하하! 부인, 저기 마포 나루터에 깃발을 휘날리며 들어오는 우리 강씨 상단의 배들을 좀 보시오! 오 년 전 강경 장터에서 엽전 다섯 닢 쥐고 국밥 냄새나 맡던 장돌뱅이 강달수가, 당신이라는 하늘이 내린 복덩이를 만나 이제 한양에서 손꼽히는 대객주가 되었소! 이 모든 것이 다 당신의 그 신통한 예지력 덕분이오!"

월향은 남편의 품에 안겨 미소를 지으면서도, 어쩐지 눈빛 한구석에는 말 못 할 깊은 수심과 불안함이 아른거리고 있었습니다.

"서방님, 재물이 크게 모이면 반드시 그 그림자도 깊어지는 법이옵니다. 요즘 서방님의 성공을 시기하는 한양의 '천 객주'라는 자가 우리 상단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오니, 이제는 무리한 투기보다는 가진 것을 지키는 데 힘쓰셔야 할 때이옵니다."

"허허, 부인도 참! 내 곁에 천하의 앞날을 다 내다보는 당신이 버티고 있는데, 그깟 천 객주 놈이 무슨 수로 내 재산을 넘본단 말이오? 걱정 붙들어 매시오!"

기세등등해진 달수는 아내의 충고를 가볍게 웃어넘겼습니다. 그러나 달수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눈을 가릴 거대한 욕망의 덫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아내 월향의 '신기(神氣)' 뒤에 상상조차 못 할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 4: 일생일대의 인삼 독점 거래와 갑자기 사라진 아내의 신기

강달수가 한양 마포 나루터의 대객주로 이름을 날린 지 꼭 육 년째 되던 해 가을이었습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한양의 시전 거리와 마포 객주 골목에 일생일대의 거대한 돈바람이 불어닥쳤습니다. 청나라 황실에서 황태후의 팔순 만수무강 잔치를 앞두고, 조선에서 나는 최상급 홍삼과 산삼을 무려 오만 근이나 현찰로 사들이겠다며 대규모 칙사 상단을 의주 국경으로 파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오만 근의 인삼이라 하면 그야말로 한 나라의 일 년 세입과 맞먹는 천문학적인 물량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거래만 독점으로 성사시키면 지금 가진 재산의 세 배, 아니 열 배는 거뜬히 불려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만석꾼 거상이 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지요. 한양의 내로라하는 육의전 시전 상인들과 경강상인들이 모두 눈에 시뻘건 불을 켜고 인삼을 확보하려 달려들었습니다.

바로 그때, 평소 마포 나루터에서 달수의 가장 큰 라이벌이자 속을 알 수 없는 능구렁이로 통하던 '천 객주'라는 자가, 한양에서 제일가는 일류 기방에 산해진미가 가득한 술상을 차려놓고 달수를 은밀히 불러냈습니다.

"허허, 우리 강 객주 어른 오셨구려! 자, 우선 이 귀한 청나라 고량주부터 한 잔 쭉 들이켜시지요!"

천 객주는 달수의 잔에 술을 가득 채우며, 주위를 슬쩍 살핀 뒤 달수의 귀에 바짝 다가앉아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강 객주, 이번에 의주 국경에 내려온 청나라 대국 상단 말인데, 사실 그 상단의 총행수(우두머리)가 나와 십 년 넘게 밀무역과 큰 거래를 틀어 온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친구라오. 그 친구가 어제 내게 파발을 보내왔는데, 누구든 가장 먼저 의주에 인삼 오만 근을 가지고 도착하는 단일 상단에게만 웃돈을 두 배로 얹어 독점 계약을 맺어주겠다고 언질을 주었소이다!"

달수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호오, 선착순 독점 거래라니! 허나 천 객주 어른, 그토록 좋은 노다지를 왜 혼자 드시지 않고 경쟁자인 나한테까지 알려주시는 것이오?"

"에이, 강 객주도 참! 오만 근의 인삼을 사들이려면 현찰로 어림잡아 삼십만 냥이 넘는 큰돈이 들어가는데, 내 수중에 있는 돈만으로는 물량을 다 채울 수가 없지 않소! 그래서 내가 특별히 강 객주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오. 강 객주가 현찰과 창고를 담보로 삼십만 냥어치 인삼 물량만 대주시오! 그러면 내가 가진 서해안 최대의 쾌속 상선 세 척에 그 인삼을 싣고 바닷길로 단숨에 의주까지 올라가겠소! 다른 상단들이 말과 수레로 험한 고개를 넘어 한 달 걸려 의주에 갈 때, 우리는 바닷길로 열흘 만에 도착해 시장을 통째로 독점하고 백만 냥의 순이익을 남기는 것이오! 내 이익의 절반인 오십만 냥을 강 객주에게 딱 떼어 줄 터이니, 이보다 더 확실한 장사가 어디 있겠소?"

천 객주의 말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전 재산을 다 털어 넣고도 모자라 집 문서까지 잡혀야 하는 어마어마한 판돈이었기에, 달수는 아무리 욕심이 나도 아내 월향의 신통한 점괘를 먼저 들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음... 천 객주 어른의 말씀이 참으로 귀가 번쩍 뜨이긴 하오만, 워낙 큰 판이니 내 오늘 밤 집에 돌아가 내 안사람과 상의를 좀 해보고 내일 아침 일찍 확답을 주겠소이다."

그날 밤, 술기운에 얼굴이 불콰해진 달수는 오십만 냥을 벌 생각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기 집 대문을 들어섰습니다. 오늘 밤에도 아내 월향에게 이번 바닷길 인삼 거래가 대박이 날지, 혹시 서해 바다에 풍랑은 없을지 신령님께 물어봐 달라고 할 셈이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언제나 단정하게 옷매무새를 갖추고 등불 아래에서 남편을 반갑게 맞이하던 아내 월향이, 그날따라 안방 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 아니 부인! 어디가 편찮으시오? 낮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왜 이리 자리에 누워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고 계시오!"

달수가 깜짝 놀라 버선발로 뛰어 들어가 아내의 이마를 짚어보았습니다. 월향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월향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달수의 옷소매를 꽉 붙잡고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청천벽력 같은 고백을 쏟아냈습니다.

"서, 서방님... 큰일 났사옵니다... 오늘 저녁 무렵부터 갑자기 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눈앞이 칠흑처럼 캄캄해지더니, 지난 세월 제 몸에 머물며 앞날을 일러주던 신령님의 기운이... 제 신기가 흔적도 없이 싹 사라져 버렸사옵니다!"

"무, 무엇이라?! 신기가 사라지다니, 지금 그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요! 부인, 정신 좀 똑바로 차려 보시오! 내일 아침 당장 내 전 재산 삼십만 냥을 털어 천 객주의 배에 인삼을 실어 보낼까 말까 결정을 해야 하는 판국에, 지금 당신 몸에서 신기가 사라지면 이번 장사의 길흉화복은 대체 누가 점쳐 준단 말이오!"

달수가 다급하고도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월향은 하얀 뺨 위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아무리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여 신령님을 불러보아도, 귀에는 먹먹한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앞날이 조금도 보이지 않사옵니다... 하오나 서방님, 신기가 사라진 제 가슴 한구석에 어쩐지 피비린내 나는 불길한 예감만이 가득 차오르니, 이번 천 객주와의 바닷길 인삼 거래는 부디... 부디 하지 마시옵소서! 전 재산을 남의 배에 한꺼번에 싣는 것은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처럼 너무나 위험하옵니다!"

월향이 피를 토하듯 간절하게 만류했으나, 이미 백만 냥이라는 일확천금의 욕망에 눈이 멀어 있던 달수의 귀에는 신기를 잃은 아내의 충고가 그저 병든 아녀자의 나약한 노파심으로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달수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퍽퍽 치며 방 안을 서성거렸습니다.

'에잉, 젠장맞을! 하필이면 내 인생 최대의 승부수를 던져야 할 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마누라의 신기가 다 떨어져 버리다니!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자. 내가 지난 오 년 동안 마누라의 점괘 덕에 큰돈을 벌긴 했지만, 이제 나 강달수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마포 나루의 대객주가 아닌가! 귀신 점괘 따위가 없어도 내 장사꾼의 동물적인 감각과 배짱으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지금 이 황금 같은 기회를 겁이 나서 놓쳐버리면 나는 평생 천 객주 밑에서 콩고물이나 주워 먹는 이류 객주로 남게 될 것이다!'

자만심과 탐욕에 눈이 가려진 달수는 결국 아내의 눈물 섞인 만류를 매정하게 뿌리쳤습니다.

"부인, 당신 몸에서 신령님이 떠나셨다면 이제부터 이 상단의 운명은 내 장사꾼의 감으로 결정하겠소!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 법이오. 당신은 아무 걱정 말고 몸조리나 잘하고 계시오!"

다음 날 아침, 달수는 곳간에 있던 현찰 십만 냥에다가 자신이 가진 스무 채의 창고와 기와집 문서까지 전부 전주(고리대금업자)들에게 저당 잡혀 빌린 이십만 냥을 합쳐, 도합 삼십만 냥으로 팔도의 최상급 홍삼과 산삼 오만 근을 싹쓸이했습니다. 그리고는 천 객주와 함께 "만일 배와 물건에 이상이 생길 시 천 객주가 전 재산으로 세 배를 배상한다"는 형식적인 약조 문서만 한 장 주고받은 뒤, 마포 나루터에 대기하고 있던 천 객주의 거대한 상선 세 척에 인삼 상자들을 산더미처럼 실었습니다.

부두까지 나와 안절부절못하며 배를 바라보는 아내 월향을 뒤로한 채, 달수는 의주에서 백만 냥을 거머쥘 부푼 꿈을 안고 천 객주와 함께 서해 바다로 향하는 배에 당당히 올라탔습니다.

※ 5: 무너져 내린 대객주의 꿈과 밝혀지는 아내의 첫 번째 반전

인삼 오만 근을 실은 세 척의 상선이 마포 나루를 빠져나와, 서해 바다의 거친 물살이 만나는 강화도 손돌목 앞바다를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사흘 동안 순풍에 돛을 달고 미끄러지듯 잘 나아가던 배가, 나흘째 되던 날 밤 자정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먹구름과 함께 몰아닥친 거센 폭풍우에 휩쓸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르르 쾅쾅! 하늘이 찢어질 듯한 천둥번개가 바다 위를 내리치고, 집채만 한 시커먼 파도가 뱃전을 사정없이 덮쳤습니다. 거대한 상선이 마치 가랑잎처럼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뒤집힐 듯 흔들리자, 선실 안에 앉아 있던 달수는 극심한 뱃멀미와 공포로 기둥을 부여잡고 토하기 바빴습니다.

바로 그때, 바깥 갑판에서 우지끈 뚝딱 하는 굉음이 울리더니, 비에 흠뻑 젖은 김 선장이 사색이 되어 선실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습니다.

"크, 큰일 났습니다, 천 객주 어른! 강 객주 어른! 거센 파도에 배가 밀려 바닷속 암초에 배 밑바닥이 부딪히는 바람에, 선체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바닷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무, 무엇이라?! 배에 구멍이 뚫렸다고?!"

달수가 기겁을 하여 소리치자, 김 선장은 다급하게 발을 구르며 외쳤습니다.

"지금 배에 실린 짐이 너무 무거워서 이대로 두면 일각도 못 버티고 배 세 척이 모두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우리 모두 물귀신이 될 판입니다! 배가 가라앉지 않고 목숨이라도 건지려면, 지금 당장 배에 실은 저 무거운 인삼 짝들을 전부 바다에 던져버려 배를 가볍게 해야만 합니다!"

"뭐, 뭐라고?! 이 미친놈아, 저 인삼이 어떤 인삼인데 바다에 버린단 말이냐! 내 전 재산 삼십만 냥과 내 목숨줄이 저 상자 안에 다 들어 있단 말이다! 안 된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인삼 한 뿌리도 바다에 못 버린다!"

달수가 눈이 뒤집혀 갑판 위로 뛰어나가 인삼 상자들을 끌어안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천 객주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선원들에게 눈짓을 보내더니, 건장한 뱃사공 여섯 명이 달려들어 달수의 양팔과 다리를 거칠게 붙잡아 기둥에 묶어버렸습니다.

"여보시오, 강 객주! 지금 정신이 있소, 없소! 삼십만 냥이 아무리 아깝기로서니 사람 목숨보다 중하단 말이오! 인삼 껴안고 바닷속 용왕님 밥이 될 셈이오? 여봐라, 사공들아! 강 객주가 실성을 했으니 말 듣지 말고, 배에 실린 인삼 상자들을 지금 당장 하나도 남김없이 바다에 던져버려라! 어서!"

천 객주의 호령이 떨어지자마자, 사공들이 달수의 눈앞에서 묵직한 인삼 상자 수백 개를 들어 시커멓게 출렁이는 밤바다 파도 속으로 풍덩, 풍덩 사정없이 집어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안 돼! 이 천벌을 받을 놈들아, 내 인삼! 내 삼십만 냥! 내 기와집과 창고 스무 채가 바닷속으로 다 가라앉는다! 차라리 나도 바다에 던져라, 이놈들아! 으아아아악!"

기둥에 묶인 달수는 쏟아지는 빗물 속에서 피눈물을 쏟으며 목이 터져라 절규했으나, 불과 반 식경 만에 수백 개의 인삼 상자는 시커먼 바닷속으로 흔적도 없이 모두 수장되고 말았습니다.

사흘 뒤, 파선되어 돛대가 부러진 초라한 배를 타고 간신히 목숨만 건져 마포 나루터로 돌아왔을 때, 한양을 호령하던 대객주 강달수는 그야말로 땡전 한 푼 남지 않은 알거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천 객주 또한 "나도 배 세 척과 내 몫의 돈을 다 날렸으니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는 배상할 수 없다"라며 오리발을 내밀었고, 돈을 빌려주었던 전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와 달수의 기와집과 창고 스무 채를 모두 차압하고 달수를 길바닥으로 내쫓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오 년 전 빈털터리 장돌뱅이 신세로 추락한 달수는, 허름한 베잠방이 차림으로 술병 하나를 들고 비틀거리며 옛날 아내와 처음 살림을 차렸던 성황당 고개 밑 낡은 초가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루에 털썩 주저앉은 달수는 나발을 불듯 독한 소주를 들이켜며, 땅을 치고 통곡했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일장춘몽이로구나, 일장춘몽이야! 삼십만 냥이 하룻밤 사이에 서해 바다 물고기 밥이 되어 날아가다니! 내가 왜 마누라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 저주받을 배에 올라탔던고! 아니, 대체 왜 하필이면 그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마누라 몸에서 신령님이 떠나가셔서 나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단 말인가! 천지신명도 무심하시지, 흑흑!"

달수가 술에 취해 한탄하며 울부짖고 있을 때였습니다. 굳게 닫혀 있던 안방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병들어 누워 있던 아내 월향이 걸어 나와 마루 아래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신기가 사라져 사색이 된 채 덜덜 떨던 병자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월향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차가운 지성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비장함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월향은 술병을 쥐고 우는 남편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달수의 귓전을 때리는 충격적인 첫 번째 반전을 조용히 입 밖에 내었습니다.

"서방님, 이제 그만 술병을 내려놓으시옵소서. 그리고 애꿎은 신령님을 원망하지도 마시옵소서. 제 몸에서 신기가 사라진 것이 아니옵니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신내림을 받은 진짜 무녀가 아니었사옵니다!"

"무, 무엇이라?! 지금 뭐라고 했소, 부인?! 당신이 무당이 아니었다니, 그게 대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요! 그럼 육 년 전 강경 장터에서 대낮에 폭우가 쏟아질 것을 맞추고, 동해안의 미역 파동과 고추 폭등을 귀신같이 알아맞혀 나를 대객주로 만들었던 그 신통력은 다 무엇이었단 말이오!"

달수가 술이 확 깨어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고 소리치자, 월향은 품속에서 빽빽하게 글씨와 숫자가 적힌 수첩 여러 권과 비밀 서찰 뭉치를 꺼내어 마루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서방님, 그간 속여온 죄를 용서하시옵소서. 저는 본래 한양 관상감(날씨와 천문을 관측하던 관청)에서 정삼품 벼슬을 지내신 천문학자 아버님과, 의주 만상 대방의 외동딸로서 상단 문서를 관리하던 어머님 사이에서 태어난 규수였사옵니다. 십 년 전 역모 사건에 휘말려 부모님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뒤, 저는 관비로 끌려가 욕을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얼굴에 분을 바르고 귀신 들린 무녀 행세를 하며 성황당에 숨어 살았던 것이옵니다."

"세, 세상에... 관상감 천문학자의 딸이었다고?!"

"예. 육 년 전 강경 장터에서 소나기가 올 것을 맞춘 것은 귀신이 귓속말로 알려준 것이 아니라, 아버님께 배운 천문 기상학으로 서쪽 하늘의 비구름 모양과 바람에 섞인 습기, 그리고 제비들이 낮게 나는 것을 보고 계산해 낸 과학이었사옵니다! 또한 미역과 고추 값이 열 배로 뛸 것을 미리 안 것은, 제가 성황당을 찾아오는 팔도의 보부상들과 뱃사공들에게 술과 밥을 대접하며 각 지역의 바닷물 온도와 가뭄, 작황 정보를 샅샅이 수집하여 치밀하게 분석해 낸 '상업 정보의 힘'이었지, 결코 허황된 무당의 점괘가 아니었사옵니다!"

거대한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달수는 입을 떡 벌린 채 한동안 숨조차 쉬지 못했습니다. 자기가 지난 오 년 동안 하늘이 내린 귀신의 조화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그 모든 기적이, 사실은 아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잠을 설치며 정보를 모으고 하늘을 관측해 짜낸 피땀 어린 '학문과 지략의 결정체'였다니!

"하, 하지만 부인! 당신이 그토록 비상한 머리와 정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번 인삼 거래 때는 왜 갑자기 신기가 사라졌다고 거짓말을 하여 손을 놓아버렸단 말이오! 당신의 그 지혜로 나를 도왔더라면 내가 천 객주와 풍랑에 속아 이렇게 알거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 아니오!"

달수가 억울함에 가슴을 치며 소리치자, 월향은 마루 위로 올라와 남편의 손을 꼭 잡으며 소름 끼치도록 당당하고도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습니다.

"서방님, 정말로 우리 강씨 상단이 풍랑을 만나 알거지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이까? 오늘 밤 자정이 되면, 왜 제가 신기가 사라졌다고 아픈 척 연기를 해야만 했는지, 그리고 왜 서방님께서 오늘 낮에 마포 나루터에서 거지꼴로 통곡을 하셔야만 했는지, 그 진짜 이유를 마포 나루터 폐창고 앞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시게 될 것이옵니다!"

※ 6: 포구에서 터진 통쾌한 두 번째 반전, 진짜 노다지의 주인

그날 밤 자정,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물안개가 내려앉은 마포 나루터의 가장 외진 폐창고 앞에서는 검은 그림자들이 도둑고양이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낮에 달수가 인삼을 바다에 다 수장시키고 파산했다며 전주들을 부추겨 달수의 기와집과 스무 채의 창고를 헐값에 다 가로채었던 장본인, 바로 천 객주와 그의 수하들이었습니다!

물안개 속에서 돛대를 일부러 부러뜨려 위장한 그 거대한 상선 세 척이 소리 없이 나루터에 닻을 내리자, 배에서 내린 김 선장이 비단 도포를 입고 서 있는 천 객주 앞으로 달려와 허리를 굽히며 히죽거렸습니다. 천 객주는 김 선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배가 떠나가라 너털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으하하하! 수고했네, 김 선장! 그 무식하고 멍청한 장돌뱅이 출신 강달수 놈, 강화도 손돌목 앞바다에서 우리가 일부러 배를 흔들고 밑창에 바닷물을 퍼 부으면서 암초에 부딪혔다고 고함을 치니까, 눈알이 뒤집혀서 감쪽같이 속아 넘어갑디다그려! 눈앞에서 삼십만 냥어치 인삼 상자를 바다에 던지는 걸 보고 피눈물을 흘리며 기절을 하던데, 그 바다에 던진 건 우리가 미리 바꿔치기해 놓은 돌멩이 든 빈 상자였고, 진짜 인삼 오만 근은 배 밑창 이중 비밀 창고 속에 털끝 하나 안 젖고 고스란히 숨겨두었을 줄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야!"

"헤헤헤, 모두 천 객주 어른의 귀신같은 설계 덕분이옵니다! 게다가 강달수 그놈이 하늘처럼 믿던 무당 마누라가 눈치가 백 단이라길래, 어른의 분부대로 한 달 전부터 그 집 부엌데기 하인을 은밀히 매수하여 마누라가 마시는 찻물에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몸에 열이 나는 독초 즙을 조금씩 타 먹였더니만, 거래 전날 밤에 제때 쓰러져서 점도 못 치고 신기가 떨어졌다고 울고불고하더군요!"

"암, 그렇고말고! 마누라의 신기만 막아놓으면 강달수 그놈은 욕심만 앞서는 멧돼지 같은 놈이라 내 미끼를 덥석 물 줄 알았지! 돈 한 푼 안 들이고 강달수의 삼십만 냥어치 인삼 오만 근도 통째로 삼키고, 그놈의 기와집과 창고 스무 채까지 헐값에 다 내 차지가 되었으니 이런 꿩 먹고 알 먹는 장사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느냐! 강달수 그 거지 발싸개 같은 놈은 지금쯤 한강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여봐라, 날이 밝는 대로 의주 청나라 상단으로 출발해야 하니, 어서 배 밑창 비밀 창고에서 진짜 인삼 상자들을 꺼내어 마차에 실어라!"

천 객주의 호기로운 명령에, 수십 명의 인부들이 배 밑창 비밀 문을 열고 들어가 붉은 봉인이 단단히 붙어 있는 묵직한 나무 상자 오백 개를 끙끙거리며 꺼내어 나루터 마당에 쌓아 올렸습니다.

천 객주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황금 백만 냥으로 바뀔 그 귀한 홍삼 냄새나 한번 맡아보자며 쇠지레를 들어 제일 위에 있는 인삼 상자의 뚜껑을 쩍, 하고 뜯어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상자 안을 들여다본 천 객주의 얼굴에서 비열하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싹 가시더니, 두 눈알이 안구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경악으로 일그러졌습니다!

"어, 어라?! 이, 이게 뭐야?! 왜 인삼 상자 안에 최상급 홍삼은 한 뿌리도 없고, 웬 시커먼 강화도 갯벌 진흙덩어리하고 썩어 문드러진 무말랭이만 가득 들어 있단 말이냐?! 김 선장! 이게 어찌 된 노릇이냐! 다른 상자도 어서 다 뜯어보아라!"

천 객주가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사색이 된 김 선장과 인부들이 달려들어 오백 개의 나무 상자 뚜껑을 닥치는 대로 다 부수고 열어젖혔습니다. 그러나 열면 열수록 터져 나오는 것은 향기로운 인삼 냄새가 아니라, 코가 썩어들어 갈 듯한 썩은 무말랭이와 소금기 먹은 갯벌 흙덩어리뿐이었습니다!

"이, 이럴 수가! 분명히 나흘 전 마포 나루터에서 강달수 놈이 진짜 인삼 오만 근을 내 눈앞에서 검수까지 마치고 배에 싣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거늘! 배가 한 번도 다른 포구에 들른 적이 없는데, 배 안에 있던 진짜 인삼 오만 근이 대체 언제 어디로 날아갔단 말이냐!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구나!"

천 객주가 썩은 무말랭이를 움켜쥐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지르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자욱하던 나루터 물안개 너머에서 갑자기 수백 개의 횃불이 대낮처럼 환하게 타오르더니, 철갑을 두른 한성부 포도청의 군관들과 포졸들이 창칼을 번쩍이며 폐창고를 겹겹이 에워쌌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낮에 알거지가 되어 초가집에서 술병을 들고 울던 강달수가 번쩍이는 비단 도포를 입고 아내 월향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달수는 썩은 무말랭이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천 객주를 내려다보며, 마포 나루터가 떠나가라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으하하하하! 천 객주 어른! 이 야심한 새벽에 남의 썩은 무말랭이와 갯벌 흙덩어리 구경하시느라 참으로 노고가 많으시오이다!"

"강, 강달수?! 네, 네놈이 어찌 이 시간에 포도대장 나리를 모시고 여기에... 아니, 그보다 내 배에 실었던 진짜 인삼 오만 근은 대체 어디로 빼돌린 것이냐!"

천 객주가 귀신이라도 본 듯 뒷걸음질을 치자, 이제는 달수뿐만 아니라 달수의 옆에 서 있던 아내 월향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서릿발처럼 차갑고도 또렷한 목소리로 이 통쾌한 두 번째 반전의 내막을 만천하에 폭로했습니다.

"천 객주 어른, 어른께서 한 달 전 저희 집 어리석은 부엌 하인을 은자로 매수하여 제가 마시는 찻물에 정신을 잃게 하는 독초 즙을 타셨을 때부터, 저는 이미 어른의 그 시커먼 흉계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다 알고 있었사옵니다!"

"무, 무엇이라?! 네년이 독초를 탄 것을 한 달 전부터 알고 마셨단 말이냐?!"

"찻물의 색깔과 향기가 미묘하게 바뀐 것을 모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사옵니다. 저는 하인을 다그치는 대신 일부러 그 차를 마시는 척 버리고, 제 정보망인 팔도 보부상들을 풀어 어른의 뒤를 캤사옵니다. 그 결과 어른께서 청나라 상단과 내통한 적도 없으며, 김 선장과 짜고 강화도 앞바다에서 가짜 난파극을 벌여 저희 인삼 오만 근을 통째로 가로채려 한다는 사실을 보름 전에 이미 다 파악했사옵니다!"

천 객주와 김 선장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강달수가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받았습니다.

"이 미련한 천 객주야! 어제 낮에 내 아내가 나에게 무당이 아니라는 진실을 털어놓았을 때, 우리는 이미 너를 완벽하게 잡아넣을 마지막 그물을 다 짜놓은 상태였다! 아내가 갑자기 신기가 사라졌다며 몸져누운 것도 네놈이 보낸 간첩 하인의 눈을 속여 네가 안심하고 덫에 걸려들게 하려는 연기였고, 내가 아내 말을 안 듣고 너와 배를 탄 것도, 오늘 낮에 파산했다며 거지꼴로 나루터에서 통곡을 한 것도, 네놈이 안심하고 오늘 밤 이 마포 나루터로 배에 숨긴 장물을 끌고 들어오게 만들기 위해 우리 부부가 꾸민 일생일대의 연극이었단 말이다!"

"하, 하지만 배에 실은 인삼은... 내가 분명히 마포 나루에서 인삼을 확인하고 실었거늘 언제 바꿔치기를 했단 말이냐!"

"하하하! 네놈이 마포 나루에서 눈으로 확인한 인삼은 맨 위에 얹어놓은 몇 뿌리뿐이었고, 그 밑에는 처음부터 무게만 똑같이 맞춘 썩은 무말랭이와 진흙이 들어 있었다! 내가 사들인 진짜 최상급 홍삼 오만 근은, 네놈이 배에 무말랭이를 싣고 좋아하는 동안 내 아내가 이끄는 비밀 육로 상단이 밤낮으로 말을 달려 일주일 전에 이미 의주 국경에 도착해 청나라 칙사 상단과 직거래를 마쳤단 말이다! 자, 눈이 있거든 이걸 똑바로 보아라!"

달수가 도포 품속에서 청나라 황실 상단의 붉은 옥새가 선명하게 찍힌 '은자 백만 냥짜리 어음'을 꺼내어 횃불 아래에 높이 흔들어 보였습니다! 그 찬란한 어음을 본 천 객주는 결국 거품을 물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 7: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의 지혜, 팔도를 품은 거상 부부

자기가 판 함정에 자기가 고스란히 빠져 썩은 무말랭이만 끌어안게 된 천 객주가 바닥을 기며 살려달라고 빌기 시작하자, 달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포도대장 앞에 또 다른 문서 한 장을 공손히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흘 전 배를 띄우기 직전, 천 객주가 달수를 안심시키기 위해 관아의 공증까지 받아 직접 손도장을 찍어주었던 '동업 약조 문서'였습니다!

"포도대장 나리! 여기 천 객주가 제 손으로 찍은 약조 문서를 보시옵소서! 문서 제삼 조에 이르기를, '만일 천재지변이 아닌 천 객주 측의 고의나 사기로 인해 배에 실은 물건에 손상이 가거나 가로채려 할 시에는, 원금 삼십만 냥의 세 배인 구십만 냥을 위약금으로 배상하고 천 객주가 가진 모든 상선과 창고를 강달수에게 넘긴다'라고 분명히 적혀 있사옵니다! 오늘 밤 저자가 배에 멀쩡히 물건을 숨겨 돌아와 놓고도 바다에 수장시켰다고 사기를 친 현장을 나리께서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셨사오니, 국법대로 엄히 처단하여 주시옵소서!"

달수의 통쾌하고도 빈틈없는 일격에, 포도대장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허, 과연 강 객주 부부의 지략은 귀신도 혀를 내두를 만큼 신통하도다! 상도의를 어기고 동업자의 등에 칼을 꽂으려 한 저 천 객주 놈과 김 선장 일당을 지금 당장 오랏줄로 꽁꽁 묶어 의금부 옥사에 가두어라! 그리고 약조 문서에 적힌 법도대로, 천 객주가 가진 서해안 상선 열 척과 마포 나루터의 창고 서른 채, 그리고 모든 가산을 즉시 몰수하여 강달수 객주에게 남김없이 넘겨주도록 하라!"

"아이고, 나리! 내 재산! 내 배와 창고를 다 뺏기면 나는 어찌 살라고요! 강 객주, 내가 잘못했소, 한 번만 살려주시오!"

남의 재산을 통째로 가로채려던 욕심쟁이 천 객주는, 결국 자기 재산까지 몽땅 털려 알거지가 된 채 포졸들에게 개 끌리듯 끌려가며 피눈물을 쏟았습니다.

소란스럽던 나루터가 정리되고 동쪽 하늘에서 붉고 찬란한 아침 해가 떠오르자, 한강 물결 위로 황금빛 윤슬이 눈부시게 부서져 내렸습니다.

이번 청나라 인삼 독점 거래로 벌어들인 백만 냥의 거금에다가, 천 객주에게서 위약금으로 몰수한 막대한 선박과 창고들까지 고스란히 손에 넣게 되었으니, 이제 강달수의 상단은 한양을 넘어 조선 팔도에서 그 누구도 감히 견줄 수 없는 최대의 대상단으로 우뚝 서게 된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나루터 언덕 위에서, 달수는 부드러운 아침 강바람에 흩날리는 아내 월향의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넘겨주며, 아내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공손히 감싸 쥐었습니다.

"부인... 내가 오늘 아침 당신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지난 세월 나의 어리석음과 교만함을 사죄하기 위함이오. 나는 그동안 당신이 보여준 기적들이 그저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진 요행이거나 신령님의 점괘인 줄로만 알고, 내 배짱이 좋아 돈을 번 줄 알고 거들먹거렸소. 허나 알고 보니 그 모든 노다지는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잠을 줄여가며 천문 책을 읽고, 천한 장돌뱅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쌓아 올린 피땀 어린 지혜의 열매였구려. 나는 성황당 무녀에게 장가를 간 것이 아니라, 천하를 품은 여자 제갈공명에게 장가를 간 세상에서 제일 복 많은 사내였소! 고맙소, 부인!"

남편의 진심 어린 고백에, 언제나 침착하고 냉철하던 월향의 맑은 두 눈에서도 마침내 뜨거운 감격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월향은 남편을 일으켜 세우며 따뜻하게 품에 안겼습니다.

"서방님, 그리 말씀하지 마시옵소서. 아무리 제 머릿속에 부모님께 물려받은 학문과 지혜가 가득했다 한들, 세상 사람 모두가 귀신 들린 년이라 손가락질하며 피해 다니던 저를 단 한 치의 편견도 없이 믿어주시고, 전 재산과 목숨까지 아낌없이 맡겨주신 서방님의 그 넓고 큰 그릇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날의 우리가 있었겠사옵니까. 귀신의 신기는 언젠가 흩어져 사라지지만, 부부가 서로를 끝까지 믿는 마음과 정직하게 세상의 이치를 살피는 사람의 지혜는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진짜 신기이옵니다."

"하하하! 과연 내 아내다운 천금 같은 말씀이로세! 좋소, 부인! 이제 당신도 더 이상 무녀라는 가짜 탈 뒤에 숨어 살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오늘부터 내 옆자리에 당당히 앉아 우리 강씨 상단을 이끄는 진짜 대방 마님이 되어 주시오! 요행이나 투기가 아니라, 당신의 그 밝은 지혜와 내 성실한 두 발로 조선 팔도의 가난한 백성들과 상인들이 모두 함께 배불리 웃을 수 있는 진짜 큰 장사를 한번 해 봅시다그려!"

그날 이후, 월향은 무녀의 옷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강씨 상단의 당당한 안주인이자 최고의 책사로서 남편 강달수와 함께 상단을 이끌었습니다.

두 사람은 하늘의 기후를 과학으로 살피고 백성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을 먼저 읽어내어 유통하는 정직하고도 지혜로운 상술로 삼한 갑부의 부를 일구었습니다. 또한 해마다 가뭄이나 홍수가 들 때면 어김없이 오십 채의 곳간 문을 활짝 열어 굶주린 백성들을 구휼하였으니, 무녀에게 청혼했던 가난한 장돌뱅이 강달수와 지혜로운 아내 월향의 이야기는 귀신보다 위대한 사람의 지혜로 진짜 노다지를 캔 전설이 되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들려드린 '노다지 캐러가요'의 이야기, 무녀에게 청혼한 장돌뱅이 대객주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귀신의 신기인 줄 알았던 아내의 능력이 사실은 철저한 과학과 정보력이었고, 파산한 줄 알았던 절체절명의 위기가 사기꾼 동업자를 잡기 위한 부부의 통쾌한 연극이었다는 이중 반전이 듣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역시 세상의 진짜 노다지는 허황된 요행이 아니라, 사람을 믿는 안목과 피땀 어린 지혜 속에 숨어 있는 법이지요. 오늘 이야기가 통쾌하고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따뜻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도 더욱 흥미진진한 대박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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